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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20의 게시물 표시

즐거운 독서를 위해 필요한 것들

왜 몰입이 안될까? 이상한 기분이다. 분명히 얇고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는 책인데, 정작 나는 책의 내용에 빠져들지는 못하고 있는 것은. 책의 내용은 이렇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밤하늘을 보면서 만들어낸 48개의 옛 별자리들이 있다. 이 별자리들은 최고신 제우스가 훌륭한 업적을 남긴 동물이나 인간을 기리거나, 한 때 훌륭했으나 스스로의 오만함에 발목 잡힌 자를 통해 인간들에게 경고를 남기기 위해 하늘에 새겨졌다. 그래서 각 별자리들은 신화 시대의 신들이나 인간들,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그 이야기들로부터 헌신의 가치, 오만의 위험 등의 교훈을 후대에 알려준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과학적인 탐구를 통해 세상을 더 정확하게 알아내는 중에도 이 별자리들이 갖고 있는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기존의 별자리들을 보존하려 한 반면, 현대의 과학은 더 넓고 깊어진 관찰 능력을 통해 우주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서 이런 이야기들의 가치를 무시하게 된 결과로, 별자리들을 무의미하고 추상적인 기호로 만들어버렸다. 데이비드 W. 마셜, 2020, " 하늘에 그려진 이야기 ", 커넥팅. 이 책은 저자가 고대의 별자리와 그 별자리에 담긴 이야기, 교훈 등을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에 쓴 책이다. 앞서 언급한 그리스 신화들과, 그로부터 생겨난 별자리들을 소개하고 있고, 하늘에서 이 별자리들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별자리들을 어떻게 생활에 활용했는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얇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며, 밤하늘과 천문에 흥미가 있거나,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법 재미있기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둘 다에 해당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배경지식, 그리고 흥미 돌이켜보면 아마도 아직 국민학생이던 시절 - 난 국민학교에 입학해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세대다 - 가장 재미있게, 즉 여러 차례 읽었던 책 중 하나가 <호메로스 이야기>, 그러니까 아마도 <일리아스>였다. 그게 벌써 근 30

만족스러운 노년을 위해 필요한 것들

"그런 노년을 나는 바라 마지 않는다." - 나이듦에 관하여, p160. 보통은 부정하기 바쁜 노년이라는 것을 '바라 마지 않는다'니, 어떤 노년일까? "바라건데 운이 따라서 노년기의 대부분 동안 그래 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더라도 초반에는, 높은 자존감과 주체성 같은 중년의 장점 대부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공명심으로 착각하기 일쑤였던 허영심이 잦아들고, 마음이 관대해지고 남을 돌아볼 줄 알게 되며, 내가 내린 결정을 끝까지 밀고 나갈 추진력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인생 목표를 추구하는 여유와 깊이가 다른 삶의 만족감을 맛본다." - 나이듦에 관하여, p159.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매력적이다. 아내와 곱게 그리고 사이 좋게 늙어가자는 얘기를 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년의 내가 이런 요소들을 갖추고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자존감과 주체성, 관대함과 배려, 추진력이라니, 이런 것들이 과연 노년에도 붙들고 있을 수 있는 요소이긴 한 건가? 거기다 새로운 인생 목표라니, 이거야말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다. 아내와 내가 원하는 '함께 곱게 늙기'는 대충 이런 모습인 것 같다.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될 것 같지만 그 다음은 어떨지..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gb-photostream/16429274630 ) 내가 대충 70대의 고령이 되어 명실상부한 노인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자존감과 주체성은 신체적인 건강과 재정적인 여유를 통해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운이 좋아 건강과 경제력이 잘 유지된다면, 사회가 유지되는 이상 약해진 신체 능력을 돈으로 보완하면서 여전히 많은 일들을 스스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관대함과 배려는 평생에 걸쳐 함양해나가야 하는 소양인 것 같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기본적으로 여유가 뒷받침되어야겠지만 여유 있다고 인심 좋다는 법은 없으니 이 부분은 내가 더 노력

