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블로그란 걸 시작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블로그란 걸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이 온갖 채널을 통해 글쓰기가 중요하고 그 시작은 서평이라고 하도 강조에 강조를 해서, '그렇다면 써보지 뭐' 하고 에버노트에 꾸역꾸역 써 왔었는데, 그 서평도 독후감도 뭣도 아닌 애매한 글들을 피드백도 없이 혼자 쓰다보니 답답한 것도 없잖아 있고 이 작가들이 이제는 서평을 온라인에다 올리라고 성화인데다, 이제는 블로그에 공개된 서평 없이는 자기네가 주최하는 모임에 지원도 못하게 해 주시는 바람에 허접하든 말든 온라인에 내 글을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동기와 환경이 모두 갖춰진 덕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들은 누구고 모임은 또 뭐냐고?
작가들은 "완벽한 공부법", "일취월장" 등 단기간에 좋은 책도 많이 쓰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동기부여, 멘토링, 문해력 증을 통해 '극락조선'을 만들어보겠다는 정신나간 스케일의 목표를 진짜로 해 나가고 있는 고영성 작가, 신영준 박사이고, 모임은 대교가 후원하고 체인지그라운드가 진행하는 무료 독서모임 '씽큐베이션'이다.
요 씽큐베이션은 1기 때부터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만 하고 도저히 여기서 요구하는 속도의 독서와 서평 작성, 온/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할 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법이 없어 신청도 못했고 2기인 지금도 내 사정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이번에는 온라인 독서모임인 '씽큐ON'이 있다! 물론 여기서 요구하는 2주 1권도 내 평소 책 읽는 속도를 보면 만만찮은 압박이 되겠지만 이 정도면 나 스스로에게 가하는 적절한 수준의 넛지로 삼을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신청을 해보려고 한다.

문제라고 하면 예전에 썼던 글들을 천천히 하나하나씩 꺼내보면서 조금씩은 가다듬어서 올릴 참이었는데, 2기 씽큐베이션의 신청 마감이 지금 이 블로그 개시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라는 점이다. 평일에는 밤 늦게 퇴근하고 주말 하루는 거의 출근하는 걸 생각해서 출근하지 않는 주말 하루는 아내와 아이에게 시간을 많이 쓰려고 하는 와중에 이건 정말 큰 압박이다. 그렇다고 내 성격이 처음 블로그란 걸 열어놓고 다짜고짜 원래 썼던 글들만 옮겨다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일단은 급한 관계로 내 개인 에버노트에 써뒀던 독서 관련 글(차마 당당하게 서평이라고 얘길 못 하겠다) 몇 개만 먼저 그냥 올리고, 정리는 차차 해나가기로 한다. 이 블로그를 개설한 것이 나에게 긍정적인 환경설정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차멀미가 날 때는 앞을 봐야 한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가족 여행을 가면 나는 꼭 어디에 도착해서야 잠에서 깨곤 했다. 그 때마다 조수석의 어머니께서는 좋은 경치는 하나도 못 보고 밥 먹을 때만 일어난다고 핀잔을 주곤 하셨는데, 아무리 깨어 있으려고 해도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난 여지 없이 곯아떨어졌다. 성인이 된 후에 생각해보니 그 시절의 나는 차멀미를 했던 것이었다. 멀미라는 건 눈과 귀 - 정확히는 전정기관 - 에서 감지되는 움직임에 대한 정보 불일치를 뇌가 불편하게 느끼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얼추 맞을텐데, 차에서 스마트폰을 볼 때 속이 더 메슥거리거나, 운전자는 멀미를 하지 않는 걸 생각해보면 된다. 차멀미를 할 때는 먼 산을 보라거나,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마시라거나 하는 민간요법이 전해지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다 소용 없는 일이다. 달리는 차 창문을 열고 머리 날리게 바람을 맞으면서 볼 것도 없는 먼 산을 아무리 노려보고 있어도, 멀미는 잦아들지 않았다. 조수석에라도 앉을 수 있다면 좀 나았겠지만 조수석에 갈 짬은 전혀 아니었으니 가장 확실히 멀미를 피하는 방법은 잠들어 버리는 것이었는데, 이걸 어느 정도 인지한 다음에는 메슥거림이 느껴질 때는 일부러 눈을 감고 잠드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아마 이 기전이 몸에 쌓이면서 차만 타면 자는 식으로 몸이 반응한 게 아닐까.  ""과학의 속도가 윤리적인 이해 수준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각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표현하느라 애를 먹게 된다." 2004년 하버드 대학교의 철학자 마이클 샌델이 쓴 글이다." - 유전자 임팩트, p620. 어른이 되면서 멀미 자체에 대한 민감도도 떨어진데다 이제는 어디 갈 때 거의 운전석에 앉기 때문에 멀미에 시달릴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과 기술의 발전을 보고 있으면 가끔 속이 울렁거릴 때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케빈 데이비스, " 유전자 임팩트 ...

