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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읽고 글 쓰기 #2 - 김성일, "마법의 돈 굴리기"

'재테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를 위해 단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여기에 대한 답을 드디어 찾은 것 같다. 즉, 직장인으로서 내가 갖고 있는 재테크의 방향에 대한 관념과 내가 행하고 있는 투자 전략을 정확하게 커버하면서도, 조금 더 세부적이고 깊은 내용까지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첫째로 스스로의 투자 전략에 대한 확신의 정도를 높일 수 있었고, 둘째로 투자 전략을 세부적으로 조정할 아이디어를 얻었고, 마지막으로 별다른 투자관이 없는 지인에게 입 아프게 얘기할 것 없이 이 책을 권한다는 선택지를 얻었다.

너무 아무 정보 없이 개인적인 감흥만 늘어놓은 것 같다.
이 책의 주제는 '자산 배분'이다. 누구나 재테크에 대해서 막연한 필요는 느끼지만, 카더라에 의존해 몇 종목의 주식을 사 두거나, 역시 카더라에 의존해 이런 저런 펀드에 가입하는 것 수준에 머무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이런 분들한테 단편적으로 왜 개별 종목보다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 왜 달러화 표시 자산을 일부 가져야 하는지, 왜 채권이나 현금 비중이 필요한지 얘기해봐야 결국 돌아오는 반응은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이다.
앞으로는 이럴 때 거두절미하고 이 책을 추천해주거나, 그 지인이 나에게 가깝고 소중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선물해주겠다. 자산 배분 및 리밸런싱이 왜 노력 대비 수익률-고통 관점에서 최고의 가성비를 갖는지, 주식과 채권은 왜 필수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야 하는지, 현금과 부동산, 귀금속이나 원자재는 어떤 식으로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주는지, 왜 해외 자산이 필요한지, 심지어 대표적인 자산 비율과 리밸런싱 방법, 실제로 해당 자산을 매입하는 방법까지 모두 정리되어 있다.

나 자신도 재테크 혹은 투자라는 분야에서 초보자에 불과하지만, 감히 최고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내용을 다루면서도 어느 정도는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고, 데이터를 통해 근거를 제시하면서도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다. 문장이 아름답거나 스토리텔링이 기가 막힌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장점이 필요한 종류의 책은 아니며, 주요 내용의 구성이 적절하고 읽기 편한 문장으로 일관된 논리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3일 전에 이 책의 소개를 받았고, 이틀 전에 친구들에게 덥썩 추천을 한 후 주문을 했으며, 어제 읽기 시작해서 이틀 만에 다 읽었고, 내일 여행을 떠나는 아내에게 들려 보낼 것이다.

전문적으로 투자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너무나 쉬운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재테크는 궁금해도 주식 거래 한 번 해본 적 없거나, 나름대로의 규모로 투자는 하고 있지만 자신의 투자 전략에 점검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반인 수준까지는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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