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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의 게시물 표시

더 영리한(SMARTER) 목표가 인생 최고의 해를 만드는 것일까?

졸꾸러기가 되어버렸다. 평생에 걸쳐 새해 계획이라는 걸 딱히 세워 본 적은 없지만(혹은 시작과 동시에 뇌리에서 지워버렸겠지만), 졸꾸의 언저리를 맴돌기 시작하면서 올해(2019년)부터는 계획이라는 걸 세우게 됐다. 그 중 월 1권 독서 및 서평 작성하기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3기 씽큐ON의 마지막 선정도서인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의 서평을 쓰고 있는 오늘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읽은 책을 세어 보았더니.. 무려 35권을 읽었다! 그 중 서평이 작성된 건은 29권으로, 어느 새 정통 졸꾸러기(월 평균 2권 독서&서평)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구글 시트로 관리하는 내 독서 목록. 올해는 이것도 개편을 좀 해야겠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졸꾸'라는 가치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용어에는 그다지 편안한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굳이 블로그의 제목도 졸꾸의 언저리라고 지어 놓고 계정도 언저리프론으로 - 부상을 자주 당하는 운동선수를 인저리프론이라고 한다 - 만들어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 결과를 확인하고 나니 내가 이러려고 그렇게 용을 썼나 자괴감 들고 괴롭.. 지는 않고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조금 든다. 일단 12권이 목표였는데 읽은 권수로는 거의 200% 넘게 초과 달성한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따져보자. 우선 생각나는 이유는 12권이라는 목표가 정확한 메타인지에 기반해서 나오지 않았다 는 것이다. 사실 2018년에는 그 정도 속도로 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걸 기준으로 2019년의 목표를 세우긴 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내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독서에 투입할 수 있는지, 서평을 하나 쓰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독서하고 서평 쓰는 실력이 늘었다 는 것이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속도야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독서의 속도는 이해의 속도이기 때문에 배경지식의 유무에 달려있고, 나에게는

나는 아내를 정말로 사랑하는 것일까?

나와 아내는 더 이상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 나와 아내는 더 이상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 최근에 세 돌을 맞은 아이가 생긴 이후니까 만으로 근 4년이다. 이제 그만 한 것도 아니고 때때로 아내와의 로맨틱한 밤을 보내는 것을 떠올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도 아내도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시간도 에너지도 언제나 태부족이어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섹스리스로 지내고 있다.  나이 들어서도 사이 좋게 손 잡고 다니는 부부가 되자고 아내와 한 번씩 다짐한다. 이렇게 잔잔하게 오래 가는 사랑을 하자고 생각하지만, 문득 벌써부터 이렇게 잔잔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열정적인 사랑이라는 개념이 워낙 보편적이라, 과연 열정이 없는 사랑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식의 의심이 생기는 것이다. 아내에 대한 나 자신의 사랑, 나에 대한 아내의 사랑, 나의 사랑에 대한 아내의 생각, 이런 식으로 의심의 대상이 늘어난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사랑에 대한 거의 모든 질문 로라 무차, 2019, 러브 팩추얼리 , 비잉 이 책은 저자가 평생에 걸쳐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낸 바를 정리한 책으로, 진지하게 진행된 프로젝트만 10년이 넘는 집착의 결과물이다. "내 기억이 떠오르는 한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인간관계에 대해 물었다. '심문'을 했고, 비공식적인 '인터뷰'를 했다. ..중략..  이후 10년 넘게 나는 공항과 상점, 시장, 카페, 레스토랑, 술집, 병원, 공원, 미술관, 도서관, 박물관, 버스, 기차, 비행기, 배 등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 러브 팩추얼리, p5. 저자는 다양한 국적, 인종, 종교, 직업, 나이의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사랑에 대한 그들의 개인적인 삶과 견해를 모으고, 이를 심리학 철학 등의 학문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한 일반화시키려 노력했다. 저자가 어느 정도로 이 주

