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회사는 평일 야간 근무 후 24시 이후에 퇴근하면 귀가 택시비를 지원해준다. 해서, 최소한 금전적인 부담은 없는 터에, 하는 일이 글 읽고 글 쓰는 것이다보니 다른 사람들 퇴근한 후 조용한 사무실에서 방해 없이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마침 성과를 많이 내야 하는 시기인 것도 있고 해서 체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일주일에 한두 차례는 새벽 1시쯤까지 일을 하고 택시로 귀가한다.
이렇게 귀가하는 택시에서는 어둡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책을 읽거나 읽은 책을 뒤적거리며 서평을 쓰거나 할 마음은 잘 안 들어서 대체로 유튜브로 동영상을 보거나 눈을 감고 음성만 들으면서 약 25~30분 정도 되는 퇴근길에서의 시간을 보내는데, 최근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글 쓰는 기회를 조금 더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떠올라서 즉흥적으로 택시로 퇴근할 때마다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주제들로 되는대로 글을 써서 올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매번 택시로 귀가할 때마다 글을 하나씩 쓰겠다고 마음먹기에는 내가 그렇게까지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목표는 일주일에 하나씩 글을 쓰는 것이다. 이제 곧 2019년도 절반이 지나가는 시점이니 목표대로라면 연말에는 대략 26개의 글이 '잡글' 라벨을 붙이고 있겠지. 그리고 시간제한이 있는 글쓰기니까 아무래도 그 날 쓸 글의 주제와 대략의 흐름 정도는 미리 구상을 해 두었다가 죽 풀어내는 연습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침 미리 주제와 흐름을 생각해보는 게 좋다는 생각을 했으니, 다음 글의 주제로 삼을만한 내용을 이전 글 말미에 적어보는 것도, 해당 내용을 실제로 다음 글에 담지 않더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음 글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써 볼까 한다. 살면서 글을 통해 자기소개를 할 기회는 별로 없었는데(하긴, 말로도 마찬가지다), 블로그라는 게 일종의 자기소개 채널이라고 봤을 때, 블로그 시작 글과 특정 목적으로 부랴부랴 올린 예전 글들을 제외하면 초기에 적어봐도 좋은 주제가 아닐까 싶다.
내 6살짜리 아이에게 얼마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큰 수는 '백천무한'이었다. 아직 하나하나 차근차근 세어 나가면 100 넘게도 셀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68 다음은 뭐냐고 물으면 '13?' 이렇게 아무 숫자나 생각나는대로 얘기하는 게 아이의 수준인데, 백 다음에는 천이 있고, '무한'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걸 어디서 줏어들은 모양인지, '엄청 많다'는 얘기는 모두 다 '백천무한개'로 퉁치던 게 불과 한두달 전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녀석이 '조'라는 게 있다던데, 이러면서 또 아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파온다. '억'이라는 단위가 있는 줄도 모르는 아이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일단 '만'과 '조' 사이에는 '억'이라는 게 있다고 설명은 해 줬는데, 사실 '만'과 '조' 사이에는 '억' 말고도 '십만', '백만', '천만'도 있고, '십억', '백억', '천억'도 있으며, 조 다음도 같은 모양이로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해주면 되지? "또한 우리는 모두 머리 속에 일종의 숫자 선, 즉 마음 속 숫자 축을 갖고 있어, 계산할 때 그 축 위에서 움직이는 법을 배운다." -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p208. 나름 고등교육을 받아서, 실수 축과 허수 축, 도메인 전환과 같은 개념을 섭렵한 아빠와 달리 이제 6살인 아이는 실수 축에서 정수, 그 중에서도 자연수 영역의 일부에 대해서 이런 심상을 만들어가야 하는 단계인데, 여기서 1씩 세기로 가기에는 억이니 조니, 너무나 험난한 영역의 얘기인 것이다. "놀랍게도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2차원 지도상에서 데이터를 나타내는 걸 배울 때 이 영역이 활성화된다. 그 데이터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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