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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고, 지속 가능한 체중 10% 감량법



20년간 유지해온 몸무게가 어느새 10% 줄었다

가능한 매일 밤 체중계에 올라가는 버릇을 들인 지 2년,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숫자가 찍히기 시작했다. 성장이 멈춘 고등학교 2학년 이후 20년 동안 내 몸무게는 82~85kg의 박스권(!)을 횡보하고 있었다. 몸무게만큼은 우상향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니니 굉장히 성공적인 체중 관리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BMI 기준의 적정 체중이 대략 72~73kg인데 과체중과 경도비만의 경계를 오락가락하는 것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라, 기회만 되면 80kg 밑으로 감량을 해 보려고 시도했으나 단 한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 달 사이에는 체중이 쭉쭉 줄어들더니, 급기야 밤에 재는 체중이 - 공복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건강검진에서 재는 체중보다 높고 들쭉날쭉하게 나온다 - 75kg 밑으로 내려가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에 특별히 다이어트랍시고 이 악물고 굶거나 운동을 더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해서, 그 동안 열심히 올라간 체중계가 모아둔 데이터를 한 번 분석해보기로 했다.

그림1. 지난 2년 동안의 내 월평균 체중, 체지방율, 근육율. 최근 6~8개월 사이에 급격히 감소했다.

이 그래프는 내 월 평균 체중, 체지방율 및 근육율 표시한 것이다. 대략 2019년 봄까지는 기존의 박스권에서 체중이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서서히 낮아져서 80kg 초반으로 내려오다가, 대략 늦여름~가을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해서 현재 시점이 올해 봄 기준으로 76kg 밑으로 내려온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체중을 밤에 잰다. 아침 공복 체중 대비 약 1~2kg은 더 나오는 밤 체중의 월 평균이 이 정도면, 건강검진 시 측정하는 체중으로는 BMI 기준 정상 체중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게다가 운동을 안 하거나 건강이 나빠져서 체중이 빠진 것은 아니라는 것은, 빨간 색 선으로 표시되는 체지방율이 20% 초반대에서 10% 후반대로 내려오고, 반면 근육율 - 표현이 이상하긴 하지만 - 은 기존보다 증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림2. 같은 기간의 내 월평균 체지방량, 근육량 및 그 비율.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 구간에 상대적으로 체지방량이 더 빠르게 감소했다.

그래프를 하나 더 그려봤다. 전체 몸무게는 아니고 우리 집 체중계의 체성분 분석 능력이 얼마나 정밀할지도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한 장비로 일관되게 측정한 데이터이므로 추세를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파란 막대는 우리 집 체중계가 측정해준 내 지방량, 노란 막대는 근육량이고, 빨간 선은 그 비율이다. 전체 지방+근육량이 체중 감소와 함께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중에서도 지방량이 줄어드는 것이 확인된다. 지방량을 근육량으로 나눈 지방(분자)-근육(분모)비는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 작년 가을을 기점으로 함께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 확인된다.

즉, 지난 1년 간 나는 근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거의 10%의 체중 감량을 해냈다. 별달리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아직 쌓이지 않은 데이터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요요에 대한 걱정도 없다. 굳이 그래프에서 패턴을 찾자면 75~76kg 근처에 수렴하기 시작한 모양이 나왔기도 하지만, 체감 상 현재의 생활 패턴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20년 동안 유지해오던 체중이 1년 만에 10% 가까이 줄었을까?

좋은 음식과 운동, 그리고 잠

시작은 <식사가 잘못됐습니다>라는 책이었다. 마키타 젠지라는 일본의 당뇨병 전문의가 쓴 책으로, 살이 찌고 당뇨가 오는 데 있어 탄수화물의 영향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버터를 잔뜩 넣고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는 아무리 먹어도 전혀 살이 찌지 않는단다! 그 뒤 알게된 사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어찌됐건 제법 충격적인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약 한 달 동안 매일 밤 야식을 먹는 실험을 해 봤다. 탄수화물은 배제하고 오믈렛이나, 닭가슴살을 볶거나, 불고기를 구워서, 치즈 혹은 견과류를 곁들여 와인 한 잔과 함께 먹는 것이다. 이 때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대략 밤 11시반이었으니 야식을 먹은 시간은 대략 12시쯤, 자기 직전이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혀 살이 찌지 않은 것이다. 야식 외에도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엄밀한 실험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매일 퇴근 후 맥주 한 캔 곁들인 야식의 유혹을 물리치느라 얼마 안 남은 의지력을 쥐어짜던 나에게는 정말 대단한 결과였다.
 실험이 끝나고는 나에게 일주일에 두세번의 야식을 허용했다. 정 먹고 싶을 때 참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과, 살 찔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만족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던 시기였다. 가끔 아내가 치킨이나 피자, 떡볶이를 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긴 했지만 - 이러면 내 성격상 안 먹지 못한다 - 대략 제어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스러웠다.

