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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확신을 '달라'는 말

  나에게 확신을 줘. 10년쯤 전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를 하던 중에 들었던 말이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 속 왕자님이 바로 나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굉장히 당황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분명히 다른 무언가로 마음 상하는 게 있었던 것이었을텐데, 당시의 나는 곧이 곧대로 '확신을 얻는다'는 말에 꽂혀서 '결혼은 상대와 함께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이지 상대에게 확신을 당하는 게 아니다'는 취지의 입바른 헛소리를 지껄였더랬다. 감사하게도 맥락적으로 헛소리인 것보다 입바른 소리긴 하다는 데 집중해준 아내 덕분에 지금까지 그럭저럭 괜찮게 서로 의지해가면서 살아오고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생각에 아찔한 기분이 든다. 피트 데이비스, " 전념 ", 상상스퀘어, 2022. 이러한 예는 끝도 없이 많지만, 이쯤이면 이미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유대는 느슨해졌고, 신뢰는 얕아졌으며, '선택지 열어두기'가 이 시대의 모토가 됐다. <전념>, p83. 그건 그렇고, 왜 이제와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냐면,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무한 탐색 모드'로 정의하는 문화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의 '전념(Dedicated)'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이 책은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의 장점이 이제는 보다 단점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자발적 헌신을 통해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모의 신분에 종속된다거나, 가업을 이어야만 한다거나, 결혼의 상대를 부모가 골라준다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가 생기면 낳아서 길러야 한다거나, 다양한 모습의 비자발적 헌신과 그에 따른 불행은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고 사회적으로 인정되면서 줄어들었다. 하지만 선택지 열어두기의 문화가 지배적인 문

친환경 발전과 전기차의 시대에 전봇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 (출처: Pixabay) '에너지'의 정의 (출처: 위키피디아)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간단 명료하면서도 모든 것에 걸쳐 있는 정의다. 기후 변화라는 인류 스케일의 위기를 맞아 기존의 화석 에너지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앞으로 2~30년이 왜 격변의 시기가 될 것인지도, 이 정의 하나만 곱씹어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그 자체이므로, 인류가 고도의 문명을 건설하고 항성 간 여행이라는 꿈 같은 일을 해내든, 내가 단지 방 구석에 앉아서 숨만 쉬든 이 '에너지'라는 것이 필요 하다. 무한동력을 개발했다는 주장이 왜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인지도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의 몸이 에너지를 섭취하는 경로인 음식의 생산이라는 문제 또한 크고 복잡하고 머리 아픈 문제지만, 여기서는 우리의 문명을 지탱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큰 스케일의 에너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아주 거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지구가 속한 계의 주인인 태양이 제공하는 에너지에 의해 일어난다. 우리의 문명도 마찬가지인데, 산업혁명 이후 우리의 주요 에너지원이었던 화석연료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대의 동식물이든, 이 화석연료의 주요 대체 에너지로 언급되는 태양광 혹은 풍력이든 결국 태양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를 어떻게 우리가 사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그리고 화석연료에서 태양광 혹은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핵심에는 '전기'라는 형태의 '힘' 이 존재한다. 그레천 바크, " 그리드 ", 동아시아, 2021. 그레천 바크의 <그리드>는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떠받치고 있는 전력망 자체를 '그리드'라는 거대한 기술/법률/문화/경제적 기계로 개념화하여 그 특성과 한계, 그리고 에너지 전환기를 맞이한 도전 과제와 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