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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란 무엇인가? (매슈 워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요약하기#1)

나와 주변 사람들의 건강 그리고 인생을 이루는 가장 크고 중요한 요소인 '잠'에 대해 알 수 있는 최선의 지식이 가득하기 때문에, 이 책은 따로 평을 하거나 감상을 하기보다 요약을 해야겠다.

#1. 잠이란 무엇인가

수면은 마지막으로 남은 가장 큰 생물학적 수수께끼 중 하나다.
- 자는 동안 '식량을 모으거나, 사회 활동을 하거나, 번식을 하거나, 자식을 키우고 보호하거나, 심지어 스스로를 보호할 수 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종은 잠을 잔다.
- 이 모든 페널티를 감수하고서라도 잠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이 없다면, 잠이라는 메커니즘이 출현하고 존속하는 것을 막는 강한 진화압이 가해졌어야 한다.

수면은 매일 우리의 뇌와 몸의 건강을 새롬게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수단이다. 너무나 중요해서, 하룻밤 잠을 설쳤을 때 몸과 마음에 생기는 이상들에 비하면, 음식이나 운동을 하루 걸렀을 때 생기는 문제들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이다.

수면의 패턴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소는 평균적으로 약 24시간 15분의 주기를 갖는 체내시계이다. 시교차상핵에서 제어되고 멜라토닌에 의해 몸에 전달되는 이 수면 리듬은 수면 자체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각성 욕구의 정도를 조절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개개인의 수면 패턴에 영향을 준다. 시교차상핵은 특히 시각을 통해 전달받은 신호 - 주로 햇빛 - 을 통해 수면리듬을 24시간에 맞게 조정한다.
 시차가 발생하는 여행을 할 때, 이 신체리듬은 이동한 지역의 햇빛 신호를 주로 활용하여 하루에 약 1시간정도 수면리듬을 조절할 수 있는데, 생물학적인 체내 시계가 24시간보다 약간 길기 때문에 하루를 늘리는 것이 줄이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는 서쪽으로의 여행이 동쪽으로의 여행 대비 시차 적응이 수월한 한 가지 이유이며,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잠드는 시간을 늦추는 것이 앞당기는 것보다 신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하루 주기는 다른데, 인구 약 40%는 '아침형,' 30%는 '저녁형'이며, 나머지 30%는 중간 정도지만 대체로 '저녁형'에 조금 치우쳐 있다. 당신이 저녁형 인간이라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신체 리듬에 맞는 생활 패턴이지만, 대부분의 사회적인 시스템은 '아침형 인간'에 맞춰져 있으므로, 수면의 질과 양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자연스럽게 각성 시간의 질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Note) 유연근무나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면, 본인의 수면 패턴을 신체 리듬에 맞춰 최적화하는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수면의 패턴을 결정하는 결정하는 두 번째 요소는 뇌에 쌓여서 '수면 압력'을을 가하는 아데노신이라는 화학물질이다. 아데노신은 깨어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농도가 높아지는 일종의 화학적 시계인데, 혈중 아데노신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확하게는 아데노신 수용기에 붙은 아데노신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수면을 취하고 싶어지는 '수면 압력'이 높아진다.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에 아데노신 대신 달라 붙음으로써 높은 아데노신 농도에도 불구하고 수면압력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혈중 카페인 농도는 섭취 후 30분에 최고치가 되며, 5~7시간이 지나야 반감된다. 반으로 줄어든 카페인도 여전히 강력한 각성 효과를 가질 뿐만 아니라, 흔히 먹는 디카페인 커피 또한 보통 커피의 15~30%에 해당하는 카페인을 함유하므로, 좋은 잠을 위해서는 생각보다 이른시간 이후에는 카페인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카페인의 분해 속도는 나이를 먹을수록 대체로 늦어진다.
 카페인은 우리가 아이들과 십대들에게 쉽게 주곤 하는 유일한 중독성 물질이기도 하다.
(*Note) 좋은 잠의 효용과 이를 잃었을 때의 손실을 생각하면 카페인 섭취는 조심해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아데노신 농도에 의해 결정되는 수면압력과, 체내 시계에 의해 결정되는 각성욕구 - 수면리듬 - 가 어우러져 우리의 수면 욕구를 결정한다. 낮 동안 충분히 쌓이 아데노신 농도와, 해가 지며 충분히 낮아진 각성 욕구가 밤 11시쯤 만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약 8시간의 숙면을 통해 아데노신이 완전히 제거되고 해가 뜨며 높아진 각성욕구가 아침 7시쯤 만나서 자연스럽게 기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하룻 밤을 꼬박 샌다면, 아데노신 농도는 줄어들 기회를 얻지 못해 계속해서 높아지지만, 수면 여부와 무관하게 동작하는 체내시계에 의해 각성 욕구가 높아지는 둘째 날 오후에는 묘하게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짐나 둘째 날 저녁이 되고 각성욕구도 줄어들면, 이틀동안 쌓인 아데노신에 의한 큰 수면압력을 이겨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된다.

과학적으로 수면을 검증할 때는 1) 뇌파 활성, 2) 눈 운동 활성, 3) 근육 활성을 측정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수면의 여러 특성들을 판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면을 정의하는 특징들은 1) 육상 동물의 경우 수평을 유지하는 식의 전형적인 자세, 2) 중력에 맞서 자세를 유지하는 골격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근육의 이완, 3) 의사소통이나 반응의 기미가 없음 등이 있고, 이 밖에 4) 쉽게 깨어날 수 있음, 그리고 5) 24시간의 주기를 가짐이 있다.
 과학적으로 잠의 유형은 비렘(non-REM) 수면과 렘(REM, Rapid Eye Movement) 수면이 있으며, 비렘수면은 깨우기 어려움으로 정의되는 깊이에 따라 1~4단계로 나누어진다. 비렘-렘수면 주기는 약 90분이며, 잠의 전반에 걸쳐 동일한 비율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는 비렘수면이, 후기에는 렘수면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잠을 늦게 자면 초기 수면의 비렘수면의 상당 부분을, 잠에서 일찍 깨면 후기 수면의 렘수면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된다.