두 번째는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라는 책과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이라는 책이었다. 자가면역질환과 기능의학에 대한 책들이었는데, 정신 노동을 하는 내 직업 상 어떻게 하면 더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내 입장에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제목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들은 <식사가 잘못됐습니다>를 통해 만들어둔 내 식이 습관을 되돌아보게 해 주는 한편, 잠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게 해 줬는데 가장 충격적인 게 '글림프 시스템'에 대한 내용이었다.
 요는, 뇌에는 하루 동안 쌓인 노폐물들을 제거해주는 글림프 시스템이라는 게 있는데, 이 시스템은 잠든 직후에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며 많은 혈류량을 요구한다. 이 때 소화기관이 일을 하고 있으면 뇌의 혈류량이 줄어들면서 글림프 시스템의 효율 또한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따르면, 내가 만족스럽게 유지해오던 야식 습관이 살은 안 찔 지 모르겠으나 다음 날의 맑은 정신은 확실히 방해한다는 것이다.
 맑은 정신으로 높은 업무 효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삶이 방해를 받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글림프 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접하는 순간,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면서 야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야식을 먹고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허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는데, 놀라운 것은 그 허기짐이 내 뇌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건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오히려 만족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간헐적 단식의 효과에 대한 지식과, 점차 힘들어지던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 - 가기 싫다는 걸 어르고 달래느라 시간이 없어 아침 먹기가 더 힘들어졌다 - 이 더해지면서, 저녁 6시 식사 후 12시 점심까지 공복을 유지하는 날의 빈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 때부터는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체중이 줄어든다고 마냥 좋아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책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운동은 중요하다. 특히 체중이 줄어들고 있을 때는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운동량을 유지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매일 출근할 때 14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걸어 올라가고, 밤에는 자기 전에도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스트레칭을 꾸준히 했다. 그 전에 안 하던 걸 갑자기 한 건 아니고, 원래도 하고 있던 것들을 조금 더 철저하고 강도 높게 했을 뿐이다.

지난 체중 변화의 변곡점들을 돌이켜보면, 책의 주제들은 혈당과 자가면역, 거기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키워드는 '잠'이었다. '잠'의 한 가지 효능에 대한 지식이 내 필요 및 욕망과 딱 만나면서, 습관을 지배하는 시스템1을 크게 변화시킨 것이다. 시스템1이 변화하자, 맛있는 식사에 대한 욕구나, 야식에 대한 갈망이 한층 약해진 것이 느껴지고, 당연히 더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기가 수월해졌다. 20년간 유지해온 체중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부차적으로 따라온 결과물에 불과하다. 또한 지금의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지금의 체중이 완벽하게 유지되지는 않더라도 예전의 체중이나 그 이상으로의 반동이 일어날 것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졸꾸

한 가지 중요한 걸 덧붙이자면, '잠'은 졸꾸를 요구하더라는 것이다.
 극적인 체중의 변화를 거치면서 더 좋은 잠에 대한 내 관심과 열망도 커졌다. 첫 번째로 거의 1년을 벼르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었는데, 정말 잠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흥미진진한 책이었지만 삶에 적용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잠의 엄청난 효용을 알고 나자 더 잘 자고 싶은 마음은 커졌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이상적인 수면 시간인 최소(!) 8시간은 너무나 어려운 도전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 평범한 하루는 다음과 같았다.

  1. 7시 기상&출근준비
  2. 7시20분 아이 출근준비
  3. 8시10분 아이 등원
  4. 8시50분 아침
  5. 9시 출근 버스 탑승(잠)
  6. 10시 업무 시작
  7. 22시 퇴근(전철에서 독서)
  8. 23시 집 도착, 집 정리
  9. 24시 운동
  10. 24시 30분 독서, 공부 혹은 집안일
  11. 25시 취침

많은 현대인들이 그러듯 나 또한 자는 시간을 아껴서, 생산적인 일을 할 시간을 쥐어짜 살아왔다. 평균적으로야 6시간이지만 퇴근이 25~27시인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내가 아이 하원을 못하는 날은 내가 17시에 퇴근해서 - 유연근무제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 아이를 하원시키고, 저녁 먹이고, 씻기고, 책 읽어주고, 재우고, 집 정리하고 나면 또 23~24시가 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여기에 최소 두 시간을 더 자야 된다고?

