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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
돈'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말로,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하는 유명한 금언이다. 한편으로는 소위 부자들에 대한 정신승리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말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 말로 자신의 경제적 무능력을 변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을까?

엘리자베스 던, 마이클 노튼, 2013,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알키.


"말 그대로 행복을 구매할 수 있다."
-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p235.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는 같은 돈으로 더 행복감을 느끼는 소비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왠지 사기당하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이 지점이 매우 중요하다. 돈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긴 하다는 것. 즉 돈만 있다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해지는 데 돈이 필요없다는 것 또한 아니라는 것이다.

돈이 행복의 필요조건이라는 명제는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돈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일반적인 가치의 측정 수단이다. 진사회성 동물인 인간으로서 우리가 이 거대한 사회적 합의에서 자유로울 방법은 없으므로 이는 개인에게도 유효하다. 그렇다면 측정의 유효성은 차치하더라도 개인이 갖고 있는 돈은 그 사람의 능력의 척도이다. 무일푼인 사람은 사회적으로 무능한 사람이며 무능한 사람이 행복해질 방법은 없다.

돈이 행복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닐 때, 돈을 행복으로 치환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을 다루는 책이다. 같은 돈을 지불했을 때 더 행복해지기 위한 다섯 가지 원칙 - 1) 경험을 구매하라, 2) 특별하게 만들어라, 3) 시간을 구매하라, 4)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5)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 을 통해 우리는 지출의 가성비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는 무작정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발악하다가 인생의 행복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원칙이기도 하다.
불과 25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얇은 책을 통해 저자들은 각 원칙들이 어떤 사회실험 결과에 의해 지지되는지, 이 원칙들을 개개인의 소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여러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한편 이 원칙들이 개인 및 조직, 나아가 국가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다양한 맥락에서 관점을 제시한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었든,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재정립하거나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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