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돈의 가격

돈은 가치의 측정 수단이자 저장 수단이다.
돈의 정의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든, 이것이 가장 정석에 가까운 정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돈' 하면 떠올리는 지폐나 동전 등의 화폐는 액면가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할 수 있음을 나타낼 수 있는 증서일 뿐이고, 화폐를 교환할 때 실제로 이동하는 것은 교환되는 화폐로 표시되는 분량의 돈 - 혹은 돈으로 측정된 가치 - 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은 가치를 측정하고 저장함으로써 어떤 가치의 교환, 즉 거래를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떤 거래를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가치'이다. 즉, 가치의 측정 및 저장 수단인 돈은 그 자체로 다시 어떤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돈의 가치는 다시 돈으로 측정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돈의 가격, 즉 금리이다.

돈은 여기서 교환되는 가치를 측정함으로써 거래를 성사시킨 다음, 곧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또 다른 거래를 성사시킨다. 이렇게 누군가의 소비가 누군가의 소득이 되는 경제라는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돈의 가격, 즉 금리에 대한 이해는 문맹보다도 해롭다는 금융맹에서 탈출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 교양지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염상훈, 2019, 나의 첫 금리 공부, 원앤원북스

이 책은 '금리'라는 관점에서 돈과 경제를 설명한 책으로, 재테크의 기본이 되는 돈과 돈의 가격 자체에 대한 교양을 쌓고자 한다면 처음으로 읽어봐야 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경기와 물가, 신용, 환율 등 우리가 다양한 경제 기사를 통해 자주 접하고 각자 이런저런 논평을 내놓는 다양한 주제에서 금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흔히 관심을 갖는 주식 시장보다도 채권 시장이 더 크다는 점,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제도와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실현시키는 방법과 양적완화의 방법론, 많은 외환보유고가 무조건적인 가치는 아니라는 점 등이 매우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었다.
 나부터도 재테크에 대해서 고민은 하지만 항상 우왕좌왕하는 평범한 사회인이지만, 그 와중에도 이제 재테크를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하는 지인이 있다면 기본교양의 함양을 위해서라도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채권시장과 금리는 원인이자 결과이며, 본질이자 현상입니다."
- 나의 첫 금리 공부, p7.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
1) 그리 어렵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이 어렵다면 홍춘욱 박사의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를 먼저 읽어보면 좋겠다. 역사라는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사건들 뒤에서 힘을 발휘하는 돈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쉽게 접근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2)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면, 한국에 사는 투자자로서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특성과 환율의 변동, 그리고 이를 활용한 투자 방법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홍춘욱 박사의 "환율의 미래"를 읽고, 다음으로 김성일 님의 "마법의 돈 굴리기"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외국보다 한국 초코파이가 초코 함량이 더 높은 이유

여느 몹쓸 공돌이 개그  언젠가 돌아다니던 초코파이 초코 함량 계산식. 답은? 무려 약 31.8%다. 이 정도면 빈츠보다도 높은 함량일지도.. 자고로 무릇 공대생 혹은 공돌이라 하면 '일반인' - 여기서는 비 공대인 -이라면 알 필요도 없는 기호로 범벅이 된 수식을 붙들고 밤을 샌다든지, 거기서부터 파생된 온갖 과제를 하느라 밤을 샌다든지,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자기들끼리' 머리를 싸메고 수시로 밤을 새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밤을 샌다는 건 낮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고 곧 '일반인'들과의 소통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다보면 시나브로 쌓이는 전공 지식과 함께 '바깥 세상'에 대한 환상 그리고 '일반인'들과의 유머적 단절에 대한 두려움도 어느 정도씩 키우게 되는데, 이런 것들을 비틀어 탄생한 것이 공대 개그 혹은 공돌이 개그이다. 예를 들어 '외국보다 한국의 초코파이가 초코 함량이 더 높은 이유'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도 훌륭한 공돌이일 가능성이 높은데(힌트는 위 수식을 영어로 바꿔보라는 것이고, 답은 마지막에..), 무릇 공돌이라 하면 이렇게 공돌이를 위한 개그를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소양을 갖추게 되고, 일반인들은 해설이 있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개그까지도 즐기면서 모종의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다시 일반인들과의 유머적 단절은 더 공고해진다. 이런 거에 웃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 출처: 나무위키 ' 공대개그 ' 페이지. 나 또한 정통한 공돌이로서 - 입사 전까지 같은 건물에 10년을 들락거렸다! - 유사한 과정을 거쳤고, 일요일 밤을 지배하던 주류 개그는 1도 모르지만 각종 공돌이 개그에는 피식거리는 단계에 도달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 날 이런 상황에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질량이 없는 물질'만 만날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그 날로 있는