이를 악물고 7시간반 취침을 목표로 세웠다. 달성율 목표는 65%, 사흘에 이틀 꼴이다. 평소보다 1.5시간을 더 자기 때문에 깨어있는 시간에서 1.5시간을 쥐어짜야 했다. 일단 밤에 잠을 더 자는만큼 출근하는 버스에서 깨어서 책을 읽기로 했다. 그리고 책 읽기 좋아 일부러 한 시간 늦게 전철로 퇴근하던 것을 21시 회사 통근버스로 퇴근하는 것으로 바꿨다. 눈에는 더 안 좋겠지만 핸드폰 조명을 써서 어두운 버스 안에서도 필사적으로 책을 읽는다. 돌아와서는 30분동안 하던 코어 운동 프로그램을 더 짧게 고강도로 바꿔서 10~20분에 치우고, 여기서 잃는 운동량만큼을 아침 계단 출근을 두칸씩 올라가는 것으로 바꿔서 채웠다.
 이런저런 시간을 쥐어짜서 위태위태한 7시간반 취침용 일과를 짜는 데는 성공했지만, 줄어든 업무 시간에 어떻게 하던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일을 해낼 것인지가 문제였다. 결국 부서원들과 얼레벌레 함께 가던 식사시간을 혼자 보내기로 했다. 우리 회사는 일하면서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과일이나 빵, 주먹밥, 샐러드 등의 테이크아웃 식단이 있다. 이걸 받아오면 5분에서 빠르면 3분이면 식사에 필요한 시간을 쓰고 밥을 먹으면서 일할 수 있다. 점심, 저녁을 다 대체하면 대략 1시간 30분을 벌 수 있고, 이 시간은 근무시간으로는 인정되지 않지만, 어찌됐건 나는 그 동안에 일을 하고 일찍 퇴근해서 잠을 더 잘 수 있는 것이다(아마도 내 급격한 체중 감소에는 점심, 저녁 식단의 변화도 크게 영향을 줬을 것이다).

제법 고통스러웠지만, 잠을 더 잔 효용은 확실했다. 몸이 날아갈 듯이 가볍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 평생 이런 느낌을 가져볼 수 있을까? - 잠이 부족할 때 특유의 기분나쁜 몸상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업무 시간에 졸린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도 최근에는 거의 없고 - 어쩔 수 없이 잠을 줄여야 하는 날을 제외하면 - 연속으로 거의 12시간을 일해도 - 중간중간 스트레칭과 휴식은 한다 - 집중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것을 느끼지도 않는다. 돌이켜보니 참 좋은 변화다.
 하지만 여전히 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말 일과를 잘게 쪼개서 치열하게 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부서 회식이라도 잡히면 술 - 가장 강력한 렘수면 억제제 - 과 함께 기름지고 건강에 나쁜 야식을 잔뜩 먹게 되고, 해야 할 생산적인 활동들을 못 하며, 다음 날 수면도 부족해진다. 친구와의 약속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인데, 거의 만나지는 않지만 아직 그 관계들을 끊어낼 정도로 독하게 살지는 못해서, 한 번씩의 즐거운 만남을 위해 비용을 들여야 되는데 삶이 압축된만큼 비용도 함께 더 커져버렸다. 지금의 강도 높은 사회적 격리가 나에게 이 면에서만큼은 큰 도움이 됐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겠다. 이 시국에 적절한 말은 아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운이 좋았다. 어찌 됐든, 이럴 때 '잠'에서 취할 수 있는 유연한 전략이 있으면 정말 좋을텐데,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과학책답게 어떤 유연성도 허락하지 않는다.

니시노 세이지, 2020, 숙면의 모든 것, 브론슈타인.

그런 관점에서 니시노 세이지의 <숙면의 모든 것>은 굉장히 반가운 책이다. 무엇보다 수면 부채를 어떻게 갚을 수 있는지, 나에게 적절한 수면 리듬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등, 같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면서도 지침서로 쓰여진 책답게 다양한 전략을 고민해볼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게 봤던 부분은 심부체온의 효과적인 조절을 위한 침구 및 의복의 선택 전략이었는데, 일회성의 비용으로 지속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영역이라 조금 더 알아보고 시도를 해 볼 생각이다.

인생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반은 건강이라는 데 이견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 건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잠인데, 이제는 '잠'에 대해서도 약간의 돈과 시간만 들이면 얼마든지 최신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책을 고르고, 돈을 지불하고, 시간을 들여 읽고, 노력을 들여 실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특히 잠은 깨어 있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말 전략적으로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느낀다. 인생 졸꾸가 답이라는 건 프랙탈적이라, '잠'이라는 가지에서도 동일하다.

졸꾸하고, '좋은 잠'이 주는 엄청난 혜택을 누리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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