우주론과 진화론, 그리고 건강

생명의 탄생, 진화, 그리고 건강 약 138억년 전 우리 우주가 탄생했다. 약 46억년 전에는 우리의 태양과, 지구가 탄생했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약 46~38억년전 사이에 무수히 지구와 충돌하던 운석의 수가 줄어들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비가 되어 내리면서 바다가 형성되고, 화성만한 원시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며 이 때 떨어져나간 덩어리가 달이 되었고, 최초의 생명이 탄생했다. 최초의 생명인 박테리아와 단세포생물들은 산소 없이 번성했으나, 약 25~5억년전 사이에 광합성을 하는 남조류가 출현하며 엄청난 양의 산소를 발생시켜 대규모 멸종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일부 박테리아는 다른 단세포생물 속으로 들어가 숙주인 세포에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산소로부터의 보호를 받는 형태의 공생관계를 구축하도록 진화하여 진핵세포를 만들어내고, 또 다른 일부의 박테리아는 진핵세포 기반의 다세포 동물들이 진화함에 따라 그들의 장으로 자리를 옮겨 살아남았다. 이들이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와 장내 미생물군인데, 모든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에도 똑같이 존재하고, 이들과 이들의 숙주인 우리 몸의 공생관계가 우리의 건강과 장수를 좌우한다. 솔직히 말해 제법 급진적인 느낌의 이야기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의 몇 년 간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우주론, 태양과 지구의 탄생, 생명의 탄생과 진화 등이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느낌은 신선하고 매끄럽기까지 하다. 소위 말하는 '후견지명'이 발동하는 느낌인데, 내가 이런 느낌을 받는다고 해서 이 가설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나는 완벽히 설득당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쉽고 간단한 얘기가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왜 누구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고, 누구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가? 왜 비슷한 식습관을 갖는 가족들은 비슷한 건강 상태를 갖는가? 왜 몸에 좋다는 것이 넘쳐나는데 건강한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을까?.. 습관과 건강에 대해 머릿 속에서 혼재하던 것들이 많이

모기라는 이름의 운

역병 역사는 운의 연속이라고 누군가 그랬다던가.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우리 종의 역사가 물리학이나 생물학의 영역에서 분리된 '인지 혁명'부터가 어떠한 유전자 돌연변이라는 운에 의해 촉발되었다. 하긴, 우리 우주의 생성부터 태양과 지구의 형성, 생명의 탄생부터 진화까지 어느 하나 운의 영역 바깥에 있는 사건이라고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 즉 호모 사피엔스가 허구를 다룸으로써 대규모로 유연하게 협력하는 능력을 획득하여 지구의 정복자로 올라서는 정도의 사건 또한 운의 영역인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를 폭발시키고 잉여 생산물을 만들어냄으로써 문명의 발전을 촉발시킨 농업 혁명은 어떨까? 역시 기후에 맞게 우연히 발견한 몇몇 곡물류를 작물화시키고, 몇몇 적당한 동물들을 가축화시킬 수 있었던 운에 의해 발생했다. 농경을 위해 특정 지역에 정착하고, 모든 부와 기반 시설이 땅에 메임에 따라 수렵채집 시절의 유연한 주거 이동성을 잃어버린 우리는 땅따먹기, 즉 전쟁을 통해 경쟁하고 발전해왔다. 농업 혁명으로 영양의 편중이 심해지고 가축과의 집단 생활에 따른 질병의 교환이 발생하면서, 그리고 여기에 더해 가혹한 전쟁 상황이 더해지면서, 우리의 역사에서 소위 역병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고 이에 따라 우리의 역사를 바꾸는 주요한 운적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 알렉산드로스 대제는 그리스-페르시아 전쟁과 필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정확히는 그 전쟁 중 발생한 역병으로 쑥대밭이 된 그리스를 정복한 마케도니아를 계승했고, 페르시아를 시작으로 전설적인 정복 활동을 이어갔으나, 역병에 막혀 인도 원정을 이어나가지 못했으며 본인의 또한 질병으로 젊은 나이에 죽었다. - 로마는 그 주변을 둘러싼 습지에 퍼져 있던 역병에 의해 결정적인 침략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고, 유럽을 지배하는 제국이 되어 세계사에 거대한 영향을 주었으나 바로 그 질병으로 쇠퇴하고 몰락했다. - 기독교는 박해받는 이단에서 로마의 쇠퇴

그래도 조금씩은 달려봐야겠다.

