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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19의 게시물 표시

더 영리한(SMARTER) 목표가 인생 최고의 해를 만드는 것일까?

졸꾸러기가 되어버렸다. 평생에 걸쳐 새해 계획이라는 걸 딱히 세워 본 적은 없지만(혹은 시작과 동시에 뇌리에서 지워버렸겠지만), 졸꾸의 언저리를 맴돌기 시작하면서 올해(2019년)부터는 계획이라는 걸 세우게 됐다. 그 중 월 1권 독서 및 서평 작성하기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3기 씽큐ON의 마지막 선정도서인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의 서평을 쓰고 있는 오늘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읽은 책을 세어 보았더니.. 무려 35권을 읽었다! 그 중 서평이 작성된 건은 29권으로, 어느 새 정통 졸꾸러기(월 평균 2권 독서&서평)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구글 시트로 관리하는 내 독서 목록. 올해는 이것도 개편을 좀 해야겠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졸꾸'라는 가치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용어에는 그다지 편안한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굳이 블로그의 제목도 졸꾸의 언저리라고 지어 놓고 계정도 언저리프론으로 - 부상을 자주 당하는 운동선수를 인저리프론이라고 한다 - 만들어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 결과를 확인하고 나니 내가 이러려고 그렇게 용을 썼나 자괴감 들고 괴롭.. 지는 않고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조금 든다. 일단 12권이 목표였는데 읽은 권수로는 거의 200% 넘게 초과 달성한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따져보자. 우선 생각나는 이유는 12권이라는 목표가 정확한 메타인지에 기반해서 나오지 않았다 는 것이다. 사실 2018년에는 그 정도 속도로 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걸 기준으로 2019년의 목표를 세우긴 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내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독서에 투입할 수 있는지, 서평을 하나 쓰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독서하고 서평 쓰는 실력이 늘었다 는 것이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속도야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독서의 속도는 이해의 속도이기 때문에 배경지식의 유무에 달려있고, 나에게는

나는 아내를 정말로 사랑하는 것일까?

나와 아내는 더 이상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 나와 아내는 더 이상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 최근에 세 돌을 맞은 아이가 생긴 이후니까 만으로 근 4년이다. 이제 그만 한 것도 아니고 때때로 아내와의 로맨틱한 밤을 보내는 것을 떠올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도 아내도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시간도 에너지도 언제나 태부족이어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섹스리스로 지내고 있다.  나이 들어서도 사이 좋게 손 잡고 다니는 부부가 되자고 아내와 한 번씩 다짐한다. 이렇게 잔잔하게 오래 가는 사랑을 하자고 생각하지만, 문득 벌써부터 이렇게 잔잔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열정적인 사랑이라는 개념이 워낙 보편적이라, 과연 열정이 없는 사랑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식의 의심이 생기는 것이다. 아내에 대한 나 자신의 사랑, 나에 대한 아내의 사랑, 나의 사랑에 대한 아내의 생각, 이런 식으로 의심의 대상이 늘어난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사랑에 대한 거의 모든 질문 로라 무차, 2019, 러브 팩추얼리 , 비잉 이 책은 저자가 평생에 걸쳐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낸 바를 정리한 책으로, 진지하게 진행된 프로젝트만 10년이 넘는 집착의 결과물이다. "내 기억이 떠오르는 한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인간관계에 대해 물었다. '심문'을 했고, 비공식적인 '인터뷰'를 했다. ..중략..  이후 10년 넘게 나는 공항과 상점, 시장, 카페, 레스토랑, 술집, 병원, 공원, 미술관, 도서관, 박물관, 버스, 기차, 비행기, 배 등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 러브 팩추얼리, p5. 저자는 다양한 국적, 인종, 종교, 직업, 나이의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사랑에 대한 그들의 개인적인 삶과 견해를 모으고, 이를 심리학 철학 등의 학문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한 일반화시키려 노력했다. 저자가 어느 정도로 이 주

