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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달라이 라마,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김영사, 2001.


하도 오래 전이라 확신은 없지만, 시작은 이 책이었던 것 같다. '깨어있음' 혹은 '알아차림'이라는 개념을 마음 한 구석에 가지기 시작했던 것은. 거의 20년 전에 - 출간년도를 확인해보니 2001년이다 - 읽었던 책이라 각론이든 총론이든 아무 것도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표지 사진 속 아이의 얼굴과, 무엇을 하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상태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개념만은 기억 속에 박혀 있었다.

이 '알아차림'이라는 개념은 시간이 흘러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개념으로 다시 다가왔다. 어떻게인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나에게 마음챙김 운운하기 시작한지도 몇 년은 된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고 스스로 더 나아지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읽은 많은 책에서도, '명상' 혹은 '마음챙김'의 혜택을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위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나는, 적극적으로 마음챙김을 실천하기 위해 시간을 내기에는 그 혜택이 명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핑계를 대며 적극적으로 마음챙김 수행 혹은 명상이라는 것을 시도해보지 않았다.


핑곗거리를 잃어버리다

샤우나 샤피로, "마음챙김", 안드로메디안, 2021.

"심리적, 인지적, 신체적 건강 영역에서 마음챙김 수행의 중요한 이점을 확인해준 연구는 수 없이 많다."

- 마음챙김, p81.

이건 뭐 '닥치고 해봐야 되는' 수준이다. 이렇게나 다양한 혜택이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을 거라고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책에서 소개한 이점들에 붙어 있는 참고문헌과 각 인용 수 및 수록된 저널의 영향력 지수를 정리해봤다(인용은 Google Scholar 검색시점 기준, 영향력 지수는 Wikipedia 기준).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ㅡ.ㅡ;