나는 달리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달리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달린다는 행위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하나의 취미로서의 달리기를 내 일상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말이다.  내가 일상에서 달리기라는 취미를 배제한 첫 번째 이유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첫 번째 취미인 농구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 간 농구를 첫 번째 취미로 두면서 지속적으로 관절을 소모시켰기 때문에, 나는 무릎과 허리에 충격이 가해지는 행동은 되도록 안 하려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달리기가 심혈관계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좋은 영향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소모품인 연골을 아끼기 위해서 달리기를 되도록 안 하며 살아왔다. 게다가 첫 번째든 두 번째든 취미는 취미일 뿐이기 때문에, 취미보다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 시기를 살면서 자연스럽게 취미를 즐길 시간 자체가 너무나 소중한 자원이 되었다. 즉, 어느 쪽으로든 달리기로 농구를 대체할 것이 아니라면, 달리기를 안 하는 선택이 나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하지 않는 행동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도 점점 더 움직이지 않게 되는 법이다. 달리기에 대한 나의 감정도 마찬가지여서, 10여년 전에 친구 따라 여의도에서 하는 나이키 'We Run' 이었나 하는 10km 달리기를 하고 앞으로 야외에서 달리기를 굳이 사서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굳힌 이후 단 한 번도 취미로 달리기를 하고 싶다고 느껴본 적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달리기를 해 봐야 하나 싶은 마음이 살짝, 아니 제법 들기 시작했다. 정신 질환 책 vs. 달리기 책 벨라 마키, 2019,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 비잉. 이 책은 심각한 공황 장애를 겪던 작가가 결혼 8개월만에 이혼을 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겪은 후 그냥 뭐라도 해야지 싶어서 시작한 달리기라는 끈이 사실은 황금 동아줄이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달리

일상을 이끄는 정체성을 찾는 방법

마이크 베이어, 2019, 베스트 셀프 , 안드로메디안 "... 그런 경우 당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는 명확한 내면의 목소리가 당신에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베스트 셀프, p39. 정체성 혹은 가치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이 거의 35년을 살았는데, 이게 없으면 더 나아지기 어렵겠다는 위기감은 최근 생겼지만 이걸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해하던 차에 마이크 베이어의 <베스트 셀프>를 접했다. 최고의 자아라니, 제법 오글거리는 표현이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더 열심히 삶을 살아내더라도 방향 설정이 잘못 되면 말짱 도루묵인 거니까, 삶의 지향점이란 것을 정하는 것은 오글거림 따위보다는 훨씬 중요한 가치다. "장난으로 말하는 게 아니다. 성격은 자세히 묘사될수록 좋다. 당신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느낄 때 어느 성격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지 더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베스트 셀프, p41. 자신의 직업을 라이프 코치로 부르는 사람답게, 저자인 코치 마이크는 최고의 자아를 말 그대로 그려볼 수 있도록 독자들을 단계별로 종용한다. 처음은 객관식. 스스로 긍정적이라고 느끼는 특성들을 골라보는 식이다. 나의 경우는 유능, 절제, 기능적, 신중, 통제, 성취, 진실, 온화, 단호, 동정, 이타, 감사, 근면, 건강, 자율, 우호 등등등등. 대략 보면 잘난만큼 관대한 걸 좋게 느끼는 것 같다. 이걸 적는 와중에 떠오르는 캐릭터는 중2력 폭발하던 시기에 열심히 보던 소설의 조연이다. 설정 상 주인공보다 더 강하고 소위 말하는 문무겸장이지만, 어지간하면 앞으로 나서는 일 없이 주인공을 도와주면서 항상 보여주는 여유만만인 그 웃음이 그 시절의 나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마침 코치 마이크는 이런 긍정적인 특성들로부터 떠오른 캐릭터를 글로 묘사하고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요구한다. 여기다 내 조악한 그림솜씨를 뽐내는 것까지는 도저히 못 하겠고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 돈'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말로,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하는 유명한 금언이다. 한편으로는 소위 부자들에 대한 정신승리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말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 말로 자신의 경제적 무능력을 변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을까? 엘리자베스 던, 마이클 노튼, 2013,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알키. "말 그대로 행복을 구매할 수 있다." -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p235.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는 같은 돈으로 더 행복감을 느끼는 소비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왠지 사기당하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이 지점이 매우 중요하다. 돈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긴 하다는 것. 즉 돈만 있다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해지는 데 돈이 필요없다는 것 또한 아니라는 것이다. 돈이 행복의 필요조건이라는 명제는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돈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일반적인 가치의 측정 수단이다. 진사회성 동물인 인간으로서 우리가 이 거대한 사회적 합의에서 자유로울 방법은 없으므로 이는 개인에게도 유효하다. 그렇다면 측정의 유효성은 차치하더라도 개인이 갖고 있는 돈은 그 사람의 능력의 척도이다. 무일푼인 사람은 사회적으로 무능한 사람이며 무능한 사람이 행복해질 방법은 없다. 돈이 행복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닐 때, 돈을 행복으로 치환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을 다루는 책이다. 같은 돈을 지불했을 때 더 행복해지기 위한 다섯 가지 원칙 - 1) 경험을 구매하라, 2) 특별하게 만들어라, 3) 시간을 구매하라, 4)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5)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 을 통해 우리는 지출의 가성비를 극대화

