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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21의 게시물 표시

비오는 날 수영장에서 책 읽기

명상이란 우산 같은 건가 싶었다. 게으름도 이런 게으름이 없지.. 벌써 반 년이나 흘렀다.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여름, 사촌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제주도에 내려간 김에 며칠 더 머물면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날씨는 흐렸지만 애초에 어디 안 돌아다니고 호텔에만 박혀 있을 참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좋았다. 아내는 제주도 최고라는 짬뽕에, 아이는 간만에 온 수영장에, 나는 간만에 본떼 있게 하는 독서에 모두가 즐거운 휴가였다. 그 와중에 둘째 날이었나? 왠지 몸이 안 좋은 게 아이랑 물에서 더 놀아주다간 감기에 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수영장 갈 생각에 신이 날 대로 나 있는데 말이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열이라도 나면 큰일이지 싶어 미안하지만 아내한테 아이를 맡기고 나는 썬베드에 앉아서 책이나 볼 참이었는데.. 이런, 날이 꾸무리한 게 언제 비가 와도 할 말 없는 날씨였다. 지금 생각해봐도 마음이 심란해질 법한 상황이었는데, 그 날따라 묘하게 마음이 평안했다. '뭐, 바람도 안 불겠다 아직 비도 내리기 전이니 우산 하나만 챙겨 놓으면 우산 쓰고 책 보면 되지.' 추울지 모르니까 수건도 넉넉히 챙기고, 신나 죽는 아이의 웃음소리를 배경 삼아 책을 펼쳤는데, 역시나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난 자연스럽게 우산을 펼치고 그 밑에서 계속 책을 읽었다. "마음챙김은 현재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일에 정신이 필리거나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 지금 펼쳐지고 있는 삶을 직접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p33. 문득 명상이란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우산 하나 챙겨온 덕에 현재에 집중할 수 있었고, 수영장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웃음소리,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그리고 흥미로운 책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가 더 많이 오거나, 날씨가 더 춥다면 우산도 도움이 안 됐겠지. 하지만 그 날만큼

더 이상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달라이 라마, "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 김영사, 2001. 하도 오래 전이라 확신은 없지만, 시작은 이 책이었던 것 같다. '깨어있음' 혹은 '알아차림'이라는 개념을 마음 한 구석에 가지기 시작했던 것은. 거의 20년 전에 - 출간년도를 확인해보니 2001년이다 - 읽었던 책이라 각론이든 총론이든 아무 것도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표지 사진 속 아이의 얼굴과, 무엇을 하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상태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개념만은 기억 속에 박혀 있었다. 이 '알아차림'이라는 개념은 시간이 흘러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개념으로 다시 다가왔다. 어떻게인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나에게 마음챙김 운운하기 시작한지도 몇 년은 된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고 스스로 더 나아지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읽은 많은 책에서도, '명상' 혹은 '마음챙김'의 혜택을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위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나는, 적극적으로 마음챙김을 실천하기 위해 시간을 내기에는 그 혜택이 명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핑계를 대며 적극적으로 마음챙김 수행 혹은 명상이라는 것을 시도해보지 않았다. 핑곗거리를 잃어버리다 샤우나 샤피로, " 마음챙김 ", 안드로메디안, 2021. "심리적, 인지적, 신체적 건강 영역에서 마음챙김 수행의 중요한 이점을 확인해준 연구는 수 없이 많다." - 마음챙김, p81. 이건 뭐 '닥치고 해봐야 되는' 수준이다. 이렇게나 다양한 혜택이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을 거라고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책에서 소개한 이점들에 붙어 있는 참고문헌과 각 인용 수 및 수록된 저널의 영향력 지수 를 정리해봤다(인용은 Google Scholar 검색시점 기준, 영향력 지수는 Wikipedia 기준).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ㅡ.ㅡ; 심리적 이

내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기 3년 전에 돌아가셨다?