  1. 심리적 이점
    1. 행복감 증가
      1. Ricard, Matthieu, Antoine Lutz, and R. Davidson. "Neuroscience reveals the secrets of meditation’s benefits." Scientific American 311.5 (2014).
        : 10회 인용, 영향력 지수: 1.629 (2019)
      2. Ferguson, Yuna L., and Kennon M. Sheldon. "Trying to be happier really can work: Two experimental studies."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8.1 (2013): 23-33.
        : 66회 인용, 영향력 지수: 3.828 (2019)
    2. (자신과 타인에 대한) 자비 증가
      1. Toole, Aubrey M., and Linda W. Craighead. "Brief self-compassion meditation training for body image distress in young adult women." Body image 19 (2016): 104-112.
        : 55회 인용, impact factor: -
      2. Lutz, Antoine, et al. "Regulation of the neural circuitry of emotion by compassion meditation: effects of meditative expertise." PloS one 3.3 (2008): e1897.
        : 1,310회 인용, 영향력 지수: 2.740 (2019)
    3. 삶의 만족도 증가
      1. Monti, Daniel A., et al.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mindfulness‐based art therapy (MBAT) for women with cancer." Psycho‐Oncology: Journal of the Psychological, Social and Behavioral Dimensions of Cancer 15.5 (2006): 363-373.
        : 499회 인용, 영향력 지수: 3.455 (2017)
      2. Henderson, Virginia P., et al.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for women with early-stage breast cancer receiving radiotherapy." Integrative cancer therapies 12.5 (2013): 404-413.
        : 75회 인용, 영향력 지수: 2.657 (2017)
      3. Johannsen, Maja, et al. "Efficacy of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on late post-treatment pain in women treated for primary breast cancer: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34.28 (2016): 3390-3399.
        : 99회 인용, 영향력 지수: 24.008 (2016)
    4. 관계의 질 개선
      1. Kozlowski, Anna. "Mindful mating: Exploring the connection between mindfulness and relationship satisfaction." Sexual and Relationship Therapy 28.1-2 (2013): 92-104.
        : 108회 인용, 영향력 지수: -
    5. 업무 만족도 증가
      1. Roeser, Robert W., et al. "Mindfulness training and reductions in teacher stress and burnout: Results from two randomized, waitlist-control field trials."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105.3 (2013): 787.
        : 643회 인용, 영향력 지수: 5.178 (2018)
    6. 삶의 의미 증가
      1. Garland, Eric L., et al. "Testing the mindfulness-to-meaning theory: Evidence for mindful positive emotion regulation from a reanalysis of longitudinal data." PloS one 12.12 (2017): e0187727.
        : 44회 인용, 영향력 지수: 2.740 (2019)
    7. 스트레스 감소
      1. Shapiro, Shauna L., Daniel E. Shapiro, and Gary ER Schwartz. "Stress Management in Medical Education: A Review of the Literature." Academic medicine 75.7 (2000): 748-759.
        : 629회 인용, 영향력 지수: 5.083 (2018)
    8. 우울 감소
      1. Fjorback, Lone Overby, et al.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and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Acta Psychiatrica Scandinavica 124.2 (2011): 102-119.
        : 854회 인용, 영향력 지수: 5.605 (2014)
    9. 불안감 감소
      1. Miller, John J., Ken Fletcher, and Jon Kabat-Zinn. "Three-year follow-up and clinical implications of a mindfulness meditation-based stress reduction intervention in the treatment of anxiety disorders." General hospital psychiatry 17.3 (1995): 192-200.
        : 1,656회 인용, 영향력 지수: 3.220 (2018)
  2. 인지적 이점
    1. 주의력 증가
      1. Tang, Yi-Yuan, et al. "Short-term meditation training improves attention and self-regula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4.43 (2007): 17152-17156.
        : 1,873회 인용, 영향력 지수: 9.412 (2019)
    2. 기억력 증가
      1. Hölzel, Britta K., et al. "Mindfulness practice leads to increases in regional brain gray matter density." Psychiatry research: neuroimaging 191.1 (2011): 36-43.
        : 2,366회 인용, 영향력 지수: 2.964 (2011)
    3. 창의력 증가
      1. Lebuda, Izabela, Darya L. Zabelina, and Maciej Karwowski. "Mind full of ideas: A meta-analysis of the mindfulness–creativity link."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93 (2016): 22-26.
        : 117회 인용, 영향력 지수: 2.311 (2019)
    4. 혁신력 증가
      1. -
    5. 딴생각 감소