맥락에 대한 모든 것

리 골드먼, 2019, 진화의 배신 , 부키. 2기 <씽큐ON>의 마지막 책이자 말 그대로 큰 꼬리( 大 尾 ). 앞의 다섯 권도 무척 좋았고, '미쳤네'라는 저급한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읽은 책도 제법 있었지만 이 책에 비하면 모두 손색이 있다. 어느 정도냐면, 지난 다섯 개의 서평은 내 이야기 혹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엮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식으로 작성해왔는데, 이 책에 대해서는 감히 내 이야기를 끼워 넣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 정도다. 해서, 이번 책의 서평은 그저 각 잡고 내 수준에서 느낀 이 책의 장단점을 나열해보는 식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서평다운 서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책보다 이 글을 먼저 볼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사전정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출처: 통계청, 2017년 사망원인 통계. 1) 비만과 당뇨 , 2) 고혈압 , 3) 우울증과 자살 , 4) 심장 질환과 뇌졸중 .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질환들로, 우리 나라에서도 사망원인 상위에 모두 랭크되어 있는 큰 사회적 문제들이다. 워낙 흔하게 접하다보니 마치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사실은 원인도 대책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 이 질환들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네 가지 핵심 형질이 산업 혁명이 가져온 급격한 맥락의 변화에 의해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형질이 된 결과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아이디어이다.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하던 시기에는, 열량의 공급이 일정하지 않았기에 굶어죽지 않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 폭식을 통해 열량을 몸에 보존하는 형질이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그 결과 우리 모두는 기회만 있으면 먹으려는 열망에 휩싸이고, 먹은 열량을 효율적으로 소화시켜 몸 속에 저장하는 형질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농업 혁명과 산업 혁명의 시대에 넘쳐나는 열량은 이 형질을 비만과 당뇨의 유발 인

미국 국채, 어디서 투자하는 게 좋을까? - 해외주식계좌 vs. 국내주식계좌

인생 첫 자발적 강연 참석. 회사에서 하는 이런저런 문화강좌 중에 홍춘욱 박사님 강연이 올라와서, 냉큼 신청하고 시간 빼서 다녀왔다. 제목은 아마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 투자와 자산배분 전략>이었던가? 내용은 홍박사님 책이나 유튜브 채널에서 차고 넘치게 접한 내용이라 복습차원에서 들었고, 그냥 팬심 충족하는 느낌으로 잘 들었다. 핵심은 1) 주거용 부동산 하나는 사 놓고 시작하자, 2) 그게 싫으면 달러 자산을 모아라,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하고, 운 좋게 1)은 달성한 상태에서 2)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정말 궁금한 질문을 하나 할 기회를 얻은 것이 큰 소득이었다. "해외주식계좌에서 미국채 투자를 하고 있는데, 국내계좌에서 환오픈 미국채 ETF 투자하는 것과의 장단점 비교를 부탁드린다." 이게 대략 내가 질문한 내용이었다. 나름 강연 내내 생각을 정리해서 질문을 했는데도 제법 긴장이 되어서 정확한 질문이 되었는지 자신은 없다. 아무튼 답변해주신 핵심은 다음과 같다. '국내시장에서 ETF 활용은 투자 용이성 측면에서 아주 좋지만, 아무래도 해외 시장에의 투자대행이다보니 '아주 약간' 금리가 낮다. 그리고 세금 부과 체계 특성을 고려하면, 장기투자 성향을 갖고 있다면 해외주식계좌에서 직접 투자 , 적극적인 매수/매도 성향을 갖고 있다면 국내주식계좌에서 간접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전자에 해당하는 투자를 이미 하고 있고, 장기투자를 목표하므로 하던대로 하면 된다는 얘기. 투자라는 게 항상 자신의 철학과 방법론에 회의를 느끼게 되는 놈인데, 정말 신뢰하는 전문가로부터 내 방법론에 대한 믿음을 더 다질 수 있는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퇴근길 택시에서 #3 - 주평균 52시간 근무 제한에 대한 잡생각

