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일상은 어떻게 정체성을 만드는가

정체성?

"변화는 다음의 간단한 두 단계로 이뤄진다:
1.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한다.
2. 작은 성공들로 스스로에게 증명한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p63.

말은 쉽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하는 것만 빼면.
내 기준에서는 이게 소위 말하는 '꿈'이라는 것이다. 흔히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희망 직업 같은 것 말고, 내 삶이 세상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목표, 혹은 '가치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다. 내 가치관이 무엇인지 나 스스로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 이렇게 글로 밝히자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실제로 그런 것을 어찌할 도리는 없다.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나만 특별할 리는 없으니 많은 다른 사람들도 가치관이나 꿈 따위 모르고 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최근에 인지한 '떳떳한 사람이고 싶다'는 이전보다는 조금 구체화된 바람 뿐이다.
물론 이렇게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인생의 최상위 목표가 아니라, '옷 맵시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혹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수준의 단편적인 목표만으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최상위 목표를 운운하는 이유는, 첫째로 상위 목표 없이 하위 목표들에 변화의 방향과 동기를 분산시킬 경우 궁극적으로 효과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일단 덤빈 후 시행착오를 거쳐 효율을 높이기에는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누구에게 떳떳한 사람이고 싶은 것이고, 도대체 내가 생각하는 떳떳함의 정체는 뭘까?
회사에서, 나는 동료에게 떳떳한 동료, 후배에게 떳떳한 선배이고 싶다. 회사에서의 떳떳함은 실무적으로 동료에게 도움이 되고, 후배들의 삶을 위협하는 조직의 부조리를 걸러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업무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은 기본 전제고,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부조리함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는 실력은 필수이므로, 부서장에게는 떳떳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다소 운이 따라준다면 좋은 평가와 연봉 인상도 따라오지 않을까.
집에서, 나는 아내에게 떳떳한 남편, 아이에게 떳떳한 아빠이고 싶다. 부모님께 떳떳한 아들, 처부모님께 떳떳한 사위이고 싶다. 집에서의 떳떳함은 조금 더 범위가 넓은데, 경제적인 단단함과 사회적인 지위를 겸비하는 한편 감정적인 안정감과 (특히 아이에게는) 삶의 본보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여유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생계 걱정이 없고, 사회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비굴해지지 않고, 감정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화를 낼 일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이 여유라는 것이 결국 특정 시점에 내가 보유하고 있는 역량 대비 요구받는 역량이므로, 여유를 갖고 싶다면 보유 역량을 키워야만 한다. 이전에 쓴 <책, 친구, 그리고 일>이라는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요구받는 역량이라는 것은 그냥 시간이 지나는 것만으로도 커지는 물가 같은 놈이니까, 실질 역량 상승을 위해서는 결국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도 단순히 시간만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집어치우라고?

제임스 클리어, 2018,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비즈니스북스.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횟수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p192.
뒷표지 사진도 찍어뒀으면 좋았을텐데.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1만 시간의 법칙은 집어치우라는, 제법 도발적인 문구와 함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간이 아니고 횟수라는 언급이 나온다.
실제로 해당 부분을 읽어보면 단순히 지나간 시간보다는 실제로 어떤 행동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가 그 행동을 더 강화한다는 지당한 말이지만, 효율적으로 열심히 학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느낀 순간 떠올린 '의식적 노력'이라는 키워드를 대변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부정하는 듯한 문구라니!
이 묘한 역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좋은 책인 이유는 나의 일상적인 습관들을 세부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해주는 한편, 이 모든 일상의 결과이자 한편으로 일상의 변화를 유발하는 '정체성'이라는 것을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동기를 부여해줬다는 점이다.

"자신이 바라는 최고의 모습이 되려면 자신의 믿음들을 끊임없이 편집하고, 자기 정체성을 수정하고 확장해야만 한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p58.
이 책의 또 하나 좋은 점은 변화의 방향인 정체성 또한 변화할 수 있으며,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점이다. 성장형 사고방식이나 자기 효능감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이 끊임없이 수정하고 확장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나처럼 가치관이 명확하게 서 있지 않음을 부끄럽게는 여길지언정, 모호한 가치관을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지에는 생각이 못 미치는 경우가 상당하지 않을까 싶다.
가치에 대한 관점으로부터 변화의 방향성이 부여되고, 부여된 방향에 걸맞는 정체성으로부터 변화의 동력이 부여되고, 습관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실제로 변화해나간 것이 다시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한편, 다시 가치에 대한 관점과 정체성에 조정이 일어나는 순환 구조.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드디어 왜 최근 들어서야 '떳떳함'이라는 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없던 것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일 리는 없다. '자존심이 있지, 그따위로는 못 해,' ''악에 받혀 일하다보니 자기계발에 관심이 생기더라고,' '아이가 책을 보게 하려면 부모인 우리가 책을 봐야지 않을까?' 등, 그간 주변에 흘려온 말들이 지나고보니 다 같은 얘기였다는 것을 문득 이해하게 된 것 뿐. 그동안 정확히 어디로 향하는지는 몰랐어도 단지 시간을 사용하는 효율을 높여야만 숨통이 트이겠다는 생각에 시간관리를 하고, 불필요한 일들을 쳐내고, 크지 않지만 중요한 일들을 습관으로 만들어온 일상들이 내 가치관과 정체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만들어준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명한 격언은 보는 대상이 나일 때조차 유효하다. 나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도 일단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목표를 완전히 무시하고 오직 시스템에만 집중한다면 그래도 성공할까?"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p44.
저자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에 따르면, 시스템은 효율을 만들고 효율은 수준을 높이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은 상대적으로 넓은 관점을 제공한다. 보편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은 대체로 이러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운동을 습관화하든 정리정돈을 습관화하든 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학습이다. 맹목적인 학습도 지식을 넓혀준다. 더 넓은 지식은 더 많은 궁금증을 만들어낸다. 더 많은 궁금증은 학습의 효율화를 추구하게 만든다. 학습의 효율화란 선택과 집중이니까(아닐 수 있는 사람은, 축하할 일이다), 뭘 선택하고 뭘 포기하게 되는지를 결정해나가다보면 선호, 혹은 가치관이 차츰 드러나는 것이다.

