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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21의 게시물 표시

시스템이 개선된다는 것

요런 북마크를 넣을 줄 몰라서, 캡쳐된 이미지에 기사 링크 검ㅡ.ㅡ; 삼성에서 요런 인사제도 개편안을 내놨다고, 기사에 난 걸, 지인에게 카톡으로 받아서, 그제서야 알았다. 왜 이 놈의 회사는 큰 소식은 죄다 이렇게만 받는지... 아무튼 읽어보니 큰 변화이면서, 내가 생각했던 방향성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개편안이 언급되고 있어서 감상이랄까, 소회 정도를 끄적여보려고 한다. 요지는 업적에 대한 보상과 능력에 대한 보상을 분리 하는 것이다. 당해의 성과에 대해서는 연봉 인상률로, 누적된 능력의 보상에 대해서는 승격으로 보상하는 개념인데, 이게 왜 중요하냐면 성과란 능력과 기회와 운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의 능력이라는 요소는 성과를 달성할 확률을 높이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그마저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이 연결고리조차 끊어지게 된다. 반면 회사의 존재 목적은 사업을 영위하여 돈을 버는 것이고, 당연히 어떤 금전적 보상은 회사가 벌어 들인 이익의 범위 내에서, 이익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게 성과에 금전적 보상이 차등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당위인 것인데, 문제는 이런 보상체계만으로는 성과를 달성할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라는 요소를 강화시킬 유인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직원의 연봉이 아니라 능력이 커져야 성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이므로,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몇 번 기회에서 소외되거나 운이 없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성과를 인정 받지 못하면 '어차피 안 되는' 상황으로 접어들면? 그 사람은 외적 동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높고 이 상태에서 내적 동기를 불태울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게다가 이건 제법 민감할 수 있는 얘기긴 한데, 고용이 유연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만큼 사업에 고정적으로 부담을 주는 요소는 없기 때문에, 회사는 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건비의 상승을 최소화하려는 동기를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제한적인 총 추가 연봉인상율을 나눠주는 구조로 성과

누군가에게는 시궁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닌 이유

"***님은 여기 남아서 더 많은 역할을 해 주시는 게 조직에 더 크게 기여하는 선택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기대도 안 하던 해외연구소 주재원 기회가 있어서, 고심 끝에, 그리고 아내와 상의 끝에 도전해보기로 했었다. 아내의 커리어 문제와 아이의 교육 문제, 그리고 해당 연구소 조직과의 협업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나에게는 당연하고, 조직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마음을 굳힌 것인데, 이 기회를 나에게 줄 수 있었던 내 부서장은 나에게 이 기회를 줄 의사가 전혀 없었다. 아니, 내가 아니라 어느 누구였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상대방이 가치 있게 여기는 자원에 대한 접근 권한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 권력의 원리, p26. 위의 사례에서 해외연구소 주재원의 발탁 기회는 나에게 매우 가치 있는 자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으레 주재원 생활을 할 때 주어지는 경제적인 혜택이 상당히 크기도 했거니와,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가 하기 마련인 아이의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이민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나은 솔루션을 제공해준다는 면에서도 그렇고, 한국과 시차가 크지 않은 곳이라 아내가 지금의 직장을 유지하면서 원격 근무를 할 수 있을 가능성도 매우 높은 지역이었고, 40대라는 인생의 전성기에 커리어의 스펙트럼 이동을 극히 낮은 기회 비용으로 해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조직이 그 연구소와의 협업 과정에서 낮은 효율을 극복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재원에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조직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도 있었을 터였다. 주재원 생활이 영원하지도 않고, 나의 향후 10년 목표 중 임금에 관련된 첫 번째는 이 회사에 계속 다니는 것이었던 터라, 지난 10년간 지금의 조직에서 쌓아 온 커리어를 완전히 훼손시키는 선택을 할 마음도 없었기 때문에, 이는 양쪽 모두에 도움이 될만한

비전을 쥐어짜는 힘

'마른 걸레 쥐어짜듯 비전이라는 걸 쥐어짜내야겠다.' 정말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프라나브 미스트리. 이 아저씨랑 일해볼 뻔 했더랬다.. (출처: 위키피디아) 지금의 조직에 강한 문제의식만 느끼던 시절에, 결국 남게 되더라도 이직이 허황된 꿈인지 선택 가능한 옵션인지 가늠해보겠다고 결심한 어느 해의 일이었다. 어쩌다보니 TED에서나 보던 창의력 넘칠 것 같은 아저씨가 이끄는 팀에 참여할 기회가 있어 덜컥 지원을 했는데, 무려 본인과 면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내가 했던 질문 중 하나가, '당신은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한국 사무실과의 소통의 효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 상태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겠는가?' 였다. 이 문제는 당시 해외연구소와 협업 과정에서도 심각하게 느끼던 문제고, 지금의 코로나 시국에서 활성화된 재택근무 시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문제인데, 당시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 '비전' 이었다. 요컨대 역량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면 협업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는 것이었는데, 당시의 나를 지배하던 문제의식은 '관리의 부재'였던 터라 '아, 이 사람도 뜬구름 잡는 얘기나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흘려넘겼더랬다. 아마도 그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탓으로 그가 말한 '비전이 이끄는 협업'을 경험해볼 기회는 없었고, 또 그 가치에 공감하지도 않았었기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몇 년이 지나 다시 그 때의 일을 떠올리게 하는 책을 만났다. 마이클 하얏트, " 모두를 움직이는 힘 ", 로크미디어, 2021. "지도자는 비전을 제시하지만 관리자는 비전을 실행한다." — 모두를 움직이는 힘, p19. '지도자'라, 정치인을 지칭할 때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보니 거부감이 살짝 들긴 하지만 그냥 '리더'보다는 좋은 번역인 것

'평범하게 행복하기'가 사실은 쉽지 않은 이유

내 생각에 행복이란.. (출처: Pixabay ) 주언규, 신영준, " 인생은 실전이다 ", 상상스퀘어, 2021. < 인생은 실전이다 >를 읽고, 참 좋은 책이긴 한데 80편짜리 에세이 모음집이다보니 나는 뭘 갖고 글을 써보나 고민을 하다가, '평범한 행복' 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나는대로 써 보기로 했다. 아마도 취업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XX 지원자께서는 꿈이 무엇인가요?"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아봤을 것이다(이것도 트렌드를 따라서 요즘에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이런 질문을 처음 받으면, 혹은 받을 거라고 처음 알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당황하거나 속으로는 살짝 짜증이 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신이 나서 자신의 꿈 얘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기도 모르는 걸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요구받을 때, 마치 꾼 적도 없는 돈 갚으라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될 테니까. 이런 질문이라는 건 마치 '누구나 크고 가슴뛰는 꿈을 하나 둘 정도는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 아냐?'라는 태도의 발현인데, 정작 그 질문을 하는 면접관 본인은 이런 꿈이 있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게다가 사실 회사라는 게 직원 꿈 이뤄주자고 존재하는 곳도 아닌데 구인의 과정에 이 질문이 왜 필요한 것인가. 내 경험을 돌이켜보자면, '훌륭한 아버지이자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대답했다가, '이 회사 다니면서 쉽지 않으실텐데..'로 시작하는 약간의 비웃음 섞인 반응을 샀던 것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개인이 성취하고자 하는 도전적인 목표라는 점에서는 내 꿈은 동일하다. 다만 이건 '꿈'이라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에는 너무 개인적인 꿈이고, 솔직히 꿈이라기에는 조금 막연한 것도 사실이라 내세우는 꿈은 '없는' 상태로 찾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