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8 퇴근 길에 작성하다 다 못한 걸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 마무리합니다. 그 사이에 한 번의 심야 근무가 더 있었는데 다른 일로 글을 써볼 생각도 못했고, 한 번 더 심야 택시를 탄 오늘에서야 마무리했네요.
무려 두 달만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12시 넘어 택시로 퇴근하니 주 한 편 정도는 써보겠다 해놓고. 변명을 하자면 게을러서 안 쓴 것은 아니고, 택시로 퇴근하는 게 두 달만이다. 7월은 휴일이 없어 주 평균 52시간 근무 제한의 벽에 막혀, 8월은 <씽큐ON>에 투입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심야 근무를 하지 않았다. 덕분에 일이 쌓이고 쌓여서 이제는 밤 시간도 갈아넣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지만, 그 덕에 두 달만에 이 글을 이어 쓸 수 있게 됐으니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자위해본다.
차치하고, 오늘은 주 평균 52시간 근무 제한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잡생각을 풀어볼까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주당 근무시간의 개념은 일 8시간씩 주 5일, 해서 주 40시간을 채우는 것이다. 당연히 평일 기준이므로 휴일이라도 있으면 그 주에 채워야 하는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당 52시간'의 근무 총량 제한이 정부에 의해 여기저기 강제된 모양이고, 자연스럽게 내가 다니는 회사도 해당 제한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도입됐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지점이 발생하는데, 먼저 언급한 평일당 8시간의 최소근무요건과 이 주당 52시간의 최대근무제한이 내 가용 근무시간의 하한과 상한이 되어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다니는 회사처럼 주당 52시간의 개념을 월단위 환산하여 관리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 때 내가 월 최대 근무가능 시간은 다음과 같다.
한편, 평일당 8시간에 해당하는 최소근무필요시간은 다음과 같다.
그럼 이제 최대근무가능시간에서 최소근무필요시간을 빼면, 최대잔특근가능시간이 나온다.
월 44시간의 잔특근. 누군가에게는 많은 시간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터무니없이 적은 시간이다. 나에게는? 고통스러울만큼 적은 시간이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 잔업만으로 44시간을 소모한다면 44÷23=약1.9시간이다. 사람 적은 사무실에서 연속적인 덩어리 시간을 업무에 투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8일의 주말 중 하루나 이틀을 근무한다면, 10시간을 기준으로 7월의 평일 잔업가능시간은 34 혹은 24시간으로 줄어든다. 23일 평균은 각각 1.5 혹은 1.0시간이다.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많은 잔업일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냥 무의미한 걱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업무량 과다와 관리자의 인지적 편향이 합쳐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에 월요일 아침까지 끝내야 하는 일을 지시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나에게는 지시받은 일을 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부서장의 생각 속에서 나에게는 무려 60시간!이나 그 일을 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는 시간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반적인 관리자의 인식틀 안에 평일과 휴일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무작정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싶지만, 어깨가 허전해 머리를 얹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생각이 없지는 않다. 그들도 실적과 결과, 더 위로부터의 압력에 쫓기다보면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조금씩 선을 넘는 것일게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는 어떻게 될까. 관리자들도 그 달의 평일 수가 얼마나 되는 지 안다. 명시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일반적으로 평일의 수가 많다는 것은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연히 어떤 일의 진척도에 대한 기대치는 올라가게 되어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만약 그 부서가 만성적으로 과다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라면, 평일의 수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단순히 법에 정해진 주당 52시간의 상한. 이것이 곧 투입 가능한 시간의 최대치가 되고 이는 평일의 수와는 무관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평일이 많으니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진척도를 기대하게 된다면? 시간 당 효율이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항상 기대치에 못 마치는 진척도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실무자 본인도 이런 기대를 인지하고, 스스로도 같은 편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고과에 대한 기대든 본인의 성취에 대한 목표의식이든,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자 하는 실무자는 기대치 대비 높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런데, 이 기대치가 실질적으로는 높아지면 안되는데 실제로는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게 평일 비율이 극히 높은 7월과 같은 달이다.
이런 달은 성과에 대한 기대치 대비 업무에 투입 가능한 시간이 부족함을 한탄하다가, 9월과 같이 추석 연휴로 인해 평일 비율이 낮아지는 달은 은근히 덜 쫓기는 내 마음을 발견할 때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뻘 소재를 갖고 뻘 분석을 하다가 뻘 마무리를 하는 것과 어느 쪽이 더 씁쓸한지 모르겠는 밤이다.