      1. Mrazek, Michael D., et al. "Mindfulness training improves working memory capacity and GRE performance while reducing mind wandering." Psychological science 24.5 (2013): 776-781.
        : 966회 인용, 영향력 지수: 4.902 (2018)
      2. Deng, Yu-Qin, Song Li, and Yi-Yuan Tang. "The relationship between wandering mind, depression and mindfulness." Mindfulness 5.2 (2014): 124-128.
        : 96회 인용, 영향력 지수: 3.000 (2018)
      3. Killingsworth, Matthew A., and Daniel T. Gilbert. "A wandering mind is an unhappy mind." Science 330.6006 (2010): 932-932.
        : 2,377회 인용, 영향력 지수: 41.845 (2019)
    6. 문제 해결력 증가
      1. Ostafin, Brian D., and Kyle T. Kassman. "Stepping out of history: Mindfulness improves insight problem solving." Consciousness and cognition 21.2 (2012): 1031-1036.
        : 329회 인용, 영향력 지수: 2.044 (2019)
    7. 성적 향상
      1. Bowlin, Stephanie L., and Ruth A. Baer. "Relationships between mindfulness, self-control, and psychological functioning."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52.3 (2012): 411-415.
        : 293회 인용, 영향력 지수: 2.311 (2019)
  3. 신체적 이점
    1. 면역 기능 개선
      1. Davidson, Richard J., et al. "Alterations in brain and immune function produced by mindfulness meditation." Psychosomatic medicine 65.4 (2003): 564-570.
        : 4,667회 인용, 영향력 지수: -
    2. 고혈압 개선
      1. Kabat-Zinn, Jon. "An outpatient program in behavioral medicine for chronic pain patients based on the practice of mindfulness meditation: Theoretical considerations and preliminary results." General hospital psychiatry 4.1 (1982): 33-47.
        : 4,585회 인용, 영향력 지수: 3.220 (2018)
    3. 만성 통증 감소
      1. Kaliman, Perla, et al. "Rapid changes in histone deacetylases and inflammatory gene expression in expert meditators." Psychoneuroendocrinology 40 (2014): 96-107.
        : 256회 인용, 영향력 지수: 4.732 (2020)
    4. 치명적 염증을 예방하도록 돕는 후성유전학적 조절력 강화
      1. -
    5.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심장 기능 등 심혈관 인자의 개선
      1. Matousek, Rose H., Patricia L. Dobkin, and Jens Pruessner. "Cortisol as a marker for improvement in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Complementary therapies in clinical practice 16.1 (2010): 13-19.
        : 256회 인용, 영향력 지수: 1.701 (2017)
    6.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 감소
      1. Shapiro, Shauna L., et al. "The efficacy of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in the treatment of sleep disturbance in women with breast cancer: an exploratory study." 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 54.1 (2003): 85-91.
        : 466회 인용, 영향력 지수: 3.268 (2012)
      2. Ong, Jason C., Shauna L. Shapiro, and Rachel Manber. "Combining mindfulness meditation with cognitive-behavior therapy for insomnia: a treatment-development study." Behavior therapy 39.2 (2008): 171-182.
        : 282회 인용, 영향력 지수: 3.228 (2017)
      3. Ong, Jason C., et al.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mindfulness meditation for chronic insomnia." Sleep 37.9 (2014): 1553-1563.
        : 223회 인용, 영향력 지수: 5.135 (2017)
    7. 주의력, 기억력, 감성 지능, 자비, 공감과 관련된 뇌 영역의 피질 비후
      1. -
      2. Lazar, Sara W., et al. "Meditation experience is associated with increased cortical thickness." Neuroreport 16.17 (2005): 1893.
        : 2361회 인용, 영향력 지수:  1.343 (2016)
    8. (DNA 가닥 끝을 수리하고 보호하여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고 노화를 늦추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 수치 증가
      1. Jacobs, Tonya L., et al. "Intensive meditation training, immune cell telomerase activity, and psychological mediators." Psychoneuroendocrinology 36.5 (2011): 664-681.
        : 557회 인용, 영향력 지수: 4.732 (2020)
    9. 뇌의 신경 통합이 증가하여 최적의 기능 수행 가능
      1. Siegel, Daniel J. "Mindful awareness, mindsight, and neural integration." The Humanistic Psychologist 37.2 (2009): 137.
        : 251회 인용, 영향력 지수: - 
      2. Siegel, Daniel J. "Mindfulness training and neural integration: Differentiation of distinct streams of awareness and the cultivation of well-being." Social cognitive and affective neuroscience 2.4 (2007): 259-263.
        : 367회 인용, 영향력 지수: 3.662 (2018)

