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누나가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한 편으로(2기) 며칠 전 수술도 잘 받았다는 얘기를 자형한테 들었다. 일요일을 이용해 병문안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기차표를 예약했다. 그러고 나니, 그제서야 유방암 환자한테 불쑥 찾아가면 어떤 얼굴로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은 건지 전혀 떠오르는 게 없다는 걸 자각했다.
아는 게 없으면 책을 봐야지. 누나한테도 선물하면 도움이 될만한 책으로. 금요일 퇴근 길에 강남 교보문고에 들렀다. 건강 코너에 가면 유방암 관련된 책만 모여 있는 서가가 있다. 거기 죽치고 서서 괜찮아 보이는 책을 몇 권 읽어봤다. 어떤 책이 도움이 될까?
유방암 자체, 그리고 표준적인 치료의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종류의 책이 있다.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국립암센터 등 큰 병원의 유방암 관련 높으신 교수님들이 표지에 웃는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다. 이런 책들은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어 적당히 보기에 편한 책을 하나 골랐다.
그 다음은 꼭 유방암이 아니라도 암 환자에게 어떤 식단이 좋은지 레시피를 담고 있는 책이다. 어떤 책은 이렇게 하면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되어 있지만, '암에 대한 민간 요법은 실패한 사례는 당사자가 죽고 없기 때문에 성공한 사례만 눈에 보인 것이다,'는 어느 교수님의 명언을 되새기면서 거른다. 멀쩡한 책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떤 암에 특효가 있는 한 가지의 음식 같은 것은 없다.' 어디까지나 음식은 병의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하고, 나쁜 영향을 줄 만한 요소를 배제하는 한편 먹는 즐거움을 상기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취지로 쓰여진 책 중 주식보다는 간식에 대한 책을 하나 골랐다.
그 다음으로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게 될 누나가 조금이라도 쉽게 필요한 습관들을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머릿속으로 골랐다. 그러고나니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실제 투병 과정과 극복 과정에서 유방암 환자가 겪는 감정의 변화와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책. 이런 책이야말로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한테 도움이 될만한 책일텐데, 급하게 서점에 와서 찾다보니 쉽지 않았다. 책 자체도 많지 않은 것 같고, 있다 하더라도 제목에 '유방암'이라고 키워드를 붙여놓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다가 건강 화제의 책 코너에서 이 책을 찾았다. 전공의 1년차 끄트머리에 3기 유방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겪었던 의사와, 그 선배로서 후배를 지켜본 종양내과 의사가 함께 쓴 책이다. 마침 제목에 '유방암'이라는 키워드가 붙어 있었던 덕도 크다.
이 책은 병의 발견부터 치료계획의 수립, 항암치료, 수술, 방사선치료의 과정, 치료 후 일상의로의 복귀 등의 단계마다 후배 의사가 환자로서 느낀 감정을 풀어낸 부분과 선배 의사가 의사로서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이 교차하는 형식으로 쓰여 있다. 유방암의 치료과정에서 주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들과 치료법 등을 대부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지식적인 부분도대부분 충족시키지만, 그러면서 환자로서 겪는 감정의 변화를 엿볼 수 있고, 환자를 대하는 의사와 의료 시스템의 태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의사든 환자든 이 책을 통해 본인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상대방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환자의 가족은 환자와 의사가 처해 있는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적절한 반응을 할 필요가 있는데, 이 책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이 유방암 환자거나, 가족이 유방암 환자라면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지금 누나를 만나러 부산에 가는 기차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누나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아는 게 없으면 책을 봐야지. 누나한테도 선물하면 도움이 될만한 책으로. 금요일 퇴근 길에 강남 교보문고에 들렀다. 건강 코너에 가면 유방암 관련된 책만 모여 있는 서가가 있다. 거기 죽치고 서서 괜찮아 보이는 책을 몇 권 읽어봤다. 어떤 책이 도움이 될까?
유방암 자체, 그리고 표준적인 치료의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종류의 책이 있다.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국립암센터 등 큰 병원의 유방암 관련 높으신 교수님들이 표지에 웃는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다. 이런 책들은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어 적당히 보기에 편한 책을 하나 골랐다.
그 다음은 꼭 유방암이 아니라도 암 환자에게 어떤 식단이 좋은지 레시피를 담고 있는 책이다. 어떤 책은 이렇게 하면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되어 있지만, '암에 대한 민간 요법은 실패한 사례는 당사자가 죽고 없기 때문에 성공한 사례만 눈에 보인 것이다,'는 어느 교수님의 명언을 되새기면서 거른다. 멀쩡한 책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떤 암에 특효가 있는 한 가지의 음식 같은 것은 없다.' 어디까지나 음식은 병의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하고, 나쁜 영향을 줄 만한 요소를 배제하는 한편 먹는 즐거움을 상기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취지로 쓰여진 책 중 주식보다는 간식에 대한 책을 하나 골랐다.
그 다음으로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게 될 누나가 조금이라도 쉽게 필요한 습관들을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머릿속으로 골랐다. 그러고나니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실제 투병 과정과 극복 과정에서 유방암 환자가 겪는 감정의 변화와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책. 이런 책이야말로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한테 도움이 될만한 책일텐데, 급하게 서점에 와서 찾다보니 쉽지 않았다. 책 자체도 많지 않은 것 같고, 있다 하더라도 제목에 '유방암'이라고 키워드를 붙여놓지도 않은 것 같았다.
박경희, 이수현, 2019, 유방암, 굿바이, 봄이다 프로젝트 |
그러다가 건강 화제의 책 코너에서 이 책을 찾았다. 전공의 1년차 끄트머리에 3기 유방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겪었던 의사와, 그 선배로서 후배를 지켜본 종양내과 의사가 함께 쓴 책이다. 마침 제목에 '유방암'이라는 키워드가 붙어 있었던 덕도 크다.
이 책은 병의 발견부터 치료계획의 수립, 항암치료, 수술, 방사선치료의 과정, 치료 후 일상의로의 복귀 등의 단계마다 후배 의사가 환자로서 느낀 감정을 풀어낸 부분과 선배 의사가 의사로서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이 교차하는 형식으로 쓰여 있다. 유방암의 치료과정에서 주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들과 치료법 등을 대부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지식적인 부분도대부분 충족시키지만, 그러면서 환자로서 겪는 감정의 변화를 엿볼 수 있고, 환자를 대하는 의사와 의료 시스템의 태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의사든 환자든 이 책을 통해 본인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상대방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환자의 가족은 환자와 의사가 처해 있는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적절한 반응을 할 필요가 있는데, 이 책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이 유방암 환자거나, 가족이 유방암 환자라면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지금 누나를 만나러 부산에 가는 기차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누나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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