우주론과 진화론, 그리고 건강

생명의 탄생, 진화, 그리고 건강 약 138억년 전 우리 우주가 탄생했다. 약 46억년 전에는 우리의 태양과, 지구가 탄생했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약 46~38억년전 사이에 무수히 지구와 충돌하던 운석의 수가 줄어들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비가 되어 내리면서 바다가 형성되고, 화성만한 원시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며 이 때 떨어져나간 덩어리가 달이 되었고, 최초의 생명이 탄생했다. 최초의 생명인 박테리아와 단세포생물들은 산소 없이 번성했으나, 약 25~5억년전 사이에 광합성을 하는 남조류가 출현하며 엄청난 양의 산소를 발생시켜 대규모 멸종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일부 박테리아는 다른 단세포생물 속으로 들어가 숙주인 세포에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산소로부터의 보호를 받는 형태의 공생관계를 구축하도록 진화하여 진핵세포를 만들어내고, 또 다른 일부의 박테리아는 진핵세포 기반의 다세포 동물들이 진화함에 따라 그들의 장으로 자리를 옮겨 살아남았다. 이들이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와 장내 미생물군인데, 모든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에도 똑같이 존재하고, 이들과 이들의 숙주인 우리 몸의 공생관계가 우리의 건강과 장수를 좌우한다. 솔직히 말해 제법 급진적인 느낌의 이야기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의 몇 년 간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우주론, 태양과 지구의 탄생, 생명의 탄생과 진화 등이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느낌은 신선하고 매끄럽기까지 하다. 소위 말하는 '후견지명'이 발동하는 느낌인데, 내가 이런 느낌을 받는다고 해서 이 가설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나는 완벽히 설득당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쉽고 간단한 얘기가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왜 누구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고, 누구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가? 왜 비슷한 식습관을 갖는 가족들은 비슷한 건강 상태를 갖는가? 왜 몸에 좋다는 것이 넘쳐나는데 건강한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을까?.. 습관과 건강에 대해 머릿 속에서 혼재하던 것들이 많이

모기라는 이름의 운

역병 역사는 운의 연속이라고 누군가 그랬다던가.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우리 종의 역사가 물리학이나 생물학의 영역에서 분리된 '인지 혁명'부터가 어떠한 유전자 돌연변이라는 운에 의해 촉발되었다. 하긴, 우리 우주의 생성부터 태양과 지구의 형성, 생명의 탄생부터 진화까지 어느 하나 운의 영역 바깥에 있는 사건이라고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 즉 호모 사피엔스가 허구를 다룸으로써 대규모로 유연하게 협력하는 능력을 획득하여 지구의 정복자로 올라서는 정도의 사건 또한 운의 영역인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를 폭발시키고 잉여 생산물을 만들어냄으로써 문명의 발전을 촉발시킨 농업 혁명은 어떨까? 역시 기후에 맞게 우연히 발견한 몇몇 곡물류를 작물화시키고, 몇몇 적당한 동물들을 가축화시킬 수 있었던 운에 의해 발생했다. 농경을 위해 특정 지역에 정착하고, 모든 부와 기반 시설이 땅에 메임에 따라 수렵채집 시절의 유연한 주거 이동성을 잃어버린 우리는 땅따먹기, 즉 전쟁을 통해 경쟁하고 발전해왔다. 농업 혁명으로 영양의 편중이 심해지고 가축과의 집단 생활에 따른 질병의 교환이 발생하면서, 그리고 여기에 더해 가혹한 전쟁 상황이 더해지면서, 우리의 역사에서 소위 역병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고 이에 따라 우리의 역사를 바꾸는 주요한 운적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 알렉산드로스 대제는 그리스-페르시아 전쟁과 필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정확히는 그 전쟁 중 발생한 역병으로 쑥대밭이 된 그리스를 정복한 마케도니아를 계승했고, 페르시아를 시작으로 전설적인 정복 활동을 이어갔으나, 역병에 막혀 인도 원정을 이어나가지 못했으며 본인의 또한 질병으로 젊은 나이에 죽었다. - 로마는 그 주변을 둘러싼 습지에 퍼져 있던 역병에 의해 결정적인 침략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고, 유럽을 지배하는 제국이 되어 세계사에 거대한 영향을 주었으나 바로 그 질병으로 쇠퇴하고 몰락했다. - 기독교는 박해받는 이단에서 로마의 쇠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