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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21의 게시물 표시

꿈 없는 사람의 초생산성

 "말은 쉽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하는 것만 빼면." - 언젠가 쓴 내 글에서 발췌 내 인생 최고의 자기계발서 중 하나인 제임스 클리어의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을 읽고 썼던 서평의 첫 문장이다. 빈약한 의지로도 몸에 좋지만 입에 쓴 약을 계속해서 삼키는 습관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알려준 정말 좋은 책인데, 전제는 '몸에 어떻게 좋은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먼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하고, 다음으로 '작은 성공들로 스스로에게 증명'하면 변화는 쉽게 만들 수 있는데, 작은 성공을 만드는 습관은 책을 보고 따라하면 된다지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내가 정해야 하는데, 나에게는 이게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생산성이란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추구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 초생산성, p50.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 문제에 마주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대체 뭐지? 지난 2년간 뻘줌함을 무릅쓰고 부서에 새로 합류한 모든 신입인력 및 같이 일하는 부서원들에게 면담을 핑계로 그들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봤었다. 많지는 않지만 대략 10명 가까이 물어본 것 같은데, 대체로 종합해보자면 '특별한 꿈은 없지만 하루하루 만족하며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즉, 꿈 같은 거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게 보통이라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건 너무나 보편적이고 막연한 욕구라 우리가 생산성이나 자기 계발을 얘기할 때의 어떤 지향점으로서의 '꿈'이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특히 진정한 생산성이란 무엇인지를 더욱 파고들어서 효율적이나 효과적이지는 않은 일들을 쳐내려고 하면 더더욱. 마이클 하얏트, "초생산성", 로크미디어, 2021. 마이클 하얏트의 < 초생산성 >은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불편한 책이다. 앞뒤 다 떼고 얘기해

나는 특별하다는 착각

 "학력을 불문하고,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가 "나는 빼고!"라고 말한다. 그럼 누구도 남의 말을 쉽게 믿는 맹신자가 아니다." - 대중은 멍청한가?, p399 (옮긴이의 글). 사람은 누구나 특별한 존재이면서 평범한 존재이다. 아이 때는 아이다운 상상력으로 번개보다 빠르게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거나, 하늘을 나는 초능력이 자신에게 어느날 생길 것 같은 망상에 빠져들곤 하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그런 능력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점점 더 인식하게 되는 것이 보통의 어른이 되는 과정일 것이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적 관찰로부터 이끌어낸 주장이기 때문에 틀릴 수 있지만, 만약 틀린다면 어떤 면에서는 내가 특별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니 이것 또한 재밌는 얘기가 아닐까. 아무튼,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을 과신하거나 사업 능력을 과신하는 등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존재인 것 같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정통한 자기 과신은 역시 '대중은 멍청하다, 나만 빼고'인 것 같다. 위고 메르시에, " 대중은 멍청한가? ", 커넥팅, 2021. 위고 메르시에의 <대중은 멍청한가?>는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이 틀렸다는 것을 조목조목 논증한 책이다. 나만 빼고 모두가 멍청하다는 명제가 거짓이라면, 나도 멍청하거나 모두가 멍청하지 않아야 하는데 다행히 이 책의 입장은 후자 쪽이다. "중세 유럽의 농민들은 기독교 계율에 대한 완강한 저항으로 많은 신부를 절망에 빠뜨렸다." - 대중은 멍청한가?, p9. 이 책에 따르면 대중은 멍청하지 않다. 대중은 어떤 신호에 대해서든 그 타당성을 의심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면밀히 따져서 그 신호를 수용하거나, 무시한다. 정치 선동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중이 그에 설득됐기 때문이 아니라, 그게 대중의 이익에 부합하거나, 그 외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상업 광고에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돈

[책 얘기] 돈의 역사는 반복된다

홍춘욱, "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 포르체, 2021. 씽큐ON 9기의 마지막 책 <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를 얼른 보고, 남은 시간에 얼른 읽은 책이다. 재태크니 뭐니 하려면 돈 공부부터 해야겠구나 싶어서 이런저런 책들을 뒤져 본 중에 홍춘욱 박사의 < 환율의 미래 >라는 책이 있었는데, 읽을 때는 제법 머리가 지끈지끈했지만 환율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던 아주 좋은 책이었다. 그 이후로 <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 < 7대 이슈로 보는 돈의 역사 2 >를 거쳐 이번에 또 책이 나왔는데(이 두 권만 나온 건 아니다), 정말 작정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그리고 잘 모르겠으면 무작정 따라해볼만한 지침을 담으려고 했구나 싶은 책이다. 아주 조악하게 내용을 요약해보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세계 최대의 내수 시장이면서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경기와 구조적으로 연동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원화로 소비력을 유지 혹은 증대시키고 싶은 국내의 투자자에게 있어 달러 혹은 달러화 표시 자산의 매력도가 어마어마하게 높다는 것이다. 여러 유튜브 채널이나 저자의 여러 저작들에서 다양하게 다뤘던 내용의 축약본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싶은데, 본인이 어느 정도 금융 지식과 자산이 어느 정도 쌓여 있는 분이라면 참고 삼아 가볍게, 그렇지 않다면 각 잡고 보면서 각자의 중장기 투자전략을 다듬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인 것 같다. 특히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후배들이나, 조금은 지엽적인 얘기지만 지난 수 년의 아파트 가격 폭등에 올라타지 못해 조바심이 있는 친구들 혹은 선배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