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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만에 마음의 온기를 되찾는 방법

찰리 맥커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상상의 힘, 2020.

소년과 두더지가 여우와 말을 만나며 사랑과 우정과 세상에 대해서 두런거리는 이야기. 단 10분이면 읽을 수 있으며, 따뜻한 그림과 메시지와 울림으로 가득 차 있다.

친절함은 모든 것을 조용히 압도하며, 자신에게 친절한 것이 최고의 친절이다.
도움을 청하는 건 포기가 아니다.
그저 사랑하라.
다시, 스스로에게 친절하라.

공허한 위로가 아니라,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사랑해(살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10분을 선물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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