"내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기 3년 전에 마차 사고로 돌아가셨다." - 20년 전,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며 만든 동인지에 한 친구가 실은 소설의 도입부. 어떻게 창의적으로 헛소리를 늘어놓을지를 경쟁하던 고등학생 시절의 얘기다. 컴퓨터 동호회를 빙자하여 모인 게임/만화 동호회 친구들과 함께 창작 소설이라든지, 만화 캐릭터라든지, 화투의 비광 그림이라든지를 모아서 동인지를 만들었다. 왜 이걸 만들기로 했는지, 이걸 갖고 뭘 했는지까지는 이제 와서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어느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소녀 주인공 그림을, 다른 친구는 인간 복사기 수준으로 필사한 화투의 비광 그림을 그려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던 흐뭇하기만 하지는 않은 기억은 난다. 그리고 또 하나 내 기억에 박혀 있는 기억은, 또 다른 친구가 쓴 헛소리 가득한 판타지 소설의 도입부이다. 염세적인 태도로 아픈 과거를 숨기고 있지만 쿨하고 멋지고 사실 속마음은 따뜻한 주인공이 - 아마도 작가 본인의 이상적 자아상을 투영하지 않았을까? -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였을 터인데, 그 도입부가 가관이었다. 태어나기 3년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는 불운이라니! 이 굉장히 창의적인 헛소리는 당시 우리 모두를 매료시켰고, 30대의 마지막에 '후성유전'의 흥미로운 사례를 읽던 내 기억을 사로잡았다. "'아버지'라는 그 우스운 단어를 꼭 사용하고 싶다면, 너는 어머님이 드신 동물들과 마신 물까지도 모두 아버지라고 불러야 해." - 눈물을 마시는 새, 1권, p119. 나의 십대 후반과 이십대 중반을 지배한 키워드 중 하나는 '판타지'다. 그 중에서 아직까지도 갖고 있는 소설의 한 구절인데, 모계 사회를 이룬 '나가'라는 종족이 부계를 부정하는 철학이 드러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현대 과학의 도움 없이는 친자 확인을 할 수 없는 남성과 - 내 아이를 가진 여성을 상당 기간에 걸쳐 타인과 격리시키는 비현실적인 시도를 하더라도 성령으로 잉태한

2021년 목표

 2021년에 나는, 회사에서,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팀원들과 공유하는 좋은 조직문화라는 것을 구체화시키겠다. 팀의 외연이 넓어질 수 있도록, 한정된 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협업체계를 만들어가겠다. 분기별로, 동료들과 팀의 목표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관점을 공유하겠다. 동료들에게 좋은 책 한 권을 소개하겠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최소 한 권씩의 책을 선물하겠다. 하반기에는 업무에서 잠깐 벗어나 다 함께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건강을 위해, 수면, 식사, 운동 습관 관리를 유지하고(Tracker), 질적/양적으로 2020년보다 개선된 습관 체계를 만들겠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50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겠다. 그 중 24권+는 씽큐ON 도서 나머지는 아직 읽고 서평쓰기 못 한 2020년 씽큐ON 도서들 + 기타 관심 도서들 변함 없이 매일을 기록하겠다. 노후 준비를 위해, 이사 관련 중장기 금융자산 형성/관리 계획을 확정하겠다. 아내와 나의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은 최소 세금공제 허용치를 맞출 만큼은 유지하겠다. 우리의 다음 집에 대해서 결정하고, 기회가 된다면 관련된 포지션을 취하겠다.

2020년 리뷰

 2020년이 시작할 무렵 나는, 회사에서, 2021년에 내가 승격할 것을 기대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상위고과를 얻고자 했다. 2021년에 친구와 함께 승격할 수 있도록 그 친구가 충분한 성과를 내고,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가능만 하다면 내가 받을 상위고과를 양보할 수 있도록, 고과 외에 승격에 필요한 중국어 어학점수를 확보하고자 했다. 1차 목표는 TSC Lv3 2차 목표는 TSC Lv4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최소 한 권씩의 책을 선물하려고 했다. 건강을 위해, 7.5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려고 했다. 취침 4시간 전에는 공복을 유지하려고 했다. 가능하면 음주를 줄이려고 했다. 가능하면 밀가루/설탕/유제품 섭취를 줄이려고 했다. 매일 운동을 하려고 했다. 매일 체중을 재려고 했다. 출근하는 날은 사무실까지 걸어올라가려고 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50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려고 했다. 출근하는 날은 퇴근 시간을 의미없이 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매일을 기록하려고 했다. 노후 준비를 위해, 금융자산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려고 했다. 아내와 나의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최대치로 납입하려고 했다. 아내가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권하려고 했다. 우리의 다음 집에 대한 일단의 결론을 내려고 했다. 2020년에 나는 실제로, 회사에서, 차상위 고과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직 내에서의 내 위치와 역량, 내가 일에 투입한 시간을 고려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준의 결과였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기회가 주어질만한 위치에 있을 수 있었던 운에 대해서 감사하고, 업무나 평가의 기회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다른 부서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이 돌아가게 해야겠다. 1차 목표였던 TSC Lv3는 획득했지만 예상보다 반년 가량 늦은 8월 시험에서야 달성했다. 2차 목표였던 TSC Lv4는 12월까지 시도했으나, 10~12월 한시적 초과근로(주 60시간)를 하면서 목표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