차멀미가 날 때는 앞을 봐야 한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가족 여행을 가면 나는 꼭 어디에 도착해서야 잠에서 깨곤 했다. 그 때마다 조수석의 어머니께서는 좋은 경치는 하나도 못 보고 밥 먹을 때만 일어난다고 핀잔을 주곤 하셨는데, 아무리 깨어 있으려고 해도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난 여지 없이 곯아떨어졌다. 성인이 된 후에 생각해보니 그 시절의 나는 차멀미를 했던 것이었다. 멀미라는 건 눈과 귀 - 정확히는 전정기관 - 에서 감지되는 움직임에 대한 정보 불일치를 뇌가 불편하게 느끼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얼추 맞을텐데, 차에서 스마트폰을 볼 때 속이 더 메슥거리거나, 운전자는 멀미를 하지 않는 걸 생각해보면 된다. 차멀미를 할 때는 먼 산을 보라거나,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마시라거나 하는 민간요법이 전해지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다 소용 없는 일이다. 달리는 차 창문을 열고 머리 날리게 바람을 맞으면서 볼 것도 없는 먼 산을 아무리 노려보고 있어도, 멀미는 잦아들지 않았다. 조수석에라도 앉을 수 있다면 좀 나았겠지만 조수석에 갈 짬은 전혀 아니었으니 가장 확실히 멀미를 피하는 방법은 잠들어 버리는 것이었는데, 이걸 어느 정도 인지한 다음에는 메슥거림이 느껴질 때는 일부러 눈을 감고 잠드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아마 이 기전이 몸에 쌓이면서 차만 타면 자는 식으로 몸이 반응한 게 아닐까.  ""과학의 속도가 윤리적인 이해 수준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각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표현하느라 애를 먹게 된다." 2004년 하버드 대학교의 철학자 마이클 샌델이 쓴 글이다." - 유전자 임팩트, p620. 어른이 되면서 멀미 자체에 대한 민감도도 떨어진데다 이제는 어디 갈 때 거의 운전석에 앉기 때문에 멀미에 시달릴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과 기술의 발전을 보고 있으면 가끔 속이 울렁거릴 때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케빈 데이비스, " 유전자 임팩트 &qu

호르몬 불균형과 지방, 그리고 치즈

 호르몬 불균형은 건강에 좋지 않다.  주로 호르몬이 부족하니 뭔가로 보충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긴 하지만, 이 주장에 동의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뭐든 균형 잡힌 게 좋은 법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부족하니 보충해야 한다는 말은 많은데 너무 넘치니 줄여야 한다는 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글에 '에스트로겐'과 '식품'을 한글과 영문으로 검색해보면, 어느 쪽이든 건강과 미용에 좋은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갱년기에 이것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라는 소개 페이지만 잔뜩 검색된다. 물론 여기에 소개되는 음식은 거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호박, 쥐눈이콩, 석류 같은 것들이긴 하지만, 아무튼 과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페이지는 보이지 않는다. 닐 바너드,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 브론스테인, 2021. 닐 바너드의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는 에스트로겐을 비롯한 호르몬의 불균형, 그 중에서도 주로 과다한 호르몬이 어떤 건강 문제들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호르몬 과다를 일으키는 원인과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식습관을 알려주는 책이다. 호르몬 불균형이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과 식습관 개선을 통해 극적으로 개선된 사례들, 그리고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의학적 연구 결과들을 다양하게 알려준다. 물론 우리가 <영양의 비밀>을 통해 이미 알고 있듯이 우리 몸이 어떤 영양소에 반응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여기 소개된 극적인 사례들이 당장 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호르몬과 건강에 대해 현대 과학이 밝혀낸 가장 신뢰성 높은 지식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식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은 '행복에 있어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안티프래질한 전략일 것이다. "밝혀진 바로 유방암의 최대 위험인자는 호르몬, 그 중에서도 에스트로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