SCI Jounal 홈페이지에 게재된 영향력지수 소개글에서 발췌(https://www.scijournal.org/articles/good-impact-factor)


영향력 지수는 분야마다 차이가 있고, 사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관계로 위 논문이 실린 저널이 얼마나 대단한지까지는 설명할 길은 없지만, 전체 저널 중 영향력 지수 2 이상이면 넉넉하게 중간 이상은 된다는 얘기다. 거기다 많은 논문들이 상당한 피인용 수를 자랑한다. 냉철한 공돌이를 표방하는 나로서는 이쯤 되면 더 이상 핑계댈 여지는 없다. 여느 약물이나 GMO 작물처럼 부작용에 대해서 고민할만한 점도 없으니, 그냥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만 고민할 일이다.


의도와 주의, 그리고 태도

"의도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를 계속 상기하게 하며,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주의는 우리의 관심을 현재 순간에 계속 머물도록 훈련시킨다.
태도는 우리가 주의를 기다리는 방법을 안내한다. 특히 호의와 호기심을 품게 한다."

- 마음챙김, p96.

책에 따르면, 마음 챙김을 수행할 때 고려할 기본 요소는 의도와 주의, 태도이다.

의도는 지향적을 설정함으로써 방향을 잡아준다. 사이먼 사이넥의 유명한 테드 강연인 "Start with why - How great leaders inspire action"에서 말하는 '왜?'가 가장 중요하다는 개념과 일치한다. 하지만 리더가 주는 영감을 이야기하는 사이먼 사이넥과 달리, 우리 자신을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 데 '올바른' 혹은 '완벽한' 의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주의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행복은 우리가 하는 일보다는 얼마나 그 일에 충실히 참여하는지에 달려 있다. 어떤 주어진 환경에서든 최선을 다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는 방법이고, 조던 피터슨이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이다.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지금의 당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또 당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삶에서 혼돈을 줄이고, 질서를 재정립하며, 세상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 12가지 인생의 법칙, p103.

태도는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적인 판단에는 '마음챙김'이라는 것을 수행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한다. 방향 설정과 주의는 꼭 필요하지만, '마음챙김'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어디서든지 들을 수 있다. 반면 '호의와 호기심'을 가지고 나를 바라본다는 개념이야말로 자기 자비로 이어지는 핵심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변화에는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수행의 목표는 뭔가를 기어이 해내는 데 있지 않다.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

- 마음챙김, p63.

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짧든 길든 명상을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나한테는 기상 직후보다는 취침 직전이 조금 더 집중하기가 좋은 것 같다. 이제 길면 12분 정도 내 감각과 숨에만 집중하면서 떠다니는 생각들 - 감정은 아직 잘 모르겠다 - 을 관찰하고, 빼앗기는 주의를 되돌리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특별히 삶이 변화한 것 같은 느낌은 없다.

기본적으로 의심이 많은 성향이라 일어날 법한 플라세보 효과도 잘 안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플라세보나 마음챙김이나 맥이 통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마음챙김을 하면서 플라세보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얘기고, 꾸준히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몇 번 해보고 잘 안되네 하면서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가치 있는 - 최소한 나나 나와 유사한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 이유가 이것인 것 같다. 과학이 효능을 지지해준다는 것은 잠복기에서도 노력을 기울이는데 훌륭한 지침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경로로든 현재에 집중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어떤 사람들은 '마음챙김'이라는 개념에 집중할 것이고, 일부는 그 혜택을 끝내 얻어내기 위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회사 동료들에게 강력히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들

앤디 퍼디컴,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스노우폭스북스, 2020. 

"그러니 마음이 어수선하고 산만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그냥 가만히 주의를 돌려 다시 신체 감각에 집중하라."

-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p77.

한 때 불가에 귀의했던 저자가 수많은 실수를 거쳐 얻은 반성과 명상의 노하우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마음챙김"처럼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쉽게 명상에 접근하는 방법들과 빠지기 쉬운 함정들에 대처하는 팁 등을 소개해준다. 당장에 "마음챙김"을 읽고 명상을 시도할 때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로부터 다시 주의를 되돌리는 연습을 할 때, 이 책에서 소개된 '고속도로변의 관찰자', '푸른 하늘' 그리고 '야생마를 길들이는 방법'의 비유가 도움이 되었다. 나처럼 헤매는 초보자들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반년만에 겨우 쓴 서평 링크: 비 오는 날 수영장에서 책 읽기.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비즈니스북스, 2019.

"변화는 다음의 간단한 두 단계로 이뤄진다.
1.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한다.
2. 작은 성공들로 스스로에게 증명한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p63.

"핵심은 크나큰 변화를 이끌어줄 자잘한 행동 변화, 즉 '아주 작은 습관(micro habits)을 개발하는 것이다."

- 마음챙김, p65.

더 말이 필요할까? 정말 많은 것이 닮아 있고, 책을 읽는 내내 '알아차림', '현재에 집중'하는 방법론, 마음챙김 수행을 꾸준히 수행하는 방법론으로 이 책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프로 레벨을 목표하던 운동선수였다가 부상으로 목표가 사라진 후에 지금의 자리로 올라온 작가의 스토리도 똑같다! 분야는 다르지만 인생의 큰 좌절에서 회복하고 다른 분야에서 성취를 이루어내는 밑바탕에 깔린 철학은 동일한 모양이다.

