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쉽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하는 것만 빼면."
- 언젠가 쓴 내 글에서 발췌
내 인생 최고의 자기계발서 중 하나인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고 썼던 서평의 첫 문장이다. 빈약한 의지로도 몸에 좋지만 입에 쓴 약을 계속해서 삼키는 습관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알려준 정말 좋은 책인데, 전제는 '몸에 어떻게 좋은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먼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하고, 다음으로 '작은 성공들로 스스로에게 증명'하면 변화는 쉽게 만들 수 있는데, 작은 성공을 만드는 습관은 책을 보고 따라하면 된다지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내가 정해야 하는데, 나에게는 이게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생산성이란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추구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 초생산성, p50.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 문제에 마주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대체 뭐지? 지난 2년간 뻘줌함을 무릅쓰고 부서에 새로 합류한 모든 신입인력 및 같이 일하는 부서원들에게 면담을 핑계로 그들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봤었다. 많지는 않지만 대략 10명 가까이 물어본 것 같은데, 대체로 종합해보자면 '특별한 꿈은 없지만 하루하루 만족하며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즉, 꿈 같은 거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게 보통이라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건 너무나 보편적이고 막연한 욕구라 우리가 생산성이나 자기 계발을 얘기할 때의 어떤 지향점으로서의 '꿈'이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특히 진정한 생산성이란 무엇인지를 더욱 파고들어서 효율적이나 효과적이지는 않은 일들을 쳐내려고 하면 더더욱.
마이클 하얏트, "초생산성", 로크미디어, 2021.
마이클 하얏트의 <초생산성>은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불편한 책이다. 앞뒤 다 떼고 얘기해서 어마어마하게 훌륭한 책이라고 한 마디로 평가할 수 있는 책인데, 책이 좋은 만큼 나에게는 '꿈'을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대단한 책이었다.
이 책이 주장하는 초생산성 향상의 기본 틀은 열정도 있고 능숙하기도 한 일에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최대한 쏟아으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일단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들을 열정도와 능숙도를 기반으로 한 네 영역에 분류해보는 작업이 필요한데, 여기서의 기본 전제는 어떤 일에 '열정'이 있거나, '능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에 열정이 있다는 것과, 능숙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능숙하다는 것은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한 실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측정하고 보상을 줄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뜻이다."
- 초생산성, p69.
"열정이란 자신이 사랑하는 일, 자신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 초생산성, p68.
책에 따르면, '능숙함'은 그 일을 통해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정도, 즉 그 일을 통해 벌이가 될 수 있는 - 벌이의 크기는 일단 제쳐두자 - 정도가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큰 틀에서 얘기고, 더 작은 스케일의 업무로 옮겨보자면 상대적인 능숙함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것이다.
'열정'은 자신이 사랑(!)하고 일로부터 활력을 얻을 수 있는지가 기준이다. 즉, 꿈을 좇는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인데, 최근에 우주여행을 하고 온 돈 많은 대머리 아저씨가 얘기하는 'Work-Life Harmony'에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다만 나를 포함한 많은 '꿈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것부터가 큰 도전이 아닐까. 결국 이것도, 상대적인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앞서 살펴본 능숙도와, 특히 열정에 관한 문제에 '먹고사니즘'을 얹어 보자. 갈망 영역의 일은 존재하지 않고, 무관심 영역의 일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온통 고역 영역의 일 뿐이고 산만 영역의 일들만 간헐적으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문제의 핵심은 첫째로 실력이 부족한 것, 둘째로는 고열정 영역 자체가 매우 좁은 것이다. 혹은 없거나.
이런 상태에서 '초생산성'이라는 것은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 것일까. 모든 사람이 각자의 답을 만들어야겠으나 내가 내린 답은 일단 무관심 영역의 일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고(먹고사니즘의 해결), 산만 영역과 갈망 영역 자체를 확장하는 것이 그 다음이라는 것이다. 그러고나서야 무관심 영역의 일들이 갈망 영역으로 넘어가거나, 새로운 산만 영역의 일이 생기거나, 산만 영역의 일의 능숙도가 올라가며 갈망 영역이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즉, 내가 보기에 꿈 없는 사람의 초생산성이란, 일단 하고 있는 일 중 금전적 보상이 가장 큰 일의 능숙도를 최대한 향상시키고, 그 보상을 이용해서 고역 영역의 일 중에서 기대값이 낮은 것부터 덜어내고, 그 결과로 확보한 시간을 이용해 '꿈' 자체를 구체화시키는 식으로 좇을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책에 소개되는 제거하기, 자동화하기, 위임하기의 방법론은 열정도와 무관하게 적용이 가능한 것 같다. 정작 중요한 것들을 없애버려서는 곤란하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중요하지만 눈 먼 효율화라는 것도 가능은 한 것이니 말이다. 꿈이 없을 때는 먹고사니즘이 보완재가 되어 줄 것이다. 다만 고민해야 하는 점은 결국 '실력'인데, 제거하기를 제외한 자동화와 위임하기는 그 일에 대한 능숙도가 없이는 제대로 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초'생산성은 '생산성'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열심히도 살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는 책이 아닌가 싶고, 열심히만 산 사람들에게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좋은 책인 동시에, 방향 설정의 어려움을 느끼게 해 주는 막막한 책일 수 있을 것이다. 꿈을 갖고 열심히 해 온 사람들에게라면?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완벽한 책을 만난 걸 축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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