지난 8/28 퇴근 길에 작성하다 다 못한 걸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 마무리합니다. 그 사이에 한 번의 심야 근무가 더 있었는데 다른 일로 글을 써볼 생각도 못했고, 한 번 더 심야 택시를 탄 오늘에서야 마무리했네요. 무려 두 달만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12시 넘어 택시로 퇴근하니 주 한 편 정도는 써보겠다 해놓고. 변명을 하자면 게을러서 안 쓴 것은 아니고, 택시로 퇴근하는 게 두 달만이다. 7월은 휴일이 없어 주 평균 52시간 근무 제한의 벽에 막혀, 8월은 <씽큐ON>에 투입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심야 근무를 하지 않았다. 덕분에 일이 쌓이고 쌓여서 이제는 밤 시간도 갈아넣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지만, 그 덕에 두 달만에 이 글을 이어 쓸 수 있게 됐으니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자위해본다. 차치하고, 오늘은 주 평균 52시간 근무 제한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잡생각을 풀어볼까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주당 근무시간의 개념은 일 8시간씩 주 5일, 해서 주 40시간을 채우는 것이다. 당연히 평일 기준이므로 휴일이라도 있으면 그 주에 채워야 하는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당 52시간'의 근무 총량 제한이 정부에 의해 여기저기 강제된 모양이고, 자연스럽게 내가 다니는 회사도 해당 제한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도입됐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지점이 발생하는데, 먼저 언급한 평일당 8시간의 최소근무요건과 이 주당 52시간의 최대근무제한이 내 가용 근무시간의 하한과 상한이 되어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다니는 회사처럼 주당 52시간의 개념을 월단위 환산하여 관리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 때 내가 월 최대 근무가능 시간은 다음과 같다. 최대근무가능시간 = 해당 월 총 일수 × 52시간/주 ÷ 7일/주 즉 올해 7월이라면 31×52÷7=230.29시간이다. 소숫점 아래를 버리면 230시간이 7월의 총 근무가능시간이 되는 것이다. 한편, 평일당 8시간에 해당하는 최소근무필요시간은

그냥 책 읽고 글 쓰기 #3 - 김성일, "마법의 연금 굴리기"

'노후 준비를 한다면서 돈 묶이는 걸 왜 그렇게 피했을까?' 노후, 혹은 은퇴 대비 자금. 인생에서 가장 긴 호흡으로 마련해야 할 돈이고 너무나 중요한 돈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와 은퇴를 꿈꾼다. 명확하게 입에 올리든 그렇지 않든 이게 이건데, 장기 목적 자금을 형성하겠다면서 이상하게 5년 혹은 10년 간 유지가 필요한 형태의 상품에는 부정적이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ISA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5년 유지라는 조건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대출 우대금리를 위해 최소 금액으로 계좌를 만들어둔 것 외에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회사에서 자동으로 들어준 개인연금도, 납입액을 연말정산 세액공제 한도액 근방으로 늘려 놓은 게 내가 은퇴 자금 형성에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그런 게 있고 재직 상태에서도 가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알았더라도 당장 나에게 필요할지도 모르는 돈을 묶기 싫어 계좌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성일의 <마법의 연금굴리기>를 본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노후 자금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자금 흐름이 묶이는 것은 단점이 아니라 큰 장점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ETF를 활용한 자산배분 전략도 - 전작인 <마법의 돈 굴리기>도 이래서 읽었다 - 일반 주식계좌와 거의 동일하게 할 수 있다. 자금이 묶이는 장점이 여기서도 다시 드러나는데, 주식 비중이 있는 투자를 하다보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환경을 설정해준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세법은 이런 개인연금 불입액에 대해서 무려 '세액 공제'로 십수%의 수익률을 확정해준다! 오 마이 갓. 이건 빚을 내서라도 넣어야 해. 물론 어느 정도 주택 구입이나 생활 자금 등에 안정적인 계획이 서 있는 경우라야 위에 언급한 장점이 장점일 수 있을 것이다. 당장 급하게 쓸 돈이 없는데 연 수백만원이 묶이는 것이 장점일 수는 없다. 하지만, 연간 4~7백만원 정도는 어떻

