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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20의 게시물 표시

우리가 리더십을 함양해야 하는 이유

도리스 컨스 굿윈, 2020,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 커넥팅. '아무 말 필요 없고, 그냥 읽으세요, 제발.' 솔직히, 이 책을 읽는 내내 서평은 이렇게 쓰고 치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책에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는 건 없던 네 명의 미국 대통령들 -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즈벨트,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린든 존슨 - 이 어떻게 시대의 리더로서 성장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겼는지, 그들의 리더십으로 시대의 주요한 문제들 - 남북 전쟁과 노예해방 선언, 석탄 파업과 , 대공황과 '뉴딜' 정책, 공민권법 제정과 '위대한 사회' 정책 - 을 풀어내는 과정과 그 과정마다 얻을 수 있는 리더십의 교훈들이 너무나 깔끔한 구조와 평이한 문장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져 있었다. 나는 이 한 문장조차 깔끔하게 정리를 못하는데 말이지.  코로나19 사태와 회사 일로 정신 없이 흘러간 지난 2주에 걸쳐 틈틈히 이 책을 보면서, 이 네 명이 보여준 치열하게 노력하는 삶, 시련을 극복하는 정신력, 그 밑바탕에 자리한 이타적인 야망에 끊임없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일어났던 거대한 사건들과 이들의 리더십이 절묘하게 만나서 말 그대로 '역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경이감을 느꼈고, 그 속에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고민하고, 해답을 만들어가는 어려움에 공감했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너무 많은 걸 배우고, 너무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돌아다녔는데, 이 중 뭘 잡아올려서 글로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심지어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도 아닌데. "통찰력 있게 노예제도라는 쟁점을 파고들며, 청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려 애썼다. 링컨은 진실하고 명료하며, 확신에 찬 열정적인 이야기로 청중을 설득하고,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p211. 링컨이 내 발목을 잡았다. 그가

어디에 갖다 놔도 평균 이상은 할 아이

어디에서도 평균 이상   '어디에 데려다놔도 평균 이상은 할 아이.' 돌이켜보면, 이 이상으로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평가가 있을까 싶다.  내 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당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뻤고 자부심을 느꼈노라고 하셨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이 말을 들은 이후 - 언제였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렸다는 기쁨과, 존경하던 선생님의 평가에 기댄 자신감과, 두 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는 불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이런 복잡한 감정 때문에, 이 평가는 나에게 있어 더 열심히 공부하게 하는 동기였던 동시에, 현실에 안주하게 하는 - 평균만 넘으면 되니까, 최고를 추구할 필요는 없었다 - 핑곗거리였으며, 무엇보다 도전을 피하게 만드는 심리적 장벽이었다. 다행히 나에게는 생물학적, 문화적으로 부모님께 물려 받은 재능이 소위 학교 공부에 더 적합했던 운이 있었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가정 내 불화나 어려운 살림 등의 환경도 없었다. 이런 커다란 운에 힘입어 공부라는 선형적인 영역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얻기 시작하자, 지식의 부익부빈익빈적인 특성에 의해 의도했던 것보다 더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고, 수능이라는 단발 시험에서의 운이 더해져 결국 상위 1%(!)에 해당하는 실력 대비 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당시에는 소위 '수능 특차'라는, 수능 시험 점수가 깡패인 전형이 존재하던 시절이었고, 그 해 이과 응시자 총 수가 20만명 수준이었으니, 전국 2천등 수준의 점수면 대충 계산해보더라도 어딘가의 의대나, 서울대학교 공학계열 정도는 충분히 노려봄직한 점수였다.  하지만 내 선택은 연세대학교 공학계열이었다. 나는 내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사는 지루한 직업이고, 서울대는 산구석이라 놀기 불편하고, 포항공대나 카이스트는 너무 시골이라 놀 게 없다는 식의 쿨함을 내세웠다. 하지만 내심 나는 소위 최고레벨의 학교에서 경쟁하는 것이 두려웠고,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