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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19의 게시물 표시

맥락에 대한 모든 것

리 골드먼, 2019, 진화의 배신 , 부키. 2기 <씽큐ON>의 마지막 책이자 말 그대로 큰 꼬리( 大 尾 ). 앞의 다섯 권도 무척 좋았고, '미쳤네'라는 저급한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읽은 책도 제법 있었지만 이 책에 비하면 모두 손색이 있다. 어느 정도냐면, 지난 다섯 개의 서평은 내 이야기 혹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엮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식으로 작성해왔는데, 이 책에 대해서는 감히 내 이야기를 끼워 넣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 정도다. 해서, 이번 책의 서평은 그저 각 잡고 내 수준에서 느낀 이 책의 장단점을 나열해보는 식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서평다운 서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책보다 이 글을 먼저 볼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사전정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출처: 통계청, 2017년 사망원인 통계. 1) 비만과 당뇨 , 2) 고혈압 , 3) 우울증과 자살 , 4) 심장 질환과 뇌졸중 .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질환들로, 우리 나라에서도 사망원인 상위에 모두 랭크되어 있는 큰 사회적 문제들이다. 워낙 흔하게 접하다보니 마치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사실은 원인도 대책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 이 질환들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네 가지 핵심 형질이 산업 혁명이 가져온 급격한 맥락의 변화에 의해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형질이 된 결과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아이디어이다.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하던 시기에는, 열량의 공급이 일정하지 않았기에 굶어죽지 않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 폭식을 통해 열량을 몸에 보존하는 형질이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그 결과 우리 모두는 기회만 있으면 먹으려는 열망에 휩싸이고, 먹은 열량을 효율적으로 소화시켜 몸 속에 저장하는 형질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농업 혁명과 산업 혁명의 시대에 넘쳐나는 열량은 이 형질을 비만과 당뇨의 유발 인

미국 국채, 어디서 투자하는 게 좋을까? - 해외주식계좌 vs. 국내주식계좌

인생 첫 자발적 강연 참석. 회사에서 하는 이런저런 문화강좌 중에 홍춘욱 박사님 강연이 올라와서, 냉큼 신청하고 시간 빼서 다녀왔다. 제목은 아마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 투자와 자산배분 전략>이었던가? 내용은 홍박사님 책이나 유튜브 채널에서 차고 넘치게 접한 내용이라 복습차원에서 들었고, 그냥 팬심 충족하는 느낌으로 잘 들었다. 핵심은 1) 주거용 부동산 하나는 사 놓고 시작하자, 2) 그게 싫으면 달러 자산을 모아라,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하고, 운 좋게 1)은 달성한 상태에서 2)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정말 궁금한 질문을 하나 할 기회를 얻은 것이 큰 소득이었다. "해외주식계좌에서 미국채 투자를 하고 있는데, 국내계좌에서 환오픈 미국채 ETF 투자하는 것과의 장단점 비교를 부탁드린다." 이게 대략 내가 질문한 내용이었다. 나름 강연 내내 생각을 정리해서 질문을 했는데도 제법 긴장이 되어서 정확한 질문이 되었는지 자신은 없다. 아무튼 답변해주신 핵심은 다음과 같다. '국내시장에서 ETF 활용은 투자 용이성 측면에서 아주 좋지만, 아무래도 해외 시장에의 투자대행이다보니 '아주 약간' 금리가 낮다. 그리고 세금 부과 체계 특성을 고려하면, 장기투자 성향을 갖고 있다면 해외주식계좌에서 직접 투자 , 적극적인 매수/매도 성향을 갖고 있다면 국내주식계좌에서 간접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전자에 해당하는 투자를 이미 하고 있고, 장기투자를 목표하므로 하던대로 하면 된다는 얘기. 투자라는 게 항상 자신의 철학과 방법론에 회의를 느끼게 되는 놈인데, 정말 신뢰하는 전문가로부터 내 방법론에 대한 믿음을 더 다질 수 있는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퇴근길 택시에서 #3 - 주평균 52시간 근무 제한에 대한 잡생각

지난 8/28 퇴근 길에 작성하다 다 못한 걸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 마무리합니다. 그 사이에 한 번의 심야 근무가 더 있었는데 다른 일로 글을 써볼 생각도 못했고, 한 번 더 심야 택시를 탄 오늘에서야 마무리했네요. 무려 두 달만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12시 넘어 택시로 퇴근하니 주 한 편 정도는 써보겠다 해놓고. 변명을 하자면 게을러서 안 쓴 것은 아니고, 택시로 퇴근하는 게 두 달만이다. 7월은 휴일이 없어 주 평균 52시간 근무 제한의 벽에 막혀, 8월은 <씽큐ON>에 투입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심야 근무를 하지 않았다. 덕분에 일이 쌓이고 쌓여서 이제는 밤 시간도 갈아넣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지만, 그 덕에 두 달만에 이 글을 이어 쓸 수 있게 됐으니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자위해본다. 차치하고, 오늘은 주 평균 52시간 근무 제한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잡생각을 풀어볼까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주당 근무시간의 개념은 일 8시간씩 주 5일, 해서 주 40시간을 채우는 것이다. 당연히 평일 기준이므로 휴일이라도 있으면 그 주에 채워야 하는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당 52시간'의 근무 총량 제한이 정부에 의해 여기저기 강제된 모양이고, 자연스럽게 내가 다니는 회사도 해당 제한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도입됐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지점이 발생하는데, 먼저 언급한 평일당 8시간의 최소근무요건과 이 주당 52시간의 최대근무제한이 내 가용 근무시간의 하한과 상한이 되어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다니는 회사처럼 주당 52시간의 개념을 월단위 환산하여 관리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 때 내가 월 최대 근무가능 시간은 다음과 같다. 최대근무가능시간 = 해당 월 총 일수 × 52시간/주 ÷ 7일/주 즉 올해 7월이라면 31×52÷7=230.29시간이다. 소숫점 아래를 버리면 230시간이 7월의 총 근무가능시간이 되는 것이다. 한편, 평일당 8시간에 해당하는 최소근무필요시간은

