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대박 책을 읽고 있어서, 어줍잖은 서평이 아니라 책 자체의 소개 및 조악한 요약을 해두려고 한다.
책 제목은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이고, 부제는 <배움의 모든 것을 해부하다>이다.
"인간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배우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배움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인간의 학습 능력에 관한 모든 것을 철저히 해부하다!"
표지에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적혀 있는데, 과학이라는 분야에 끝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과한 멘트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마케팅을 생각하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말이다.
저자는 스타니슬라스 드앤이라는 분인데, 요렇게 생긴 아저씨고 영문 wikipedia에 따르면, 작가이자 인지신경과학자이이자 2017년 현재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이자 INSERM Unit 562 "Cognitive Neroimaging"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Director라고 되어 있다.
뭐 어려운 얘기 할 것 없이, 이 분야에서는 소위 전문가라는 거고, 이 책 전에도 <숫자 감각>, <뇌의식의 탄생>, <글 읽는 뇌> 등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낸 경력 있는 작가라 글솜씨에 대해서도 충분히 기대할만하다. 중간까지 읽어본 바로도, 흥미진진하게 빠져들게 하는 글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잘 읽히는 글솜씨라고 감히 평가해본다.
책의 구성을 보면,
1부가 "배움이란 무엇인가?"로, 기계학습이 모방하고자 하는 인간의 학습특성으로 살펴본 배움의 7가지 정의와 우리의 뇌가 기계보다 효율적인 학습 능력을 갖고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2부는 "우리의 뇌가 배우는 법"인데,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수준에서 갖고 태어나는 지식과 배움을 통해서 획득하는 지식이 어떻게 통합되는지, 특정 영역의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신경가소성이 극대화되는 시기와 교육이 이 시기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설명한다.
3부는 "배움의 네 기둥"인데, 우리 뇌가 지식을 습득하는 메커니즘으로 볼 때 어떠한 학습에 필수적인 네 요소인 주의, 적극적 참여, 에러 피드백, 통합에 대해서 얘기한다.
나는 2021년 6월 20일 현재 3부를 읽고 있고,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이렇게까지 밑줄 긋고 책장 접어가면서 읽은 책은 없는 것 같다. 이 책들을다시 다 펼쳐본 것은 아니지만, 느낌상 <모기 - 인류 역사를 결정지은 치명적인 살인자>랑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정도 이후로 처음이지 않을까.
내용 자체는 조금 어려워서 소개의 목적만이라면 굳이 발췌/요약하다가 스탭이 꼬일까봐 걱정이긴 한데, 스스로의 이해도를 조금이라도 쥐어짜는 관점에서 일단 1부의 내용을 조악하게라도 소개해보려고 한다.
1. 배움이란 무엇인가
먼저 배움의 7가지 정의인데, 책에 따르면 배움이란 하기의 7가지로 정의될 수 있다. 각각을 살펴보시면 뭔 소린가 싶을 수 있지만 '외부 세계를 투영하는 내부의 심상 모델을 구축'한다는 관점을 여러 도메인에서 투영시킨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떠한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그 행동이 숙련되는 것은 감각신호의 입력부터 어떤 행동의 출력 사이에 존재하는 어떠한 매개변수들을 조정한 결과로 에러가 최소화된 것에 해당한다. 조합 폭발의 활용과 가능성 공간의 탐구, 보상 기능의 최적화와 검색 공간의 제한은 학습의 확장성과 무작위성, 방향성과 효율성에 대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마지막 선험적 가설의 투영은 결국 기존의 모델을 통해서만 학습이 가능하지만(학습 과정의 근본적 제약) 이것이 극도로 효율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이해했다.
- 배움이란 마음속 모델의 매개변수들을 조정하는 것이다.
- 배움이란 조합 폭발을 활용하는 것이다.
- 배움이란 에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 배움이란 가능성의 공간을 탐구하는 것이다.
- 배움이란 보상 기능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 배움이란 검색 공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 배움이란 선험적 가설을 투영하는 것이다.
뭔지 잘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얘기인데, 지금 내가 딱 그런 상태다. 아무튼 그럼에도 이걸 더듬거리는 이유는 '배움'이라는 막연한 개념을 각 요소별로 분리해보는 것이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분은 꼭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덤으로 이 얘기들을 하면서 인공신경망의 학습전략에 대해서 해 주는 얘기들이 제법 재미가 있는데,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이후로 잠깐 시끄러웠다 지금은 잠잠한 인공지능이라는 분야에 대한 교양 수준의 이해를 해볼 수 있다. 분명 앞으로 우리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칠 기술에 대해서 이해한다는 것은 도움이 되면 됐지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2. 우리의 뇌는 왜 기계보다 잘 배울까?
|
책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여전히 추상적 개념을 배우지 못하고, 학습에 있어서 데이터 효율성이 높지 못하며, 어떤 지식 자체를 전달하지 못한다. 또 단 한번에 무언가를 배우거나,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원칙과 규칙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여기서 습득한 지식을 다른 문제의 해결에 적용하는 것도 할 수 없다.
반면에 인간은 뭘 보더라도 그 뒤에 숨은 원리와 추상적 개념을 파악하려고 하고, 이를 통해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틀릴 수는 있지만) 어떤 규칙을 습득하며, 언어를 통해 이 사고 체계 자체를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전달받을 수 있고, 하나의 지식을 재활용하거나 다른 지식과 재결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면이 오히려 일종의 오해나 편견, 아집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배움의 효율성이라는 면으로만 놓고 보면 인간의 효율은 인공지능을 훨씬 앞서고 있는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나온다 나온다 하던 자율주행차가 아직도 나오지 못하고, 구글이 투자한 웨이모의 CEO가 사임하는 데는 이런 특성들이 반영되는 것 아닐까.
즉, 당장이라도 모든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만 같던 분위기와 달리, 비반복적 정신 노동자들의 가치는 한동안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해서, 배움에 대해서 책이 추가로 정의하는 두 가지는, '한 영역의 문법을 추론하는 것', 그리고 '과학자처럼 추론하는 것'인데, 아이들이 어휘를 기억하고 문법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가설들을 검토하되 주어진 데이터에 가장 부합하는 가설들을 남기는 방식으로 '어마어마하게 효율적인' 학습을 해낸다고 한다. 배움에 있어 천성과 교육 중 뭐가 더 중요한지라는 유명한 물음에 대해서 근본적인 수준에서 답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이고, 지금 조악하게 정리한 내용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아이의 학습 전략과 성인의 학습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잘 이해하지도 못한 책 내용을 굳이 요약까지 해 봤는데, 그만큼 현대의 뇌과학이 인간의 정신활동 그 자체에 대해서 밝혀낸 것들을 아는 것이 더 효과적인 삶을 사는데 보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나부터 이걸 최대한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근거는 없더라도 옳은 말만 살아남기 때문에 '옛 말 틀린 것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있는 것인데, '너 자신을 알라'는 유명한 말에 가장 부합하는 학문이 뇌과학이고, 여기서부터 아이의 교육과 스스로의 학습과 가족의 화목까지도 설명이 되기 때문에 이거야말로 진정한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능한 많은 분들이 이 책은 꼭 보고, 삶에 적용할 방법을 찾아서 나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고, 나부터도 열심히 씹어먹어야겠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