리더란 게 되어버렸다

"김OO 님이 소파트장 자리를 맡아주셨으면 해요." 올 것이 왔다. 부서의 인력 구성이 변하는 흐름 속에서 내 위치를 알고 있었고, 파트장과 약간의 교감도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이럴 날이 언젠가는 올까 싶어 제법 노력도 했다. 그럼에도 막상 닥치니 '가슴에 얹힌 돌덩이'와 같은 진부한 수사가 왜 그렇게 진부해졌는지 알겠다 싶다.  나를 포함해 4명이 전부인 작은 조직. 굳이 별도 조직으로 만들지 않아도 무방할 수도 있는 크기의 조직이라도, 이 조직을 이끄는 것이 내 새로운 일이 된 이상 어떻게든 질적으로 또한 양적으로 조직을 성장시킬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데이비드 버커스, 2019, 친구의 친구 , 한국경제신문. <씽큐ON>의 다섯 번째 선정 도서인 <친구의 친구>. 인맥이 형성되는 원리와 이를 키우고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굉장한 책이었다. 어째서인지 개인간의 '약한 연결'을 언급하는 평이 많았던 이 책은, 책을 읽기 시작한 날의 사건으로 인해 편중된 내 관심사 때문에  조직 관리에 대한 통찰 을 얻을 수 있는 책이어야 했고, 다행히도 읽는 내내 내 요구를 충족시켜주었다. 클러스터: 신뢰의 속도 "어느 정도의 클러스터는 실제로 네트워크 안에서 유용한 정보와 복잡한 아이디어, 새로운 기회들을 더 쉽게 확산시킨다." - 친구의 친구, p126. 유용한 정보와 복잡한 아이디어. 정확하게 내가 속한 부서가 다루는 것이다. 우리 부서는 복잡하고 방대한 글로벌 표준 기술 문서에서 맥락을 찾고, 같은 표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경쟁 제품과 협력 제품, 이들을 구매하는 고객사와 이들이 만들어내는 서비스를 고려하여 우리 제품이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로컬 표준 기술을 정의한다.  제품에 적용되는 기술의 범위는 너무나 넓고, 글로벌 표준 기술의 범위 내에서 경쟁사보다 더 잘 동작하는 로컬 표준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한 지식 수준은 상

크리에이티브 커브: 페이크다 이 XX들아!

창의성과 천재 크리에이터 "이때부터 노래가 완성되기까지는 거의 20개월에 가까운 기간과 치열한 작업이 필요했다. ..그가 이 노래와 씨름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은 계속 조금씩 달라지는 그 노래를 듣는 데 신물이 나기 시작했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p21.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흔히 창의성, 그 중에서도 예술적 창의성이라 하면 '영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는 폴 매카트니의 꿈에서 시작해 20세기를 강타한 노래가 되었다. 이는 번뜩이는 '영감'이 예술적 창의성으로 발휘된 사례의 고전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창의성에 관한 학문적 정의는 색다른, 그러면서도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을 만드는 능력이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p35. 창의성에 따라붙는 또 다른 단어는 '엉뚱함'이다. 사고가 발산하는 아이들의 엉뚱함을, 어른들은 흔히들 창의적이라고 표현한다. 창의성을 무엇으로 정의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일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그저 극도로 엉뚱한 것이 창의적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합의하는 창의성의 정의는 '가치'가 중심이다. 가치란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나에게는 매우 창의적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별로 창의적이지 않거나, 전혀 창의적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창의성이란 대중이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했는가 로 측정된다. "천재 크리에이터는 그 사람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얼마나 전향적으로 생각하는지, 얼마나 영향력을 가지는지를 드러내는 단순한 징표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현상 이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p103. 대중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천재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예술 작품이든 전자 제품이든 상관 없다. 대중이 그 상품으로부터 가치를 얻고 돈으로 보상

사촌누나가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사촌 누나가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한 편으로(2기) 며칠 전 수술도 잘 받았다는 얘기를 자형한테 들었다. 일요일을 이용해 병문안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기차표를 예약했다. 그러고 나니, 그제서야 유방암 환자한테 불쑥 찾아가면 어떤 얼굴로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은 건지 전혀 떠오르는 게 없다는 걸 자각했다. 아는 게 없으면 책을 봐야지. 누나한테도 선물하면 도움이 될만한 책으로. 금요일 퇴근 길에 강남 교보문고에 들렀다. 건강 코너에 가면 유방암 관련된 책만 모여 있는 서가가 있다. 거기 죽치고 서서 괜찮아 보이는 책을 몇 권 읽어봤다. 어떤 책이 도움이 될까? 유방암 자체, 그리고 표준적인 치료의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종류의 책이 있다.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국립암센터 등 큰 병원의 유방암 관련 높으신 교수님들이 표지에 웃는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다. 이런 책들은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어 적당히 보기에 편한 책을 하나 골랐다. 그 다음은 꼭 유방암이 아니라도 암 환자에게 어떤 식단이 좋은지 레시피를 담고 있는 책이다. 어떤 책은 이렇게 하면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되어 있지만, '암에 대한 민간 요법은 실패한 사례는 당사자가 죽고 없기 때문에 성공한 사례만 눈에 보인 것이다,'는 어느 교수님의 명언을 되새기면서 거른다. 멀쩡한 책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떤 암에 특효가 있는 한 가지의 음식 같은 것은 없다.' 어디까지나 음식은 병의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하고, 나쁜 영향을 줄 만한 요소를 배제하는 한편 먹는 즐거움을 상기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취지로 쓰여진 책 중 주식보다는 간식에 대한 책을 하나 골랐다. 그 다음으로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게 될 누나가 조금이라도 쉽게 필요한 습관들을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머릿속으로 골랐다. 그러고나니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실제 투병 과정과 극복 과정에서

