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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20의 게시물 표시

눈으로 본다고 해서 아는 것은 아니다

온 몸의 피부가 벗겨진다는 것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의 성 바르톨로메오 입상. 전신 피부가 벗겨지는 형벌을 당해 순교했으며, 몸에 두르고 있는 게 자신의 가죽이다(!). 2015년 여행 중 촬영. 온 몸의 피부(혹은 가죽)이 산 채로 벗겨지면 어떤 느낌일까? 자극적인 영상 매체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인데, 살짝 상상만 해봐도 끔찍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누군가 손발이 잘려나가는 고통을 겪고 있어도, 내 손에 생긴 생채기가 더 고통스러운 것이 사람인지라, 솔직히 이 고통을 내가 제대로 이해할 방법은 없다. 혹시라도 그런 기회가 있다면? 진심으로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한다. 2015년에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에 갔을 때다.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이 그냥 대성당의 규모에만 감탄하면서 내부를 구경하고 있던 차에, 성 바르톨로메오 입상을 봤다. 멀리서 봤을 땐 '왠 대머리 아저씨가 삐딱하게 서 있나?' 이런 느낌이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갔을 때는 근육이 쫙쫙 갈라져 있는(!) 근육남이 중요한 부위만 거적데기 같은 걸로 가리고 서 있는 줄 알았다. 더 가까이 가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성당에 왠 해부학 모형 같은 걸 뒀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입상의 뒤로 돌아가서 거적데기의 정체를 안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손가락, 발가락, 얼굴모양이 선명한 거적데기라니! 알고 보니 대머리 아저씨의 정체는 성 바르톨로메오였고, 가톨릭 박해 때 온 몸의 가죽이 벗겨지는 형벌을 당해 순교하셨다고 한다. "살아 있는 사람의 피부를 산 채로 벗기는 섬뜩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 희생자가 느끼는 고통은 탈수에서 비롯된다." - 피부는 인생이다, p26. 어떤 고통이었는지를 이해할 방법은 여전히 없지만, 그 고통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는 5년이 지나서 이해할 수 있었다. 탈수. 마찬가지로 생명을 위협하는 탈수의 고통을 느껴볼 기회는 내 삶에 없었으면 한다. 하지만 피부가 벗겨지

생각이 좋다고 좋은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존 리, 2020,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 지식노마드 <부자는 알지만 가난한 사람은 모르는 것> 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존 리라는 사람을 처음 알았다. 쇼핑몰을 통해 돈 잘 버는 법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이런저런 주제에 대한 인터뷰 영상을 올리는 < 신사임당 >이라는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었는데, 원래도 내가 주식에 대해 갖고 있던 모호한 관점을 더 직설적이고 과감하게, 말인즉슨 명확해 보이게 주장하는 인터뷰이가 제법 인상적인 영상이었다.  이 영상을 계기로, 또 이 영상 즈음에 유튜브 피드에 이 사람이 제법 노출되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영상들을 두어 편 보고는 최근의 저작인 이 책을 덜컥 사버렸다. 책도 얇고, 내용도 대체로 익숙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호텔 방에 앉아서 가볍게 읽으면서 내 투자관을 점검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모두에게 상당한 고통이었던, 그리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간에 석가탄신일로부터 어린이날에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됐다.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이라는 한 가지 관점만으로 바라보자면 결코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지만, 아내와 나는 짧은 여행을 계획했다. 어린이집이 무기한 휴원하는 동안 아이를 혼자 감당하시느라 지쳐가는 장모님으로부터 아이를 떼어 놓는 한편, 한 동안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도 찾아뵙고, 아이가 집에 없는 두 달 동안 격무에 시달린 우리에게도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본가와 호텔에 2박씩을 하던 하루, 격렬히 놀고 장렬히 전사한 아이를 옆에 두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상했던대로 얇고 쉽게 읽히는 책이었기 때문에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다 읽었다. 올해 독서 목표 50권 중 한 권을 읽는 성과를 거뒀지만... 남은 건 없었다. 산출물에 대한 자본의 기여를 인정하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돈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