무려 두 달만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12시 넘어 택시로 퇴근하니 주 한 편 정도는 써보겠다 해놓고. 변명을 하자면 게을러서 안 쓴 것은 아니고, 택시로 퇴근하는 게 두 달만이다. 7월은 휴일이 없어 주 평균 52시간 근무 제한의 벽에 막혀, 8월은 <씽큐ON>에 투입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심야 근무를 하지 않았다. 덕분에 일이 쌓이고 쌓여서 이제는 밤 시간도 갈아넣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지만, 그 덕에 두 달만에 이 글을 이어 쓸 수 있게 됐으니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자위해본다.
차치하고, 오늘은 주 평균 52시간 근무 제한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잡생각을 풀어볼까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주당 근무시간의 개념은 일 8시간씩 주 5일, 해서 주 40시간을 채우는 것이다. 당연히 평일 기준이므로 휴일이라도 있으면 그 주에 채워야 하는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당 52시간'의 근무 총량 제한이 정부에 의해 여기저기 강제된 모양이고, 자연스럽게 내가 다니는 회사도 해당 제한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도입됐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지점이 발생하는데, 먼저 언급한 평일당 8시간의 최소근무요건과 이 주당 52시간의 최대근무제한이 내 가용 근무시간의 하한과 상한이 되어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다니는 회사처럼 주당 52시간의 개념을 월단위 환산하여 관리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 때 내가 월 최대 근무가능 시간은 다음과 같다.
최대근무가능시간 = 해당 월 총 일수 × 52시간/주 ÷ 7일/주
즉 올해 7월이라면 31×52÷7=230.29시간이다. 소숫점 아래를 버리면 230시간이 7월의 총 근무가능시간이 되는 것이다.한편, 평일당 8시간에 해당하는 최소근무필요시간은 다음과 같다.
최소근무필요시간 = 해당 월 총 평일수 × 8시간
즉 올해 7월은 연차 사용 없이 평일 수가 23일이니까, 23×8=184시간이다.그럼 이제 최대근무가능시간에서 최소근무필요시간을 빼면, 최대잔특근가능시간이 나온다.
최대잔특근가능시간 = 최대근무가능시간-최소근무필요시간
정리하면, 7월의 최대잔특근가능시간은 230-184=44시간이다.월 44시간의 잔특근. 누군가에게는 많은 시간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터무니없이 적은 시간이다. 나에게는? 고통스러울만큼 적은 시간이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 잔업만으로 44시간을 소모한다면 44÷23=약1.9시간이다. 사람 적은 사무실에서 연속적인 덩어리 시간을 업무에 투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8일의 주말 중 하루나 이틀을 근무한다면, 10시간을 기준으로 7월의 평일 잔업가능시간은 34 혹은 24시간으로 줄어든다. 23일 평균은 각각 1.5 혹은 1.0시간이다.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많은 잔업일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냥 무의미한 걱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업무량 과다와 관리자의 인지적 편향이 합쳐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에 월요일 아침까지 끝내야 하는 일을 지시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나에게는 지시받은 일을 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부서장의 생각 속에서 나에게는 무려 60시간!이나 그 일을 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는 시간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반적인 관리자의 인식틀 안에 평일과 휴일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무작정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싶지만, 어깨가 허전해 머리를 얹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생각이 없지는 않다. 그들도 실적과 결과, 더 위로부터의 압력에 쫓기다보면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조금씩 선을 넘는 것일게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는 어떻게 될까. 관리자들도 그 달의 평일 수가 얼마나 되는 지 안다. 명시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일반적으로 평일의 수가 많다는 것은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연히 어떤 일의 진척도에 대한 기대치는 올라가게 되어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만약 그 부서가 만성적으로 과다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라면, 평일의 수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단순히 법에 정해진 주당 52시간의 상한. 이것이 곧 투입 가능한 시간의 최대치가 되고 이는 평일의 수와는 무관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평일이 많으니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진척도를 기대하게 된다면? 시간 당 효율이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항상 기대치에 못 마치는 진척도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실무자 본인도 이런 기대를 인지하고, 스스로도 같은 편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고과에 대한 기대든 본인의 성취에 대한 목표의식이든,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자 하는 실무자는 기대치 대비 높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런데, 이 기대치가 실질적으로는 높아지면 안되는데 실제로는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게 평일 비율이 극히 높은 7월과 같은 달이다.
이런 달은 성과에 대한 기대치 대비 업무에 투입 가능한 시간이 부족함을 한탄하다가, 9월과 같이 추석 연휴로 인해 평일 비율이 낮아지는 달은 은근히 덜 쫓기는 내 마음을 발견할 때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뻘 소재를 갖고 뻘 분석을 하다가 뻘 마무리를 하는 것과 어느 쪽이 더 씁쓸한지 모르겠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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