분산적 신뢰 모델을 통한 졸꾸월드에 관한 망상

"Jolgguuuuuuuuu~ World!!" 이런 느낌일까, 신박사님이 한 번씩 언급하는 '이기적 이타주의자의 커뮤니티'라는 것은? 적당히 가벼운 느낌이 신박사님 취향일 것도 같지만 어찌 보면 너무 날리는 느낌도 있어 실제 채택은 무리겠다. 어쨌든, 망상은 자유니 내 멋대로 이름은 <졸꾸월드>로 지어 놓고, 이 가상의 플랫폼에 대해서 망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졸꾸월드>는 이기적 이타주의자들이 자유롭게 서로와 사회에 도움이 될 어떤 가치를 주고 받는 플랫폼이다. 여기서 교환되는 가치란 Net+Working을 위한 종류 불문의 역량 그 자체가 되지 않을까. 그 대가는 다른 역량을 제공하거나, 혹은 가치의 보편적인 평가 기준인 돈을 통해 지불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플랫폼의 참여자들은 각자의 역량과 이타적인 성향에 따라 플랫폼 내에서의 영향력을 갖게 될 텐데, 이기적 이타주의자의 역량이라는 것은 우선 스스로와 주변을 이롭게 한 다음 흘러 넘쳐 사회나 타인을 이롭게 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이런 기준에서 재미 삼아 레벨을 나눠 보자면 위에서부터 졸벤저, 졸꾸러기 및 졸꾸바라기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졸벤저'는 수 차례 소개된 바와 같이 생계 문제를 이미 해결한 이타주의자다. 생계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을 옛 말로 바꾸면, 몸을 닦고 집안을 잘 다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가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는 것이니, 이 남는 역량으로 이타심만 발휘하면 다른 사람이나 사회를 크게 도울 수 있는 '졸벤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졸꾸러기'는 다른 사람이나 사회를 돕기에 앞서 본인과 주변을 도울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단계의 이타주의자다. 이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스스로의 성장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역량과 의도를 갖고 있으면 되겠다. '졸꾸바라기'는 이타

그냥 책 읽고 글 쓰기 #2 - 김성일, "마법의 돈 굴리기"

'재테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를 위해 단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여기에 대한 답을 드디어 찾은 것 같다. 즉, 직장인으로서 내가 갖고 있는 재테크의 방향에 대한 관념과 내가 행하고 있는 투자 전략을 정확하게 커버하면서도, 조금 더 세부적이고 깊은 내용까지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첫째로 스스로의 투자 전략에 대한 확신의 정도를 높일 수 있었고, 둘째로 투자 전략을 세부적으로 조정할 아이디어를 얻었고, 마지막으로 별다른 투자관이 없는 지인에게 입 아프게 얘기할 것 없이 이 책을 권한다는 선택지를 얻었다. 너무 아무 정보 없이 개인적인 감흥만 늘어놓은 것 같다. 이 책의 주제는 '자산 배분'이다. 누구나 재테크에 대해서 막연한 필요는 느끼지만, 카더라에 의존해 몇 종목의 주식을 사 두거나, 역시 카더라에 의존해 이런 저런 펀드에 가입하는 것 수준에 머무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이런 분들한테 단편적으로 왜 개별 종목보다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 왜 달러화 표시 자산을 일부 가져야 하는지, 왜 채권이나 현금 비중이 필요한지 얘기해봐야 결국 돌아오는 반응은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이다. 앞으로는 이럴 때 거두절미하고 이 책을 추천해주거나, 그 지인이 나에게 가깝고 소중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선물해주겠다. 자산 배분 및 리밸런싱이 왜 노력 대비 수익률-고통 관점에서 최고 의 가성비를 갖는지, 주식과 채권은 왜 필수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야 하는지, 현금과 부동산, 귀금속이나 원자재는 어떤 식으로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주는지, 왜 해외 자산이 필요한지, 심지어 대표적인 자산 비율과 리밸런싱 방법, 실제로 해당 자산을 매입하는 방법까지 모두 정리되어 있다. 나 자신도 재테크 혹은 투자라는 분야에서 초보자에 불과하지만, 감히 최고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내용을 다루면서도 어느 정도는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고, 데이터를 통해 근거를 제시하면서