어떻게 시스템(습관)을 관리할 것인가?

"더 나은 습관을 만드는 단 한가지의 올바른 방법이란 없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p23.
어디서 들어본 말이다 싶었는데, 티파니 보바의 <그로스 아이큐>의 서두에 나온 말과 비슷하다: "단 하나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 습관과 성장이라는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시스템이라는 틀에서 같은 맥락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니 운운은 이쯤에서 줄이고, 어떻게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
책에서는 '정체성-습관'의 큰 순환과, '신호-열망-반응-보상'의 작은 순환을 얘기한다. 어느 순환 고리의 어느 단계에서 시작하더라도 모든 과정을 다 거치게 되므로,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각 단계를 어떤 식으로 구성해도 맥락만 맞는다면 시스템은 동작할 것이므로, '단 한가지의 올바른 방법이란 없다,'는 말은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구체적인 지침은 '신호-열망-반응-보상'의 네 단계 각각에 대해 제공되는데, 신호를 명확하게 하거나 모호하게 만드는 방법, 습관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그렇지 않게 하는 방법, 행동을 하기 쉽게 만들거나 어렵게 하는 방법, 장/단기적 보상을 통해 행동의 결과를 만족스럽게 만들거나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각각의 방법론을 기준으로 현재의 좋은 습관을 강화하거나, 나쁜 습관을 약화지키거나,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습관 쌓기'인데, 이 용어 자체는 어떤 습관을 다른 습관의 신호로 사용하는 전략과 관련해서 소개됐지만, 책의 다른 부분에서 얘기하는 다양한 습관 연결 전략을 다 포함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수많은 습관들 사이사이에 적절한 습관을 끼워 넣거나,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덮어쓰거나, 특정 습관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상의 습관들 사이의 연결을 정리하고 나면, 일상에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몇 가지 핵심 습관들을 신호 삼아 자동적으로 좋은 습관들로 가득한 일상을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일상의 힘

"ATOMIC
[형용사] 원자의
1. 극도로 적은 양.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가장 작은 하나의 요소.
2. 막대한 양의 힘을 내는 근원"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p11.
극도로 작지만 막대한 양의 힘을 내는 근원, 'Atomic Habit'이라는 개념을 통해 내 일상을 다시 바라보고 재구성할 수 있으며, 효율적인 일상을 통해 가치관을 정립하고 가치관에 걸맞는 정체성을 강화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이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는 내내 얼른 내 일상의 이런 저런 부분들을 손 댈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행히 아주 크지 않은 조정과 환경 구성만으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이라, 큰 시행착오 없이 금방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을 <씽큐ON> 멤버들이야 이미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얻었을 것이지만, 혹시라도 지나가다 우연히 내 블로그에 들러 이 글을 읽을 분들이 이 미친 책을 통해 인생을 만드는 일상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만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외국보다 한국 초코파이가 초코 함량이 더 높은 이유

