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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이 생산성을 망치는 방식

오랜만에 회사에 갔다가 새벽 1시가 다 되어 퇴근했다.

가뜩이나 사람이 부족한 부서에 일이 몰린 와중에 내가 떠날 것이 예정되어 있어 원래라면 내가 했을 일을 떠안고 있는 친구를 두고 그냥 퇴근할 수가 없었다.

사정은 어찌됐든, 회사에서 택시로 집에 들어오자마자 자리에 누운 게 새벽 1시 반, 아침 영어공부를 해 5시간만 자고 일어난 게 6시 반이다.

아무튼 일어난 직후라고 한 시간 영어공부는 어떻게 했는데, 아이 어린이집 등원시키기 전에 아이 밥먹는 옆에서 쓸데 없이 유튜브 피드를 뒤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불과 10~20분이었지만, 평소에 바빠서 아이와 시간도 얼마 못 보내는 주제에 금쪽 같은 시간을 버렸구나 싶고, 버린 시간에 할 일 못하면 그 일 때문에 시간이 모자라고, 시간이 모자라면 체력이 부족하고, 체력이 부족하면 괜한 보상심리에 시간을 쓸 데없이 쓰는 악순환이 뻔히 보여서 재빨리 아이에게 사과하고 핸드폰을 껐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서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한다.

아니, 하지 못한다고 변명한다.

정말 그런지는 각자 스스로를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일이 아닐까.

시간 관리든 데일리 리포트든 마음 챙김이든, 약간의 문제의식이라도 느껴지면 뭐라도 하나는 시도하는 게 선순환으로 들어가는 좋은 시작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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