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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이끄는 정체성을 찾는 방법

마이크 베이어, 2019, 베스트 셀프, 안드로메디안


"... 그런 경우 당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는 명확한 내면의 목소리가 당신에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베스트 셀프, p39.
정체성 혹은 가치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이 거의 35년을 살았는데, 이게 없으면 더 나아지기 어렵겠다는 위기감은 최근 생겼지만 이걸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해하던 차에 마이크 베이어의 <베스트 셀프>를 접했다.
최고의 자아라니, 제법 오글거리는 표현이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더 열심히 삶을 살아내더라도 방향 설정이 잘못 되면 말짱 도루묵인 거니까, 삶의 지향점이란 것을 정하는 것은 오글거림 따위보다는 훨씬 중요한 가치다.

"장난으로 말하는 게 아니다. 성격은 자세히 묘사될수록 좋다. 당신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느낄 때 어느 성격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지 더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베스트 셀프, p41.
자신의 직업을 라이프 코치로 부르는 사람답게, 저자인 코치 마이크는 최고의 자아를 말 그대로 그려볼 수 있도록 독자들을 단계별로 종용한다. 처음은 객관식. 스스로 긍정적이라고 느끼는 특성들을 골라보는 식이다. 나의 경우는 유능, 절제, 기능적, 신중, 통제, 성취, 진실, 온화, 단호, 동정, 이타, 감사, 근면, 건강, 자율, 우호 등등등등. 대략 보면 잘난만큼 관대한 걸 좋게 느끼는 것 같다. 이걸 적는 와중에 떠오르는 캐릭터는 중2력 폭발하던 시기에 열심히 보던 소설의 조연이다. 설정 상 주인공보다 더 강하고 소위 말하는 문무겸장이지만, 어지간하면 앞으로 나서는 일 없이 주인공을 도와주면서 항상 보여주는 여유만만인 그 웃음이 그 시절의 나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마침 코치 마이크는 이런 긍정적인 특성들로부터 떠오른 캐릭터를 글로 묘사하고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요구한다. 여기다 내 조악한 그림솜씨를 뽐내는 것까지는 도저히 못 하겠고 간단하게 글로만 풀어보면, 이름은 아직 못 정했다. 이것도 역시 너무 오글거려서. 아무튼 내 최고의 자아는 마법사이다. 강력한 마법사이지만 뛰어난 전사이기도 하다.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고, 자신의 가치관과 능력이 확고해서 주변의 약한 것들이 악악거리는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항상 여유가 넘치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웃는 사람이며, 주인공이 주인공일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해주는 사람이다.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려 놓고 나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것을 보니 막연하게 머릿속에 떠다니던 이미지를 괜찮게 잡아낸 모양이다. 이제는 내 최고의 자아에 가까워지도록 실제의 내가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부정적으로 행동하고 나서 나중에야 '그때는 정말 내가 아니었어. 그 때 제대로 처신하지 못했어' 하고 후회한 적이 있는가?"
- 베스트 셀프, p74.
최고의 자아만큼 중요한 것이 '반자아'다. 최고의 자아를 지향한다고 당장 내가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자아가 갖는 특성을 강화시키는 한편, 지금의 내가 최고의 자아와 비교해 부족한 점들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 '부족한 나'를 형상화한 것이 '반자아'다. 최고의 자아와 비슷한 방법으로 코치 마이크의 가이드를 따라 그려낸 내 반자아는 "독거 유니콘"이다. 내 관념 속의 유니콘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성질머리 더럽고 제멋대로인 주제에 힘은 세서 주변의 골칫거리가 되는 캐릭터다. 투덜거리고, 빈정거리며, 주변 사람을 상처 준 끝에 고립되어 혼자 지낸다. 돌이켜보면, 내가 일을 망치는 경우에는 항상 무의미하게 화를 내고 빈정거린 끝에 상대방의 감정도 상하게 한 끝에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 상태로 만들어 놓고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내 최고의 자아와 반자아를 뚜렷한 이미지로 만들어두고 나니, 내가 어떤 태도를 더 강화해야 하고, 어떤 태도를 경계해야 하는지도 함께 뚜렷해진다.  이제 남은 것은 내 삶의 어떤 면에서 구체적으로 최고의 자아에 어떻게 더 가까운 삶을 살 것인지이다. 이 책에서는 SPHERE, 즉 Social life(사회적 삶), Personal life(개인적 삶), Health(건강), Education(학습), Relationship(관계), Employment(일), Spritual development(영성)의 일곱 영역을 다루고 있는데,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상당히 적절하게 나누는 모델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는 동안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쏟지 못해서, 이 일곱 가지 영역에서 코치 마이크가 권하는 활동을 진지하게 다 해보지 못하고, 대부분 글만 읽었다. 최고 자아와 반자아를 시각화해보는 활동과 마찬가지로, 조금 낯간지럽지만 진지하게 이 영역들에서도 시간을 들여 코치 마이크의 가이드를 따라가 본다면 굉장한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이 점이 이 책의 약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자기계발서의 개념에 아주 잘 들어맞는 책이다. 살면서 핵심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최고의 자아)를 알아보게 해 주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 적용 방안을 고민하도록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정성, 그 이상으로 자신을 돌이켜보는 고통을 요구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그리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한 챕터를 읽고 소개된 활동을 하는 데 거의 서너 시간씩 걸렸다. 자기 계발에 대한 열의가 제법 있는 상태에서도 그 정도의 시간을 짜내기는 어렵고, 그 결과로 한 챕터, 한 챕터를 소화하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이 만큼의 동기부여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정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만큼 스스로에게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 책을 워크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삶의 전반을 두루 다룬 점이 반대로 각 챕터의 깊이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어버릴 것이다. 이러한 감상의 결과로 이 책은 아직 누구에게도 직접 추천하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좋을 것 같지만 남에게도 좋을지는 잘 모르겠는 책. 이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일차적인 감상이다. 아직 책의 전체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하게 따라가 본 다음 내린 평이 아니므로, 다소 성급한 평가일 가능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 책을 워크북으로 활용해보는 것이 이 책의 굉장함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느끼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이 책을 주변에 자신 있게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더 나아질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어떤 책보다도 이 책을 먼저 읽고 코치 마이크의 조언을 따라가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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