6살짜리 아이에게 지수 개념을 가르칠 수 있을까?

내 6살짜리 아이에게 얼마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큰 수는 '백천무한'이었다. 아직 하나하나 차근차근 세어 나가면 100 넘게도 셀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68 다음은 뭐냐고 물으면 '13?' 이렇게 아무 숫자나 생각나는대로 얘기하는 게 아이의 수준인데, 백 다음에는 천이 있고, '무한'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걸 어디서 줏어들은 모양인지, '엄청 많다'는 얘기는 모두 다 '백천무한개'로 퉁치던 게 불과 한두달 전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녀석이 '조'라는 게 있다던데, 이러면서 또 아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파온다. '억'이라는 단위가 있는 줄도 모르는 아이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일단 '만'과 '조' 사이에는 '억'이라는 게 있다고 설명은 해 줬는데, 사실 '만'과 '조' 사이에는 '억' 말고도 '십만', '백만', '천만'도 있고, '십억', '백억', '천억'도 있으며, 조 다음도 같은 모양이로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해주면 되지? "또한 우리는 모두 머리 속에 일종의 숫자 선, 즉 마음 속 숫자 축을 갖고 있어, 계산할 때 그 축 위에서 움직이는 법을 배운다." -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p208. 나름 고등교육을 받아서, 실수 축과 허수 축, 도메인 전환과 같은 개념을 섭렵한 아빠와 달리 이제 6살인 아이는 실수 축에서 정수, 그 중에서도 자연수 영역의 일부에 대해서 이런 심상을 만들어가야 하는 단계인데, 여기서 1씩 세기로 가기에는 억이니 조니, 너무나 험난한 영역의 얘기인 것이다. "놀랍게도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2차원 지도상에서 데이터를 나타내는 걸 배울 때 이 영역이 활성화된다. 그 데이터가 공...

더 이상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달라이 라마, "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 김영사, 2001. 하도 오래 전이라 확신은 없지만, 시작은 이 책이었던 것 같다. '깨어있음' 혹은 '알아차림'이라는 개념을 마음 한 구석에 가지기 시작했던 것은. 거의 20년 전에 - 출간년도를 확인해보니 2001년이다 - 읽었던 책이라 각론이든 총론이든 아무 것도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표지 사진 속 아이의 얼굴과, 무엇을 하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상태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개념만은 기억 속에 박혀 있었다. 이 '알아차림'이라는 개념은 시간이 흘러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개념으로 다시 다가왔다. 어떻게인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나에게 마음챙김 운운하기 시작한지도 몇 년은 된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고 스스로 더 나아지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읽은 많은 책에서도, '명상' 혹은 '마음챙김'의 혜택을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위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나는, 적극적으로 마음챙김을 실천하기 위해 시간을 내기에는 그 혜택이 명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핑계를 대며 적극적으로 마음챙김 수행 혹은 명상이라는 것을 시도해보지 않았다. 핑곗거리를 잃어버리다 샤우나 샤피로, " 마음챙김 ", 안드로메디안, 2021. "심리적, 인지적, 신체적 건강 영역에서 마음챙김 수행의 중요한 이점을 확인해준 연구는 수 없이 많다." - 마음챙김, p81. 이건 뭐 '닥치고 해봐야 되는' 수준이다. 이렇게나 다양한 혜택이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을 거라고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책에서 소개한 이점들에 붙어 있는 참고문헌과 각 인용 수 및 수록된 저널의 영향력 지수 를 정리해봤다(인용은 Google Scholar 검색시점 기준, 영향력 지수는 Wikipedia 기준).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ㅡ.ㅡ; 심리적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