비렘수면은 깨어 있을 때에 비해 뇌파의 진동이 느리며 뇌의 전반에 걸쳐 동기화되는 특성을 보인다. 비렘수면의 가장 대표적인 혜택은 깨어 있는 동안 습득한 단기 기억들을 뇌의 다른 부분에 있는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것이다.
 렘수면은 깨어 있을 때와 거의 동일한 뇌파 특성을 보이지만, 이와는 반대로 몸은 완벽한 마비 상태에 놓인다. 뇌에서 수의근들을 조절하지 못하게 하는 이 마비 상태는 렘수면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들이 몸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어떤 피해를 입지 않게 하려는 방어 장치인 것으로 보인다. 렘수면 단계에서는 장기기억을 하나씩 꺼내서 기이한 방식으로 연상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Note) 이게 꿈이 정신없는 이유이고, 꿈이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원리인 듯하다.
 진화적으로 봤을 때, 나무 위에서 잠을 자는 다른 영장류와 달리 인류는 땅에서 잠을 잤는데, 불에 의지해서 수면 중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보호했기 때문에 렘수면의 마비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추락을 걱정하지 않고 더 깊은 잠을 자도록 진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완전한 마비 상태에 드는 렘수면의 비중을 높일 수 있었는데, 이 렘수면과 꿈꾸기는 사회문화적 복잡성 수준과 인지 지능을 함양하는 토대가 되었다.
(*Note)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가 주장한 '인지 혁명', 즉 허구를 통한 대규모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뇌 속의 혁명이 이 주장과 연결된다.

생애 주기별로 잠의 특성은 차이를 보이는데, 태아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자는 것과 비슷한 상태로 보내고, 그 중 대부분은 렘수면 상태와 비슷하다. 태아의 발차기는 렘수면 상태의 마비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작적으로 일어나는 것 - 엄마 뱃속에서 뛰노는 게 아니라 - 일 가능성이 높다. 렘수면 상태에서 일어나는 무작위적이고 활발한 뇌파 활성은 태아의 뇌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동물 실험 결과 렘수면을 박탈당한 새끼 쥐는 뇌의 발달이 멈추고, 다시 렘수면을 허용하더라도 이 때 얻은 피해를 복구하지 못했다. 알코올은 알려진 가장 강력한 렘수면 억제제로, 임신 중에 섭취한 알코올은 태반 장벽을 쉽게 통과해서 태아에 전달되기 때문에, (*Note) 태교랍시고 수학 문제를 풀어주네 마네 하는 것보다 술 한 잔 안 먹는 게 훨씬 중요하다.
 선진국의 어른들에게서 관찰되는 단상 수면과 달리, 영유아들은 중간에 수없이 깨고 밤낮으로 짧은 잠을 여러 차례 자는 다상 수면 패턴을 보인다. 이는 시교차상핵의 발달이 생후 3~4개월이 지나야 이루어지기 때문이며, 이 즈음이 되어서야 아기는 하루주기 리듬에 통제되는 수면의 가능성을 보인다.
 영유아기의 비렘-렘수면 비율은 생후 6개월에 약 50대 50에서 차츰 줄어들어 10대 말이 되면 80대 20까지 조정되어 성년기 중반까지 유지된다. 이는 특히 영유아기에는 뇌의 연결을 무작위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지나치게 만들어내기 위해 렘수면이 더 필요하지만, 유년기 말과 청소년기의 학습을 통해 뇌를 더 효율적이고 개인화시키기 위한 재편과정을 위해 비렘수면이 더 필요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만 9세 아이의 하루주기 리듬이 아이를 대체로 9시에 잠들게 하는 반면, 16세 아이의 하루주기 리듬은 최대로 늦어져 밤 9시에도 각성욕구가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10대인 아이에게 밤 10시에 자라고 요구하는 것은 성인에게 저녁 7시에 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마찬가지로 10대인 아이에게 아침 7시에 일어나라고 하는 것은 성인에게 새벽 4시에 일어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Note) 이 때문에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 등교시간을 한 시간 늦춘 것만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대폭 향상되는 것이다.
 노년에 잠을 덜 자도 된다는 말은 낭설일 뿐이다. 노년에도 중년일 때만큼 잠이 필요하지만 그만큼의 잠을 자기가 어려울 뿐이다. 청소년기에 한없이 늦춰진 수면리듬은 점차 앞으로 당겨져서 노년기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방향으로 각성욕구가 세팅된다. 문제는 사회적인 수면 시간과 생물학적인 수면 시간이 맞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며, 수면리듬상 잠이 들 시간에 깨어서 활동하느라 자는 시간을 놓치지만 수면리듬에 따라 아침일찍 일어나는 형태로 수면부족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신체적인 리듬보다 늦게까지 깨어있으려 하다보면 자리에 앉아서 깜빡 조는 경우들이 생기는데, 이 때 수면압력 - 아데노신 농도 - 이 어느정도 해소되면서 노인들이 밤에 잠드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노화에 따라 수면을 생성하는 뇌 기능 자체도 약화되는 경우가 있고, 다른 신체적인 약화 - 방광 근육의 약화 - 나 복용하는 약물, 갖고 있는 지병 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수면의 전반적인 질도 낮아지는 것이 문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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