잠이란 무엇인가? (매슈 워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요약하기#1)

나와 주변 사람들의 건강 그리고 인생을 이루는 가장 크고 중요한 요소인 '잠'에 대해 알 수 있는 최선의 지식이 가득하기 때문에, 이 책은 따로 평을 하거나 감상을 하기보다 요약을 해야겠다. #1. 잠이란 무엇인가 수면은 마지막으로 남은 가장 큰 생물학적 수수께끼 중 하나다. - 자는 동안 '식량을 모으거나, 사회 활동을 하거나, 번식을 하거나, 자식을 키우고 보호하거나, 심지어 스스로를 보호할 수 도 없음' 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종은 잠을 잔다. - 이 모든 페널티를 감수하고서라도 잠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엄청난 혜택 이 없다면, 잠이라는 메커니즘이 출현하고 존속하는 것을 막는 강한 진화압이 가해졌어야 한다. 수면은 매일 우리의 뇌와 몸의 건강을 새롬게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수단이다. 너무나 중요해서, 하룻밤 잠을 설쳤을 때 몸과 마음에 생기는 이상들에 비하면, 음식이나 운동을 하루 걸렀을 때 생기는 문제들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이다. 수면의 패턴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소는 평균적으로 약 24시간 15분의 주기를 갖는 체내시계이다. 시교차상핵에서 제어되고 멜라토닌에 의해 몸에 전달되는 이 수면 리듬은 수면 자체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각성 욕구의 정도를 조절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개개인의 수면 패턴에 영향을 준다. 시교차상핵은 특히 시각을 통해 전달받은 신호 - 주로 햇빛 - 을 통해 수면리듬을 24시간에 맞게 조정한다.  시차가 발생하는 여행을 할 때, 이 신체리듬은 이동한 지역의 햇빛 신호를 주로 활용하여 하루에 약 1시간정도 수면리듬을 조절할 수 있는데, 생물학적인 체내 시계가 24시간보다 약간 길기 때문에 하루를 늘리는 것이 줄이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는 서쪽으로의 여행이 동쪽으로의 여행 대비 시차 적응이 수월한 한 가지 이유이며,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잠드는 시간을 늦추는 것이 앞당기는 것보다 신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하

당신도 훌륭한 독재자가 될 수 있다

나도 독재자가 될 수 있을까? "코빌드(Cobuild) 영영 사전에는 '자신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잔인하고 불공정한 방식으로 대하는 사람'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따라서 왕이 아니어도, 잔인하고 불공정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곧 독재자가 된다." - 폭군, p255, <역자 후기> 중에서. 아무래도 답은 'Yes'인 모양이다.  책 읽고 감상을 적는 글에서 첫 번째로 인용하는 문장을 역자 후기에서 찾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너무나 핵심이 담겨 있는 문장이라 넘어갈 수가 없다. 보통 역사 시간이나, 문학 작품, 뉴스에서 만나는 공인된 독재자들은, 그 스케일이 최소 하나의 국가 단위이기 때문에 그 독재자들에 대한 비판은 할지언정 나와 내 주위에 비추어 반성하는 마음을 갖기는 어려운 것 같다. 최소한 나는 대량 학살을 저지르거나, 내 입맛대로 법을 변경하거나 하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으며 그럴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적도 가질 리도 없으니까. 그들의 잘못은 어디까지나 나와는 무관한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tyrant'를 검색하면 영영사전 검색결과로 '잔인하고 불공평한 방법으로 자신이 권위를 갖는 사람들을 다루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마침 코빌드 영어사전이다. 능력은 그렇다 치고, 마음은 어떨까?  정치나 사회 뉴스의 댓글로 달리는 주장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만은 이미 훌륭한 독재자인 사람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각종 혐오 발언들이나, 사회 현안에 대한 극단적인 반응들은, 그럴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누군가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억압하거나, 누군가의 생명을 일방적으로 빼앗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좀 더 작은 인간관계의 수준에서도, 상대방의 권리나 의사보다는 내 욕구가 우선 충족되기를 바라거나, 나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일임에도 상대방의 손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