그냥 책 읽고 글 쓰기 #1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 스완"

솔직히 말해서 아직은 구체적으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6월 초에 보기 시작한 책을 거의 두 달에 걸쳐 읽은 탓이기도 하고, 그 사이 네 권의 책을 읽고 네 편의 서평을 쓰느라 주의가 분산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내 수준이라는 것이 이 책을 한 번 읽고 이해하기에는 모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는 것이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굉장한 보험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알겠다. 일상의 사소한 행동에서부터 노후의 준비까지, 블랙스완이라는 것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대비했을 때와 대비하지 않았을 때의 안정감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세상의 복잡성과 인생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느끼는 바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꼭 읽어봐야 할 만한 책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나오는 저자의 시니컬한 유머가 내용의 어려움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지는 못하는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나심 탈레브의 다른 책을 입수했을 때 다시 읽고 각잡고 글을 쓰도록 해야겠다.

일상은 어떻게 정체성을 만드는가

정체성? "변화는 다음의 간단한 두 단계로 이뤄진다: 1.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한다. 2. 작은 성공들로 스스로에게 증명한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p63. 말은 쉽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하는 것만 빼면. 내 기준에서는 이게 소위 말하는 '꿈'이라는 것이다. 흔히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희망 직업 같은 것 말고, 내 삶이 세상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목표, 혹은 '가치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다. 내 가치관이 무엇인지 나 스스로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 이렇게 글로 밝히자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실제로 그런 것을 어찌할 도리는 없다.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나만 특별할 리는 없으니 많은 다른 사람들도 가치관이나 꿈 따위 모르고 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최근에 인지한 '떳떳한 사람이고 싶다'는 이전보다는 조금 구체화된 바람 뿐이다. 물론 이렇게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인생의 최상위 목표가 아니라, '옷 맵시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혹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수준의 단편적인 목표만으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최상위 목표를 운운하는 이유는, 첫째로 상위 목표 없이 하위 목표들에 변화의 방향과 동기를 분산시킬 경우 궁극적으로 효과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일단 덤빈 후 시행착오를 거쳐 효율을 높이기에는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누구에게 떳떳한 사람이고 싶은 것이고, 도대체 내가 생각하는 떳떳함의 정체는 뭘까? 회사에서, 나는 동료에게 떳떳한 동료, 후배에게 떳떳한 선배이고 싶다. 회사에서의 떳떳함은 실무적으로 동료에게 도움이 되고, 후배들의 삶을 위협하는 조직의 부조리를 걸러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업무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은

저작권법 제 28조의 적용 대상에 대한 고민 결과 정리

(*덧붙임#1) 아래 댓글에 Justin 님이 의견 남겨주신대로, <제28조>의 '등'에는 상업성 출판이 포함되지 않고, 따라서 출판되는 도서에서의 인용에 저작권 침해 이슈는 <제35조의3>이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해당 지적을 명시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를 아직 찾지는 못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용은 보류하고 있습니다만, 아래 제 글의 취지 또한 명시적인 증거는 못 찾겠으니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저작권협회'의 기대되는 권위에 기대어 제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제35조의3>이 아니라 <제28조>의 적용을 받는다는 주장을 적당히 납득하고 넘어가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 감안해서 읽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덧붙임#2) 심야에 부랴부랴 쓰느라 놓쳤는데, 다시 읽어보니 법적인 책임에 대한 해석을 근거로 도의적인 책임이 없다는 식의 헛소리를 해 놓은 걸 발견해서, 해당 문장을 조금 가다듬었습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이지?' 이 짓을 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은총(?)과 공휴일 없는 7월, 조용한 주말에 집중도 있게 업무를 하고 싶은 내 필요의 3박자가 딱 맞아떨어져서 간만에 해 떨어지기 전에 퇴근한 금요일이다. 얼마 전에 시작한 <씽큐ON>의 두 번째 책인 "아주 작은 습관의 힘" 1회차 독서를 퇴근길에 겨우 끝내고, 이 미친 책을 갖고 도대체 어떻게 서평을 써야 하나 고민하면서 2회차 독서를 시작했어야 하는 밤인데, 저작권법 제 28조의 적용 범위에 대해 자료를 뒤지고 있다. 나 참.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는 이유> - 신박사TV 이 영상 때문이다. 내가 딱히 졸꾸러기는 아니지만 신영준 박사에게 제법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유튜브 채널의 포스팅으로 뭔가 K교수 사태의 부스러기가 - 무려 뉴스데스크 보도를 부스러