다음은 이 책을 읽었을 당시 썼던 서평인데, 허접한 글이지만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
 <일상은 어떻게 정체성을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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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버지께서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가족 여행을 가면 나는 꼭 어디에 도착해서야 잠에서 깨곤 했다. 그 때마다 조수석의 어머니께서는 좋은 경치는 하나도 못 보고 밥 먹을 때만 일어난다고 핀잔을 주곤 하셨는데, 아무리 깨어 있으려고 해도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난 여지 없이 곯아떨어졌다. 성인이 된 후에 생각해보니 그 시절의 나는 차멀미를 했던 것이었다. 멀미라는 건 눈과 귀 - 정확히는 전정기관 - 에서 감지되는 움직임에 대한 정보 불일치를 뇌가 불편하게 느끼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얼추 맞을텐데, 차에서 스마트폰을 볼 때 속이 더 메슥거리거나, 운전자는 멀미를 하지 않는 걸 생각해보면 된다. 차멀미를 할 때는 먼 산을 보라거나,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마시라거나 하는 민간요법이 전해지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다 소용 없는 일이다. 달리는 차 창문을 열고 머리 날리게 바람을 맞으면서 볼 것도 없는 먼 산을 아무리 노려보고 있어도, 멀미는 잦아들지 않았다. 조수석에라도 앉을 수 있다면 좀 나았겠지만 조수석에 갈 짬은 전혀 아니었으니 가장 확실히 멀미를 피하는 방법은 잠들어 버리는 것이었는데, 이걸 어느 정도 인지한 다음에는 메슥거림이 느껴질 때는 일부러 눈을 감고 잠드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아마 이 기전이 몸에 쌓이면서 차만 타면 자는 식으로 몸이 반응한 게 아닐까.  ""과학의 속도가 윤리적인 이해 수준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각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표현하느라 애를 먹게 된다." 2004년 하버드 대학교의 철학자 마이클 샌델이 쓴 글이다." - 유전자 임팩트, p620. 어른이 되면서 멀미 자체에 대한 민감도도 떨어진데다 이제는 어디 갈 때 거의 운전석에 앉기 때문에 멀미에 시달릴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과 기술의 발전을 보고 있으면 가끔 속이 울렁거릴 때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케빈 데이비스, " 유전자 임팩트 &qu

호르몬 불균형과 지방, 그리고 치즈

 호르몬 불균형은 건강에 좋지 않다.  주로 호르몬이 부족하니 뭔가로 보충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긴 하지만, 이 주장에 동의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뭐든 균형 잡힌 게 좋은 법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부족하니 보충해야 한다는 말은 많은데 너무 넘치니 줄여야 한다는 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글에 '에스트로겐'과 '식품'을 한글과 영문으로 검색해보면, 어느 쪽이든 건강과 미용에 좋은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갱년기에 이것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라는 소개 페이지만 잔뜩 검색된다. 물론 여기에 소개되는 음식은 거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호박, 쥐눈이콩, 석류 같은 것들이긴 하지만, 아무튼 과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페이지는 보이지 않는다. 닐 바너드,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 브론스테인, 2021. 닐 바너드의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는 에스트로겐을 비롯한 호르몬의 불균형, 그 중에서도 주로 과다한 호르몬이 어떤 건강 문제들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호르몬 과다를 일으키는 원인과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식습관을 알려주는 책이다. 호르몬 불균형이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과 식습관 개선을 통해 극적으로 개선된 사례들, 그리고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의학적 연구 결과들을 다양하게 알려준다. 물론 우리가 <영양의 비밀>을 통해 이미 알고 있듯이 우리 몸이 어떤 영양소에 반응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여기 소개된 극적인 사례들이 당장 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호르몬과 건강에 대해 현대 과학이 밝혀낸 가장 신뢰성 높은 지식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식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은 '행복에 있어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안티프래질한 전략일 것이다. "밝혀진 바로 유방암의 최대 위험인자는 호르몬, 그 중에서도 에스트로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