그냥 책 읽고 글 쓰기 #3 - 김성일, "마법의 연금 굴리기"

'노후 준비를 한다면서 돈 묶이는 걸 왜 그렇게 피했을까?' 노후, 혹은 은퇴 대비 자금. 인생에서 가장 긴 호흡으로 마련해야 할 돈이고 너무나 중요한 돈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와 은퇴를 꿈꾼다. 명확하게 입에 올리든 그렇지 않든 이게 이건데, 장기 목적 자금을 형성하겠다면서 이상하게 5년 혹은 10년 간 유지가 필요한 형태의 상품에는 부정적이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ISA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5년 유지라는 조건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대출 우대금리를 위해 최소 금액으로 계좌를 만들어둔 것 외에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회사에서 자동으로 들어준 개인연금도, 납입액을 연말정산 세액공제 한도액 근방으로 늘려 놓은 게 내가 은퇴 자금 형성에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그런 게 있고 재직 상태에서도 가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알았더라도 당장 나에게 필요할지도 모르는 돈을 묶기 싫어 계좌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성일의 <마법의 연금굴리기>를 본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노후 자금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자금 흐름이 묶이는 것은 단점이 아니라 큰 장점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ETF를 활용한 자산배분 전략도 - 전작인 <마법의 돈 굴리기>도 이래서 읽었다 - 일반 주식계좌와 거의 동일하게 할 수 있다. 자금이 묶이는 장점이 여기서도 다시 드러나는데, 주식 비중이 있는 투자를 하다보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환경을 설정해준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세법은 이런 개인연금 불입액에 대해서 무려 '세액 공제'로 십수%의 수익률을 확정해준다! 오 마이 갓. 이건 빚을 내서라도 넣어야 해. 물론 어느 정도 주택 구입이나 생활 자금 등에 안정적인 계획이 서 있는 경우라야 위에 언급한 장점이 장점일 수 있을 것이다. 당장 급하게 쓸 돈이 없는데 연 수백만원이 묶이는 것이 장점일 수는 없다. 하지만, 연간 4~7백만원 정도는 어떻

리더란 게 되어버렸다

"김OO 님이 소파트장 자리를 맡아주셨으면 해요." 올 것이 왔다. 부서의 인력 구성이 변하는 흐름 속에서 내 위치를 알고 있었고, 파트장과 약간의 교감도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이럴 날이 언젠가는 올까 싶어 제법 노력도 했다. 그럼에도 막상 닥치니 '가슴에 얹힌 돌덩이'와 같은 진부한 수사가 왜 그렇게 진부해졌는지 알겠다 싶다.  나를 포함해 4명이 전부인 작은 조직. 굳이 별도 조직으로 만들지 않아도 무방할 수도 있는 크기의 조직이라도, 이 조직을 이끄는 것이 내 새로운 일이 된 이상 어떻게든 질적으로 또한 양적으로 조직을 성장시킬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데이비드 버커스, 2019, 친구의 친구 , 한국경제신문. <씽큐ON>의 다섯 번째 선정 도서인 <친구의 친구>. 인맥이 형성되는 원리와 이를 키우고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굉장한 책이었다. 어째서인지 개인간의 '약한 연결'을 언급하는 평이 많았던 이 책은, 책을 읽기 시작한 날의 사건으로 인해 편중된 내 관심사 때문에  조직 관리에 대한 통찰 을 얻을 수 있는 책이어야 했고, 다행히도 읽는 내내 내 요구를 충족시켜주었다. 클러스터: 신뢰의 속도 "어느 정도의 클러스터는 실제로 네트워크 안에서 유용한 정보와 복잡한 아이디어, 새로운 기회들을 더 쉽게 확산시킨다." - 친구의 친구, p126. 유용한 정보와 복잡한 아이디어. 정확하게 내가 속한 부서가 다루는 것이다. 우리 부서는 복잡하고 방대한 글로벌 표준 기술 문서에서 맥락을 찾고, 같은 표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경쟁 제품과 협력 제품, 이들을 구매하는 고객사와 이들이 만들어내는 서비스를 고려하여 우리 제품이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로컬 표준 기술을 정의한다.  제품에 적용되는 기술의 범위는 너무나 넓고, 글로벌 표준 기술의 범위 내에서 경쟁사보다 더 잘 동작하는 로컬 표준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한 지식 수준은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