여느 몹쓸 공돌이 개그  언젠가 돌아다니던 초코파이 초코 함량 계산식. 답은? 무려 약 31.8%다. 이 정도면 빈츠보다도 높은 함량일지도.. 자고로 무릇 공대생 혹은 공돌이라 하면 '일반인' - 여기서는 비 공대인 -이라면 알 필요도 없는 기호로 범벅이 된 수식을 붙들고 밤을 샌다든지, 거기서부터 파생된 온갖 과제를 하느라 밤을 샌다든지,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자기들끼리' 머리를 싸메고 수시로 밤을 새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밤을 샌다는 건 낮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고 곧 '일반인'들과의 소통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다보면 시나브로 쌓이는 전공 지식과 함께 '바깥 세상'에 대한 환상 그리고 '일반인'들과의 유머적 단절에 대한 두려움도 어느 정도씩 키우게 되는데, 이런 것들을 비틀어 탄생한 것이 공대 개그 혹은 공돌이 개그이다. 예를 들어 '외국보다 한국의 초코파이가 초코 함량이 더 높은 이유'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도 훌륭한 공돌이일 가능성이 높은데(힌트는 위 수식을 영어로 바꿔보라는 것이고, 답은 마지막에..), 무릇 공돌이라 하면 이렇게 공돌이를 위한 개그를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소양을 갖추게 되고, 일반인들은 해설이 있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개그까지도 즐기면서 모종의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다시 일반인들과의 유머적 단절은 더 공고해진다. 이런 거에 웃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 출처: 나무위키 ' 공대개그 ' 페이지. 나 또한 정통한 공돌이로서 - 입사 전까지 같은 건물에 10년을 들락거렸다! - 유사한 과정을 거쳤고, 일요일 밤을 지배하던 주류 개그는 1도 모르지만 각종 공돌이 개그에는 피식거리는 단계에 도달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 날 이런 상황에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질량이 없는 물질'만 만날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그 날로 있는

차멀미가 날 때는 앞을 봐야 한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가족 여행을 가면 나는 꼭 어디에 도착해서야 잠에서 깨곤 했다. 그 때마다 조수석의 어머니께서는 좋은 경치는 하나도 못 보고 밥 먹을 때만 일어난다고 핀잔을 주곤 하셨는데, 아무리 깨어 있으려고 해도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난 여지 없이 곯아떨어졌다. 성인이 된 후에 생각해보니 그 시절의 나는 차멀미를 했던 것이었다. 멀미라는 건 눈과 귀 - 정확히는 전정기관 - 에서 감지되는 움직임에 대한 정보 불일치를 뇌가 불편하게 느끼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얼추 맞을텐데, 차에서 스마트폰을 볼 때 속이 더 메슥거리거나, 운전자는 멀미를 하지 않는 걸 생각해보면 된다. 차멀미를 할 때는 먼 산을 보라거나,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마시라거나 하는 민간요법이 전해지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다 소용 없는 일이다. 달리는 차 창문을 열고 머리 날리게 바람을 맞으면서 볼 것도 없는 먼 산을 아무리 노려보고 있어도, 멀미는 잦아들지 않았다. 조수석에라도 앉을 수 있다면 좀 나았겠지만 조수석에 갈 짬은 전혀 아니었으니 가장 확실히 멀미를 피하는 방법은 잠들어 버리는 것이었는데, 이걸 어느 정도 인지한 다음에는 메슥거림이 느껴질 때는 일부러 눈을 감고 잠드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아마 이 기전이 몸에 쌓이면서 차만 타면 자는 식으로 몸이 반응한 게 아닐까.  ""과학의 속도가 윤리적인 이해 수준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각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표현하느라 애를 먹게 된다." 2004년 하버드 대학교의 철학자 마이클 샌델이 쓴 글이다." - 유전자 임팩트, p620. 어른이 되면서 멀미 자체에 대한 민감도도 떨어진데다 이제는 어디 갈 때 거의 운전석에 앉기 때문에 멀미에 시달릴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과 기술의 발전을 보고 있으면 가끔 속이 울렁거릴 때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케빈 데이비스, " 유전자 임팩트 &qu

호르몬 불균형과 지방, 그리고 치즈

 호르몬 불균형은 건강에 좋지 않다.  주로 호르몬이 부족하니 뭔가로 보충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긴 하지만, 이 주장에 동의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뭐든 균형 잡힌 게 좋은 법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부족하니 보충해야 한다는 말은 많은데 너무 넘치니 줄여야 한다는 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글에 '에스트로겐'과 '식품'을 한글과 영문으로 검색해보면, 어느 쪽이든 건강과 미용에 좋은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갱년기에 이것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라는 소개 페이지만 잔뜩 검색된다. 물론 여기에 소개되는 음식은 거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호박, 쥐눈이콩, 석류 같은 것들이긴 하지만, 아무튼 과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페이지는 보이지 않는다. 닐 바너드,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 브론스테인, 2021. 닐 바너드의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는 에스트로겐을 비롯한 호르몬의 불균형, 그 중에서도 주로 과다한 호르몬이 어떤 건강 문제들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호르몬 과다를 일으키는 원인과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식습관을 알려주는 책이다. 호르몬 불균형이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과 식습관 개선을 통해 극적으로 개선된 사례들, 그리고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의학적 연구 결과들을 다양하게 알려준다. 물론 우리가 <영양의 비밀>을 통해 이미 알고 있듯이 우리 몸이 어떤 영양소에 반응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여기 소개된 극적인 사례들이 당장 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호르몬과 건강에 대해 현대 과학이 밝혀낸 가장 신뢰성 높은 지식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식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은 '행복에 있어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안티프래질한 전략일 것이다. "밝혀진 바로 유방암의 최대 위험인자는 호르몬, 그 중에서도 에스트로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